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같이 늙어갈 친구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아침부터 베란다 앞에 놓아둔 작은 원탁을 중심으로 나는 남편과 마주 앉았다.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이다. 결혼 38주년 기념일인 오늘은 특별하다면 특별한 날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내 앞에 마주 앉아 있는 사람과 결혼하고 38년을 살아왔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참 새로웠다.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주님과 동행하며 여기까지 왔네요.” 하나님을 믿는 믿음 안에서 만난 우리의 결혼 생활이었다.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라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살았기에 우리는 이상에 있어서는 갈등이 별로 없었다. 가정의 크고 작은 모든 일을 신앙으로 생각하고 신앙으로 결정 했으니 말이다.

남편과 나는 평신도 시절 교회 봉사를 할때도 늘 한 마음이었다. 우리 삶의 주인공은 언제나 주님이셨다. 그랬기에 우리는 후에 마음을 합하여 선교사가 되어 선교지로 나갈 수 있었다.

친척이나 친구 교류가 적은 선교지에서 살때는 우리는 더더욱 한마음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긴밀한 유대관계를 갖고 살아서인지 우리 부부는 지금도 편한 친구사이 같은 마음으로 살아 가고 있다.

물론 지금도 티각 태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남편과 나는 서로 다른 성향과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대부분 서로의 있는 모습을 그대로 수용하려고 하기 때문에 큰 마찰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이번에 교회를 이전하여 건물을 분양받고 인테리어를 하는 문제만 해도 남편은 반대였다. 이제 은퇴할 나이가 다가오는데 새로운 일을 시작하지 말자는 것이다. 남편의 성향에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은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기실 걱정 스러워 하는 사람은 남편K선교사 만이 아니었다. 연륜 있는 지인 목사님들도 방문하여 걱정을 많이 해 주었으니 말이다. 내가 선교지에 있었기에 한국의 실정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달랐다. 나이가 들어갈 수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적어진다면 나는 그 적어진 활동역량을 복음을 전하는 것에 쏟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아직 목회를 할 수 있는데 왜 그만둬야 한단 말인가.

고하용조 목사님은 교회의 관심은 단 한 사람의 영혼에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하나님이 나에게 붙여줄 그 한 영혼 때문에 교회가 필요 하다면 목사인 내가 교회를 세우고 사역을 할 당위성은 충분했다.

어떤 이는 이미 주변에 수많은 교회들이 있지 않느냐고 질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내가 분양하여 인테리어를 시작하고 있는 주변에도 이미 많은 기존 교회들이 있다. 그것도 규모가 상당히 큰 교회들만도 여러개가 있다.

택지개발 지역인 이곳에 종교부지를 받아서 꽤 넓은 대지에 근사하게 붉은 벽돌로 지은 교회, 백평이 채 안되는 땅을 지하 이층까지 파서 본당을 만들어 300석 이상을 소유한 교회, 상가교회지만 170평 전층을 분양하여 골고루 잘 갖춘 교회등…

그런 교회들에 비해서 우리 교회는 가장 적은 평수인 31평이다. 그 작은 평수를 또 네개의 효율적인 공간으로 나누었다. 나는 칸 나누는데 만 한 달 넘게 고민을 하였다. 유아실을 만들까 말까 하다가 결국 만들기로 하였다.

예배실 13평 유아실 3평 사무실 4평 카페 11평이다. 이 아기 자기한 작은 공간을 제대로 규모를 갖춘 교회들이 본다면 꼭 소꿉장난 하는것 같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희망을 갖는다.

이 작은 공간에서 일어날 사랑과 힐링의 사건들을 기대한다. 죽은 영혼들이 살아나고 병든 영혼들이 치유받으며 외로운 영혼들이 찾아와 위로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인테리어를 하고 있다.

선교지에서는 예배당이 없이도 그런 일을 했지 않는가? 작더라도 사역을 위해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라고 긍정적인 생각만을 갖기로 했다.

이제는 남편 K선교사도 적극적으로 나를 돕는다. 38년동안 살아오면서 아내인 나의 성격을 잘 아는 남편이기에 그럴 것이다. 무엇보다 남편이 나를 인정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남편이 보기에는 내가 하는 일들이 무모해 보이기만 하는데 결국은 내가 그 일을 이루어낸다는 것을 남편은 잘 알고 있다. 무엇보다 나의 믿음을 보장해 주시는 하나님이 계시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편 K선교사는 얼마동안 나를 말리다가 그만둔다. 남편은 차라리 적극적으로 아내인 나를 도와야 겠다고 생각을 바꾸고 지지하고 도와 준다. 그래서 나는 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적은 편이다.

무엇보다도 남편은 기도하는 사람이다. 내가 무언가를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실은 기도하는 남편으로 인해서이다. 금식과 기도로 일관된 삶을 사는 남편은 나의 든든한 백이라고 할 수 있다.

결혼 38주년을 맞은날 우리는 특별한 이벤트도 없었다. 오전내 집에서 두어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고는 큰딸이 보내온 식사비로 지난번 갔던 계절밥상에 가서 점심을 먹은게 전부 였다.

하지만 로맨틱한 편인 내가 결혼 기념일에 남편에게 장미꽃 한송이 받지 않고도 마음이 이만큼 편한 것은 그저 함께 늙어갈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고맙게 생각하게 된 때문이다. 그러므로 불만을 그치자. 항상 기뻐하고 범사에 감사만 하자. 곧 눈앞에 기적이 일어날 것이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 5: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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