[시사칼럼] 막연한 공포가 주는 위험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며 원전 전면 재검토를 선언하고 신재생 에너지 산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경주 지진을 예로 든 안전이었다.

자연에 공짜는 없으며 측정할 수 있는 모든 것은 유한하다. 무진장 또는 무한이란 말은 많음에 대한 정서적 표현일 뿐이다. 신재생 에너지라는 태양열 · 풍력 · 지열 · 조력 역시 한정되어 있으며 이용에 대한 댓가는 반드시 따른다. 한 연구에 의하면 뉴욕시가 필요한 전기를 모두 태양열로 바꾸려면 뉴욕시의 2배에 해당하는 땅을 태양전지판으로 덮도록 자연을 훼손해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력수급에 있어 원전 비율은 40%에 육박한다. 이어 화력이 다음을 잇고, 수력은 2% 정도에 그친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며 북쪽은 북한인 사실상 섬이어서 이웃 나라에서 전기를 사올 만한 상황도 아니다.

사실 원전만큼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는 없다. 화력의 은밀하고 지속적인 환경 부담보다 원전은 더 깨끗하고 더 싼 에너지이다. 1986년 소련의 체르노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탈원전을 시도했던 서구는 다시 원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탈원전이 시대의 흐름이란 대통령의 인식은 낡은 시대인식이다.

독일은 원전 폐쇄 후 전기값이 2배 이상 폭등했으며, 부족한 전기를 프랑스의 원전으로부터 사오고 있다. 결국 원전 위치만 독일에서 프랑스로 바꾼 일종의 ‘녹색세탁’인 셈이다.

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은 방사능에 대한 막연한 공포 때문이다. 방사능 피폭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생활적인 느낌으로 바꿔보자.

건강한 성인의 일년 인위적 피폭 허용치를 1이라 한다면, 일상생활 중에 자연으로부터 받는 일년 피폭량은 인위적 피폭 허용치의 2.5배이다. 70년 전 핵폭탄이 떨어진 히로시마에 살면 0.1 정도의 인위적 피폭량을 받게 된다. 30년 전 사고난 체르노빌에는 허용치의 44배 정도 되는 방사선이 남아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치과 x-ray 한번 찍을 때 노출되는 정도의 방사선량이다. CT 촬영 한번 하면 일년 허용치의 10배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한국은 원자력 발전소 주변 방사선량을 0.05 밑으로 규제하는데 실제로 이곳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은 0.01를 밑돈다. 그러니 원전 주변 방사선량은 자연방사선에 비해 무시할 만큼 적다. 그런데 담배에 들어있는 몇몇 자연 방사성 동위원소 때문에 하루 한 갑피면 일년에 피폭 허용치의 8배 가까운 방사선에 허파가 피폭된다고 한다. 그러나 흡연자들은 해로운 줄 알면서도 공포를 느끼지는 않는다.

6년 전 사고난 후쿠시마에 대해 온갖 괴담이 떠돌았었다. 하지만 후쿠시마 주민들은 일년에 고작 0.3 정도의 방사선에 노출된다. 더군다나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진이 아니라 침수에 의한 사고이다. 세계적으로 아직 지진으로 의한 원전 사고는 없었다.

괌 사드부대 주변에서 측정된 전자파 세기는 허용치의 만분의 일 수준이다. 핵폭탄이 떨어지면 나라·민족이 망한다는 둥, 영원히 사람이 살지 못한다는 둥, 허무하고 맹랑한 말로 막연한 공포를 부추김은 선동에 불과하다.

이제까지 핵폭탄 때문에 없어진 나라는 없다. 일본은 핵폭탄이 떨어져 항복했지 없어지지 않았다. 핵폭탄이 떨어진 나가사키, 히로시마가 볼모지가 되지도 않았다. 북한은 좁디좁은 땅에서 5번이나 핵폭탄을 터뜨렸지만 한반도가 땅 속으로 꺼지지도 않았다.

원전은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가장 안전하고, 가장 깨끗하고, 가장 값싼 에너지이다. 앞으로 원자력 발전의 경제성은 상대적으로 더 높아질 전망이다. 막연한 공포는 생각의 자유를 구속하며 행동을 제약한다. 이 막연한 공포에 스스로 갇힌 문재인 정부는 잘못되고 무책임한 정책으로부터 스스로 헤어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스테판 오(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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