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사람과 인공지능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igence)은 과학기술계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큰 관심거리다.

삼성은 빅시(Bixby)라는 인공지능 비서를, 애플은 시리(Siri)라는 인공지능 비서를 휴대전화기에 넣었다. 전화기로 곤충이나 식물 사진을 찍으면 그 곤충이나 식물이 무엇인지 자세히 알려주니 편하기 이를 데 없다. 이제 윈도우 컴퓨터 운영체계에도 코타나(Cortana)라는 인공지능 음성비서가 딸려 나온다.

아마존은 알렉사(Alexa)라는 인공지능을 스피커에 넣어 음악도 듣고, 날씨, 일정, 여러 단답형 질문에 답하도록 했다. 일전에 장난삼아 “우리 아내는 예쁜가요?(Is my wife pretty?)”하고 물었더니 “대답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I rather not answer)”라는 제법 지혜로운 대답을 들었다.

이런 인공지능은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바둑대결에서 기계 알파고가 사람 이세돌을 이기자 세간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리스어 α와 바둑의 영어 이름 Go가 붙은 AlphaGo는 데미스(Demis Hassabis)라는 사람이 만들었다. 이세돌이 내리 불계패를 당하자 사람이 만든 기계가 신이 만든 사람을 이겼다는 둥, 앞으로 기계가 인간을 지배할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둥, 기계를 사람처럼 대우하려는 사람의 허세가 심하다.

사람은 늘 기계에게 져왔다. 달릴 때는 차가 빠르고, 헤엄칠 때는 배가 빠르다. 계산할 때는 계산기가 빠르고, 무거운 걸 들 때는 기중기가 더 힘세다. 특정일에 대해 사람보다 더 잘… 사람이 기계를 사용하는 이유이다. 그래서 사람이 기계에게 지는 것이 아니다.

기계는 수행 · 결정하지만 의도가 없다. 그래서 기계 알파고의 승리를 프로그램을 개발한 인간 기술의 승리로 인식해야 바른 인식이 된다. 기계의 인간지배는 인간 상상력의 산물일 뿐이다. 컨베이어 벨트 같은 기계에 얽매인 행동양식은 기계가 사람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생산성을 위해 사람이 선택한 결과이다.

배는 가라앉고, 비행기는 떨어졌다. 건설장비 또한 많은 사람을 죽였다. 전쟁기계 역시 지금 많은 사람을 죽이고 있다. 오조작 · 오동작 · 고장, 기계가 아닌 사용자의 의도 등으로 기계는 이렇게 늘 사람을 죽여 왔다.

인공지능을 지닌 기계도 또 그렇게 사람을 죽일 것이다. 사람의 선택이지 기계의 의도가 아니다. 기계에 의한 인류종말 상상은 사람이 가진 비겁(책임지지 않음)과 겁(fear)에 기인한다. 이 비겁과 겁은 인간 죄성의 한 표출이기도 하다.

일자리도 없어지지 않았다.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는 하나의 기계는 없다. 컴퓨터나 로봇이 나와 일자리가 없어지기는커녕 더 늘어났다. 더 사람다운 일자리로…

기계를 사람대우하면 사람은 진다고 인식하게 된다. 1202개의 컴퓨터로 이루어진 알파고가 한 사람과 맞두니 불공정하다는 이야기도 기계를 사람으로 대우하기 때문에 나온 말이며, ‘사람’을 아는 사람이 ‘기계’를 몰라 나온 말이다. 이세돌이 바둑대결에서 진 것은 오히려 축하할 일이다. 진 것이 아니라 사람의 기술적 개가이기 때문이다. 이세돌이 한 판을 이기자 조장희 박사는 ‘이세돌 승리는 인간 뇌의 위대성을 증명했다’고 했지만 오히려 나는 알파고 알고리듬(algorithm) 개발이야말로 인간 뇌의 위대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4000년 되었다는 바둑 예술은 기계에 의해 정복되지 못한다. 다만 바둑이란 예술을 심화시킬 좋은 바둑기계가 하나 생겼다. 이 기술로 다른 분야에서도 사람을 능가할 기계가 계속 나오겠다. 사람은 그런 기계를 이용하며 즐기면 된다.

스테판 오(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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