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차라리 인공지능에 재판을 맡겨라

[박석근 문화에디터]

오늘날 대한민국 법치주의(法治主義)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검찰의 결정과 법원의 재판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과 다르게 나오면 관련 사건 판검사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을 예사로 하고 있다. 사건을 심리한 판검사의 신상을 털어 인터넷에 퍼뜨려 공격성 댓글을 유도한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우리에게 인민재판을 하라는 것이냐’는 하소연이 흘러나온다. 영장전담판사직을 꺼리는 법원 분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 삼성 이재용 부회장 재판의 핵심은 뇌물죄의 성립여부였다. 국정농단의 시작과 끝이라 불리는 최순실 딸의 증언이 재판의 핵심이었다. 정유라는 삼성이 제공한 말을 “네 것처럼 타라”고 어머니가 자신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네 것처럼 타라”의 뜻을, 말의 소유권은 여전히 삼성에 있으며, 단지 정유라에게 빌려준 것으로 해석했다. 검찰은 반대로 말의 소유권을 최순실에게 넘겨 준 것으로 보았다.

이와 반대로 최순실 재판에 있어서는 사실상 말의 소유권은 최순실 것이고, 따라서 말 값과 관리비 등 모든 경비에 대해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국민들은 이런 결과에 대해 의아해하지만 법조인에게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같은 증거를 두고 재판부는 서로 다른 판단을 얼마든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거능력(證據能力)은 형사소송법상 증거가 엄격한 증명의 자료로 이용될 수 있는 법률상의 자격이다. 이는 공소 범죄사실 등 주요 사실의 증명에 사용할 수 있는 법률상 자격을 의미한다. 또 증명력(證明力)은 그 증거가 사실의 인정에 쓸모가 있는 실질적인 가치를 말하는데, 그 판단은 자유심증주의(自由心證主義)라고 하여 법관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겨진다.

석방되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연합뉴스

이번 재판처럼 같은 증거를 두고 재판부가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은 자유심증주의가 작용한 탓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부는 정유라의 증언에 증명력을 부정했지만 최순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그 반대였다. 재판에 있어 자유심증주의가 적용되는 한 재판부마다 서로 다른 판단이 내려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법제도의 불신이 전염병처럼 퍼져 있다는 데 있다. 누구보다 재판제도를 잘 이해하는 법조인들마저도 이런 전염병에 감염되었다는 게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판결이 났을 때, 현직 부장판사와 그를 동조하는 일부 법조인들이 그 판결에 동의할 수 없다고 공개 비판하고 나섰다. 여론재판의 조장은 이른바 ‘노빠’나 ‘문빠’, ‘달빛기사단’들만 하는 게 아니었다. 판사는 판결로 말하는 국가기관이다. 사법부는 이번 기회에 령(令)을 세워야 한다. 사법독립을 훼손한 판사에게 더 이상 법복을 입혀서는 안 된다.

그런데 2월 13일자로 단행된 전국 각급 법원 판사 979명에 대한 전보인사에서 김동진 인천지법 부장판사는 법복을 벗기는커녕 서울중앙지법으로 발령이 났다. 거기다 좌파성향으로 불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 판사 상당수가 서울중앙지법과 법원행정처로 배치되었다. 참으로 배가 산으로 가고 있는 형국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를 앞둔 이 시점에 AI의 재판 활용이 적극적으로 강구되고 있다. 인공지능은 관련 판례나 유사한 사례를 빠르게 분석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재판에 관여하고 있다. 유무죄 결정은 물론 판결문 작성, 보석금 결정 등 사법 시스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자유심증주의에 따른 법관의 주관적 성향의 반영, 판사의 불신, 상소 비율 증가 등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인공지능의 활용은 재판의 공정성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재판의 불신은 사법부의 위기를 넘어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정부는 이런 현상을 방관하며, 뒷짐을 쥔 채 느긋이 즐기고 있다. 왜냐하면 대통령의 ‘특명을 받은 특검’은 반드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한 데 엮어 구속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당분간 법치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사법부 독립 따위는 ‘촛불정신’ 아래에 둘 필요가 있다고 여길지 모른다.

청와대의 명령에 복종하는 중앙지검 정치검사들에게 형사소송의 대원칙인 무죄추정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들은 유죄추정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인공지능에게 사건 심리를 맡기는 게 낫다. 촛불혁명 운운하며 선무당들이 국민을 잡고 있는 작금에는 더욱 그러하다.

sgp@jayoo.co.kr

더 자유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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