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바다와 할머니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이곳 J시에 온지 두 달여 만에 처음으로 바닷가로 나갔다. 내가 거주하는 곳에서 그리 멀지도 않건만, 난 사실 이번에는 바다를 보러 갈 마음이 별로 없었다. 의식하진 않았지만 어쩌면 나의 무의식 속에서는 바다는 상처를 준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세월호에 승선했던 청소년들을 삼켜버린 것이 바다였기에 말이다.

오늘 바닷가를 나간 것도 따지고 보면 바다가 보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모래 출국하기 위해서 선착장에 배표를 예매하기 위해서였다. 홍콩에서 출발하는 비행기여서 만일 배표를 구하지 못하면 난감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기 때문에 안전을 기하기 위해서 미리 배표를 사 두러 간 것일 뿐이다.

그런데 버스를 타고 선착장이 가까워 오면서 소철나무 사이로 바다가 보이자, 나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아~ 저 바다…. 10년 전 처음 이곳 J시에 왔을 때 저 해변도로를 지나오면서 참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했었지… 바다를 낀 해변도로에 빨간 칸나가 너무도 인상적이었고, 소철나무 사이로 보이는 광활한 바다가 괜히 좋아 보였었는데…….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슬픔의 바다는 잠시 잊고 배표를 산 다음 바다와 인사를 나누고 와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배표를 구입하고 바다가로 나갔다. 안녕? 바다야! 잘 있었니? 바다는 나의 인사에 응답이라도 하듯이 시원한 바람을 보내주었다. 해질녘의 시원한 바다 바람을 맞으며 걸었다. 한 청년을 만났다. “사진 좀 찍어 줄래요?”

청년은 스마트 폰을 받아들고 사진을 찍어준다. ”非常好(참 잘나왔어요!)“라고 청년이 호들갑을 떤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받아서 보았더니, 잘 나오긴… 영 아니다. 사진 몇 개가 다 별로였다. “에이….역시 셀카가 제일 나아” 속으로 생각하며 바다를 배경으로 셀카를 찍었다. 그런데 문득 옆을 보니 할머니 한분이 바람을 쐬고 계신다.

”你好!(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넸더니 할머니가 함박웃음을 웃으신다. 자연스럽게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난닝이란 도시에서 딸네집이 이곳에 있어서 다니러 오셨단다. 방언이 좀 심한 할머니였지만 이야기는 통했다. 할머니의 올해 나이는 75세이고 아들 둘과 딸 하나가 있다고 하신다.

큰딸이 고등학생이고 할머니는 40대 초반일 때 할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다고 하신다. 나는 할머니 등을 쓸어 드리면서 참 고생이 많으셨겠다고 말씀 드렸다. 할머니는 자신이 힘들었던 삶을 이해해 주는 내가 고마웠든지 내가 친밀하게 느껴진다고 하신다. 이젠 전도할 분위기가 된 것이다.

나는 할머니에게 이제 영원한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셔야 한다고 말씀 드리며, 복음을 설명했다. 천지를 창조한 하나님에 대해서,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 그리고 할머니가 왜 예수님을 믿어야 하는지, 예수님이 할머니를 대신해서 십자가에 죽으신 것을 차근차근 설명해 드렸다.

할머니는 시종 “这样吗?(그런 거예요?)”라고 하시면서 들으신다. 할머니는 그런 이야기는 처음 들어 보는 거라고 하신다. 나는 할머니가 꼭 천국 가시길 바란다고 말씀 드리고 다음 달에 고향인 난닝으로 돌아가시면 꼭 교회에 나가시라고 말씀을 드렸다. 할머니는 친척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에게 물어보면 교회에 갈 수 있을 거라고 하신다.

그리고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다. 활짝 웃는 할머니가 참 사랑스러웠다. 사진을 보여 드리며 이렇게 웃으시니까 5년은 젊어 보이신다고 말씀 드렸더니 할머니는 “真的吗?(정말이예요?)” 라며 좋아 하신다. 어쩐지 바다가 나를 부르더니 이 할머니를 만나게 하려는 것이었구나.

그래서 난 바다에게 조용히 말해 주었다. “고맙다. 바다야… 너 때문에 오늘 또 소중한 한 영혼이 복음을 들었구나.”

“내가 이 복음을 위하여 선포자와 사도와 교사로 세우심을 입었노라(딤후1:11)”

글/사진: 나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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