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떠남

최근 유명인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을 떠났다. 한사람은 진보좌파의 대표적 인사라고 할 수 있는 노회찬의원이고 다른 한 사람은 보수 우파의 아이콘과 같은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이다.

부언하고 싶은것은 이 땅을 떠났다고 그들의 존재자체가 영원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리스도인인 나에게 그 두 사람은 존재의 공간을 이 땅에서 다른 공간으로 옮겨간 것일 뿐이다. 천국이든지 지옥이든지 이 땅이 아닌것만은 분명하다.

우리는 이땅에 살던 육체가 이제 호흡을 그치는 것, 그것을 ‘죽음’ 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이 세상에 육신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육체의 생명이 다한 사람들과는 이 땅에서 만큼은 영영 이별을 하게 된다.

이 땅을 떠난 두 사람중 한 사람은 자살로 이 세상을 마감하였으니 스스로 자신의 생명을 버린것이 되었다. 다른 한 사람은 폐암으로 투병하다가 병에 의해 생명의 시한이 다 되어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 땅을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 땅을 떠난 두 사람의 나이 또한 모두 60대 초반이다. 요즘은 100세 시대인데 60대 초반에 죽는다는 것은 너무 이르다는 생각을 우리 모두는 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죽음을 죽었든지 죽음은 그 사람의 이 땅에서의 영향력을 멈추게 한다. 미움도 사랑도 그가 살아 생전에 애정을 기울이며 해 왔던 어떤 일이라 할지라도 이제는 더 이상 죽은 사람과 관계가 없어지는 것이다.

사람은 살았을때는 자신이 어릴때 부터 배우고 듣고 보면서 형성된 가치관에 따라 살아간다. 특히 이번에 별세한 두 사람의 정치적 성향과 삶의 가치관은 극명하게 좌 우로 달랐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나는 두 사람의 죽음 앞에서 아주 숙연해 졌었다. 불쌍하다는 생각 그 이상으로 마음이 짠한 그 무엇이 있었다. 그리고 문득 깨달아지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두 사람 다 자기 가치관에 따른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두 사람 다 각각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모두 리더급에 해당하는 삶을 살아갔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날 홀연히 죽음이 찾아 왔다. 이 세상을 뒤로 하게 된 것이다.

물론 우리는 아직은 한참 살 나이에 이 땅을 떠난 두 사람에게 아쉬움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도 지당한 생각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새삼 사람이 몇 살에 이 땅을 떠나든 그것이 그 사람에게 주어진삶의 기한 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보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죄인임을 알고 겸허하게 살아야 한다. 안타깝게도 고 노회찬 의원의 죽음의 이유가 바로 도덕적 이유였다.

다른 사람들 앞에 정직하고 깨끗하다고 비쳐 왔던 삶을 트레이드 마크 처럼 내걸어 왔는데, 작금에 두루킹 사건으로 인해 그의 불의가 드러난 것에 대한 자괴감이 그를 자살로 몰고 갔다고 사람들은 대부분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항간에는 그보다 더 많은 뇌물을 먹고 구속까지 되어 감옥살이를 하고도 현직 국회의원으로 버젓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 정도를 가지고 죽어야 했느냐는 말들도 무성하다.

또 어떤 이들은 오히려 그것을 미화하여 고 노회찬 의원이 그만큼 양심바른 사람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비약적인 미화의 말이 글쎄… 어떤 타당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른 한 사람 고 정미홍 아나운서는 이미 자신의 병이 깊은것을 알고도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애국운동에 뛰어 들었다. 영등포에 있는 에스더 기도운동 본부에 와서 강연을 하는 그녀를 보고 나는 현대판 유관순을 보는것 같았다.

그녀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존경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자 탄핵 기각 운동을 하면서 만약 탄핵이 인용되면 목숨을 내 놓겠다고 비장한 발언을 했었다.

그리고 그녀는 정말 목숨을 바쳤다. 아마 그녀가 애국운동에 뛰어 들지 않았다면 어쩌면 좀더 생명을 연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애국 운동을 하는 가운데 같은 가치관을 가진 우파 사람들에게서 조차 오해를 사고 배신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충격을 주는 일은 이미 병약해진 그녀의 심신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었을 것같다. 사람이 몸이 건강하면 왠만한 충격들은 잘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몸이 약해지고 면역력이 떨어져 있으면 작은 바이러스에도 목숨을 잃는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만큼 고 정미홍 아나운서는 자신의 신앙적 신념과 자유 민주주의가치관을 지키고자 마지막 생명의 불꼿을 아낌없이 태운 올곧은 여성이었다고 나는 말하고 싶다.

자유 민주주의 의 소중한 가치관이
전도되어지는 이 시대에 그녀는 그것을 바로 잡아 보고자 팟캐스트 방송국도 열어서 현 시국의 이슈에 대한 방송도 해 나갔다. 그 아픈 몸을 가지고서 말이다.

그녀가 마지막 유언으로 남긴 말은 성경 말씀을 기억하게 한다. 혹 살아있을때 혈육을 가진 자로서 자신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한 것에 대해서 후회하면서 “모든것이 부질없다. 관대해져라”는 한마듸를 남겼다고 한다.

우리 모두는 이 땅을 떠나간다. 온 순서는 있지만 가는 순서는 없다는 말은 진실이다. 누구도 자신의 생의 마지막이 언제 도래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땅을 사는 동안 우리는 영원을 준비해야 한다.

내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그 모든것이 과연 어떤 가치관에 의해서 행해지고 있는 것인지 점검해 봐야 한다. 나의 가치관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가치관인지 심각하게 자신에게 물어 봐야 한다.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빌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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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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