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남편의 생일날 나는 새벽기도를 하러갔다. 아직 난방을 안하는 새벽의 예배당 안은 제법 추웠다. 나는 솜이 들어 있는 차렵코트를 입고 앉아 기도를 하는데도 등이 시려왔다. 하지만 추워도 기도는 해야지…

나는 대뜸 하나님을 향하여 입을 열었다. “하나님 오늘 남편 생일날인데 생일선물로 전세 나가게 좀 해 주시면 안돼요?” 간단하지만 내 마음을 다한 절실한 한마디의 기도였다.

벌써 8월말의 일이다. 벌써 부터 팔려고 내 놨던 자그마한 반지하 빌라가 수개월 만에 팔려서 무척 기뻤던 일이… 그러나 집을 산 매수자는 갭 투자를 하는 분이었나보다. 전세를 끼고서야 산다는 것이다.

계약을 하고 일부 계약금도 받았지만 이상하게도 전세가 안나갔다. 집은 정말 완벽할 정도로 리모델링을 해 놓았는데도 단지 반지하 빌라 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집이 나가지 않는 것이다.

전세를 얻으러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우리 빌라가 깨끗하게 리모델링 되어 있는 것은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한다. 또 1층이상의 빌라들과 비교해서 전세금이 3천만원 가량이나 저렴한것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전세를 얻으러 온 사람들은 이리 저리 저울질을 하다가는 결국 빌라 1층이나 2층이 나오면 반지하 빌라인 우리 집이 아닌 1층이나 2층 빌라를 전세계약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제 우리나라에서 반지하 빌라는 인기가 없어졌나 보다.

내 입장만 몸이 달았다. 정성껏 수리해서 집을 내 놓았고 다행히 집은 팔렸는데 돈은 안 들어 오니 말이다. 지난번 교회 잔금 문제로 집 팔리기 전에 비싼 이자가 나가는 캐피탈 대출을 쓰고 있는데 참 고민이 되었다.

그것도 남편 K선교사 제자가 자기 명의로 빌려 주었기 때문에 하루 속히 갚아 주어야 하는데 참 속이 타는 일이었다. 그런 상황이니 새벽기도에 나가서 드리는 첫 기도가 “하나님, 오늘 남편 생일날인데 생일 선물로 전세 나가게 해 주시면 좀 안되요? “라는 도발적인 기도를 드릴 수 밖에…

늘상 그렇듯이 우리는 기도할 때만 간절하고 기도 끝나면 기도 제목도 잊어 버리고 산다. 아마도 긴장되는 순간 순간을 다 머리속에 담고 산다면 머리가 터질지도 모른다. 나엮시 새벽기도 마치고는 기도 제목은 잠시 잊고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런데 그날 오후 4시쯤이었다. 뜻밖에 반가운 전화가 걸려 왔다. 바로 부동산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내 마음을 타게 했던 반지하 빌라가 드디어 전세를 들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튿날 계약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었다.

“아이고 세상에…. 이렇게 고마울데가 다 있나” 물론 내 속으로만 지른 소리였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졌다. “하나님 감사 합니다. 오늘 제 남편의 생일 선물 너무 멋진데요. 하나님 정말 고맙습니다.”

갑자기 새벽기도를 하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몸도 춥고 마음도 춥던 그 날 새벽이 선명히 기억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날 오후엔 내 마음이
왜 이리 푸근해 져 있지. 참 변덕 스럽기도 하다.

기도의 응답을 받기 전의 간절함과 응답 받은 후의 푸근함이 이렇게도 다를까. 내 믿음이 아직도 먼 모양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으니 기도하면서 곧 믿고 평안 했어야 하는것 아닌가?

물론 오랫동안 전세가 제발 나가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해 왔기 때문에 남편 생일날의 기도 응답은 어쩌면 하나님께서 이미 응답하기로 되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너무 절실한 문제였기에 특별한 경험이었다.

어린애같이 생일 선물을 콕 찝어서 전세 나가게 달라고 하나님께 떼를 쓴 새벽의 기억이 너무나도 절실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그날 새벽의 내 기도에 그만 풋~ 하고 웃음이 나오셨을지도 모른다.

남편 생일 선물로 새 양복도 아니고 새 구두도 아니고 만년필이나 컴퓨터도 아니고, 전세 나가게 좀 해 주면 안되느냐고 하나님께 따지듯이 주문을 했으니 말이다. 그만큼 내겐 간절한 기도 제목이었었다.

그런데 그렇게 감사 기도를 드려 놓고도 혹시 전세 들겠다던 사람이 마음이 변하면 어떡하나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아직 계약을 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마음이 변해서 전세 계약 안하겠다고 하면 도리가 없는 일이다.

그날 저녁 또 간절히 기도했다. 전세계약 하기로 한 이튿날 저녁 6시까지 긴장이 되고 마음을 놓을 수 없어서 순간 순간 기도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계약을 했다고 연락이 오고 계좌에 계약금이 들어 왔을때에야 비로소 안심이 되었다.

그 특별한 날 남편의 생일 선물은 그동안 간절히 기도해 오던 기도가 응답된 것으로 하나님께 직접 받은 셈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문제에 집중 하느라 나는 정작 남편의 생일 선물을 아무것도 준비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아빠 생신이라고 대구에서 올라온 큰딸이 생일케잌을 준비했다. 그리고 점심도 ‘계절밥상’ 이란 곳에 가서 푸짐하게 대접해 주었다. 거기에다가 그동안 풀리지 않던 문제의 ‘기도 응답’이라니… 이만하면 K선교사도 만족할 멋진 생일이 되었지 싶다.

또 기도할 때에 이방인과 같이 중언부언하지 말라 그들은 말을 많이 하여야 들으실 줄 생각하느니라(마 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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