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60대 신부의 꽃구두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토요일인 오늘 낮 12시 광화문에 있는 세종문화회관 지하1층 아띠홀에서 뜻깊은 혼인예배가 있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신부는 60이 훌쩍 넘은 초로의 여성목사이다.

세종문화회관 아띠홀, 결혼예식을 거행하는 장소인 그곳은 안정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준비된 테이블에는 맞춤처럼 꼭 맞는 하객들이 앉아서 결혼예배에 참석하였다.

나와는 장신 여동문인 신부는 나의 선교문학 열렬팬 이기도 하다. 나와 동갑내기인 그녀가 결혼 한다고 청첩장을 보내왔을때 나는 놀라우면서도 즐거웠다. 내 주변에 60대의 신부를 종종 본 터라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다.

신랑은 교회의 집사님이면서 직업은 관광회사의 회장님이다. 신부는 초혼이나 신랑은 재혼으로 자녀들도 있고 손주도 7명이나 있는 다복한 집안이었다.

신부는 배한번 안 아프고 자녀들을 얻고 손주 손녀들을 얻은 것이다. 시부모님은 모두 돌아가셔서 시댁에 대한 부담도 없었다. 그저 결혼하여 신랑하고 행복하게 살기만 하면 되었다.

조금 특이했던 것은 신부의 드레스가 땅에 끌리는 긴 드레스가 아니라 미디원피스 스타일 이었다는 것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제자 삼은 베트남 자매가 손수 만들어 준 드레스라고 하였다.

발목이 드러나는 하얀 레이스 드레스 아래로 하이얀 꽃구두를 신은 신부의 작은 발이 무척 아름다웠다.그 구두를 바라 보면서 나는 신데렐라의 유리구두가 생각이 났다.

신부가 살아온 지난 날을 하나님께서 보상해 주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신부는 OM 선교사로 12년간 수단에서 선교사로 활동하였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목사로서 목회를 하였다.

그러다가 혼삿말이 나오고 결국 결혼까지 골인을 한 것이다. 결혼 예식이 끝나고 그곳에서 만난 여목사님 한분과 커피숍에서 교제를 나누었다.

그녀는 신부 목사님의 신대원 동기인 여목사인데 전에 몇번 나와 만난 적이 있었기에 반가운 만남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우리는 커피를 마시며 교제를 나누었던 것이다. 그녀에게서 들은 말이다.

신부가 갓 60이 되기 까지는 결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계속 기도했었는데 나이가 계속 들어가자 결혼 기도는 포기하고 몇년간 하지 않았는데, 몇 년 후 뜻밖에 결혼을 하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 때 해 두었던 기도가 하나님의 때에 응답이 된 것이군요.” 한눈에도 신랑은 좋은 사람인 것이 느껴졌다. 시종일관 웃음띤 얼굴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온유함이 몸에 배인 모습이었다. 내가 신랑에게 “신부 많이 사랑해 주세요” 했다. 그러자 그분은 오히려”목사님(신부)이 집사(신랑)좀 잘 봐 주라고 말씀해 주세요.” 한다.

신부인 S목사님이 전화로 내게 들려 주었던 말도 생각이 났다. “신랑의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안 계셔서 우리 엄마에게 무척 잘해요. 참 감사 하지요.” 남보다 늦게 시집을 간 딸인데 사위가 친정 엄마에게 잘한다니 얼마나 마음 놓이는 일인가.

젊은 시절 주님께 헌신하여 선교사로 살아온 S목사님의 노후를 돌보고 책임 지시는 하나님의 은혜가 참으로 감사했다. 결혼예식을 참석하면서 느끼는 나의 감정은 마치 룻이 보아스를 만난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S목사님이 신은 예쁜 하얀꽃구두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고생하다가 왕자를 만나서 행복한 삶이 시작되는 신데렐라가 생각나기도 하였다. 신데렐라가 유리 구두 때문에 왕자님을 만났으니 말이다.

사랑하는 귀한 여선교사 S목사님은 마치 룻이 보아스를 만난 것과 같고 신데렐라가 왕자님을 만난것과도 같은 삶이 시작될 것이다. 인생의 가을도 짧지는 않다. 왜냐하면 아직 겨울도 기다리고 있으니까..

울릉도가 고향이라는 신랑이 울릉도 특산으로 점심을 대접했다. 생선회와 문어회, 쭈꾸미 볶음과 우렁무침등 생선류가 많이 나왔다. 장어 구이와 함박스테이크 같은 더운 음식도 있었지만 푸짐한 점심 이었다.

S목사님의 결혼예식을 참석하고 나오면서 앞으로도 이런 60대 신부의 결혼식에 계속 초청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머리속에 몇몇 60대의 지인 싱글들의 얼굴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들에게도 오늘 결혼한 S목사님처럼 좋은 신랑감들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나이 들면 들수록 친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인생 최고의 친구는 배우자일 때가 많다. 어느듯 광화문에 어둠이 내렸다. 나는 네온사인이 화려한 길을 걸어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었다.

아내를 얻는 자는 복을 얻고 여호와께 은총을 받는 자니라(잠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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