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치매와 노후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우리집의 아침은 어머니 때문에 한동안 부산해진다. 나는 새벽기도를 다녀와서 어머니를 깨워 드린다. 그리고 세수 하시도록 세면대에 따뜻한 물을 받아 놓는다.

그리고서 수프를 끓이면서 동시에 토스터기에 빵을 넣어 굽는다. 구운 토스토에 크림수프나 옥수수 수프로 아침상을 차리는 것이다. 동시에 계란 후라이도 얼른 한개 부친다. 이것이 보통 우리 어머니의 아침식사이다.

가끔씩은 밥하고 국을 드릴 때도 있고 또 우유에 씨리얼과 과일을 드리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은 수프에 토스토 그리고 계란을 드신다. 다음으로는 어머니가 아침 식사를 마치면 꼭 약을 챙겨서 드시게 해야 한다.

그다음에 나는 세면대로 가서 따뜻한 물을 손에 넉넉히 묻혀서 어머니의 머리를 내 손가락으로 빗겨 드린다. 밤새 주무시면서 눌린 파마 머리를 펴 드리는 것이다. 어머니의 머리 뒤쪽은 자고 나면 늘 눌려있고 새집이 지어져 있다. 한쪽으로 주무시기 때문이다.

그리고 따뜻한 오리털 롱코트를 입혀 드리고 자크를 채워서 목까지 올려 드리고 목도리 털을 세워드린다. 이렇게 어머니의 외출 준비를 하는 것까지가 내가 하는 일이다. 그러면 남편 K선교사는 어머니를 모시고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기하고 있는 치매환자 주간보호센터 차량까지 모셔다 드린다.

이것이 우리 부부의 아침일상이다.
어머니는 치매환자이다. 최근 치매에 대해 설명한 글을 본적이 있다.
치매는 바보라는 것이다. “바보는 의학 뇌수(腦髓)의 병을 앓는 과정에서 또는 앓고 난 뒤에 생기는 지능 저하. 뇌혈관 질환, 노인 치매, 그 밖에 뇌수 기질성 질환에서 나타난다.”고 쓰여 있다.

우리 어머니가 치매를 앓기 시작하신지도 벌써 8년이 되었다. 치매 초기 증상으로 어머니에게 나타난 증상이 있다. 그것은 집안 식구 의심하고 화내기, 물건 가져다가 감추어 두기, 그리고 환영을 보고 한밤중에 밖에 나가기 등이다.

그러더니 어머니는 점차 계절과 날자와 시간을 구분을 못하기 시작 하셨다. 남편 K선교사는 어머니가 쉽게 보실 수 있도록 시간은 물론 날자 요일까지 다 명시된 전광 디지털 시계를 사다가 놓았다.

하지만 세월이 감과 동시에 어머니는 치매가 점점 심해져 갔다. 먹는약과 패치를 붙여서 치매 증세를 조금이라도 완화 시키고는 있지만, 어머니의 치매 현상은 결국 진행되고있었다. 그런데 어머니의 치매가 심해 지면서 특히 화장실에서 문제가 많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틀 전의 일이다. 우리 부부는 인테리어 중인 교회에 다녀 와야 할 일이 있었다. 나는 나가기 전에 어머니에게 군고구마를 드실만큼 접시에 담아 드렸다. 그리고 남은 고구마를 싱크대 저쪽으로 치워 두었다.

그러면 어머니에게 드린 고구마만 드시겠지 하고 그렇게 한 것이다. 언젠가도 고구마를 구워서 세식구가 먹을 분량을 큰 접시에 담아 두었더니 어머니는 그 고구마를 혼자서 다 드셨던 기억이 있어서였다.

이번엔 더 많은 분량의 고구마 였다. 그래서 어머니의 양만큼 덜어 드리고 치워 놓았던 것이다. 그런데 교회에서 돌아와 보니 치워 놨던 고구마가 한개도 없었다. 군고구마가 담겼던 큼직한 볼이 텅 비어 있었다.

“아니, 이 많은 고구마를 어머니가 다 드셨나 보네요.” 정말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다. 세 식구가 먹어도 충분할 분량의 군고구마를 어머니 혼자서 다 드셨다니…

그런데 그 군고마는 전부 어머니 뱃속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화장실 문이 열려있었다. 어머니가 안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양변기를 마주 보고서 무언가를 퍼내고 있었다.

나는 의아해 하며 화장실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어머니가 하고 있는 행동을 보았다. 한번도 보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나는 그야말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소변을 보시고 물을 내린 모양 이었다. 그런데 양변기 물이 빠지지 않고 양변기가 막혀서 물이 가득 차오르자 어머니는 양치컵을 들고서 양변기 물을 퍼내고 있으셨던 것이다.

“아이고~ 어머니 컵으로 양변기 물을 퍼내다니 이게 웬 일이예요. 이 물은 더러운 물이예요.” 나는 너무 놀라서 스테인레스 양치컵을 빼앗아서 즉시 물을 끓여서 소독을 하였다.

그리고 나서 다시 화장실에 가보니 어머니는 이번에는 비누곽 뚜껑을 들고 물을 퍼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머니의 손을 씻겨 방에 들어가게 한후에 막힌 양변기 배수구멍에 압축기를 대고 압축 하면서 물을 빼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양변기 배수구멍 안에서 고구마가 하나, 둘 하고 튀어 나오는 것이다. 양변기 배수구에 압축기로 물을 눌러대자 그리 크지 않은 굵기의 고구마가 두개나 양변기 안에서 올라왔다.

아… 어머니가 군고구마를 드시다가 배가 부르니까 군고구마를 처리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양변기에다 버리신 것이구나 하고 해석이 되어 졌다. 그런데 왜 하필 쓰레기통도 있는데 양변기에 버리신걸까?

아… 이걸 어째…군고구마를 드시다가 남겨 두면 될 것을… 아니면 당신에게 드린것만 다 드시면 될것을… 치워 놓은 군고구마까지 찾아다가 먹다가 다 못 먹으니 양변기에 집어 넣으시다니… 어린아이도 이렇게는 안할 행동을 어머니가 하신 것이다.

아아~ 이젠 우리 어머니는 우리 세살짜리 외손녀 로아의 인지능력만도 못한 인지력의 사람이 되신 것이다. 말하자면 분별력이 전혀 없는 바보가 되신 것이란 말인가?

그래서 이제 어머니를 혼자 있게 두는 일이 점점 불안해지는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군고구마를 화장실에 버린 이번 사건은 치매 환자인 어머니가 지금까지 이런 저런 사고를 치셨지면 처음 있는 일이다. 해가 바뀌어 90세가 된 치매환자의 증표기라도 한듯이…

남편과 한동안 어머니로 인한 소동을 벌이고 나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인간 이라면 누구에게나 다가올 인생의 말년, 그인생의 말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혹은 어떻게 보내도록 상황이 주어지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북한에서 혈혈단신으로 흥남부두에 있던 미군부대 배를 타고 한국으로 오신 어머니… 일생동안 고향과 부모와 가족을 그리워 하신 어머니…북한이 고향인 어머니는 한맺힌 인생을 보내셨다.

나는 어머니의 과거를 알면 알수록 어머니가 불쌍해서 연민의 정을 갖게 되곤 했다. 밤에 주무실때도 커텐을 내려 드리고 미등을 켜 놓고 어머니를 살짝 안고 취침기도를 해 드릴려고 하면 어머니가 오히려 나를 꽉 끌어 안으신다. 사람의 정이 그립고 다정한 손길이 좋으신 것이다.

왜 인생은 이렇게 흘러가는 것일까아기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태어나 부모의 돌봄속에서 성장하여 지정의를 갖추어 간다. 그런데 사람이 늙어 말년이 되면 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그 아기 같은 시기가 다시 인생에 찾아온다.

우리 어머니는 이제 다시 아기처럼 되셨다. 대소변이 더럽다는 인식을 못하니 아기가 아니고 무엇일까? 그런데 벌써 여러차례 목도한 일이 되어버린 이 일이 오늘도 또 일어났다.

어머니가 간식을 드시고 일어나시니까 남편이 “어머니, 화장실 들어가서 손씻고 방에 들어가세요.” 했다. 그런데 잠시후에 남편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화장실로 뛰어 들어 갔다.

그리곤 당황한 목소리로 “어머니 거기가 아니구요 세면대예요. ” 나는 안보아도 훤히 알 수 있었다. 보나마나 어머니는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가서는 양변기에 고여 있는 물에 손을 담그고 씻고 있었을 것이다.

남편이 수도물을 틀어 어머니 손을 씻겨 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불과 몇년전에만 해도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이 우리 집에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깔끔한 우리 어머니
이미지와 너무도 상반된 행동이다

과연 치매에 걸려 바보가 되어 한 사람의 고상하고 아름다운 모든 것들을 상쇄 시키고 인간의 원초적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 이것이 한 사람이 이 세상에 왔다가 주께로 돌아 가는 과정이란 말인가?

오늘은 정말 인생 무상을 느끼는 날이다. 어머니가 양변기에 고구마를 넣은 사건은 그만큼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다. 한편으론 어머니에 대한, 그리고 치매환자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하게된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똑똑했던 사람도 치매에 걸리면 바보가 된다. 치매환자를 전문적으로 돌보는 주간보호센터에 가보면 50~60대의 치매환자들도 적지 않은 것을 볼 수 있다.

노후에 치매에 걸리지 않으려면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 할것 같다 . 그리고 치매 예방을 위한 건전한 삶을 살아 가도록 노력도 해야 한다. 인생길 마지막 가면서 바보가 안되려면 말이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고와 슬픔 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시 9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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