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예술가 or 목수

새벽기도 마치고 나왔더니 눈이 내린다. 눈이 오면 나는 괜히 기분이 좋아진다. 눈이 내리면 강아지들은 눈밭을 빙빙돌며 좋아 한다. 나는 그런 강아지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그처럼 눈 내리는 날이 좋기 때문이다.

나는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유튜브를 켰다. 이런 날 꼭 듣고 싶은 노래가 있기 때문이다. 살바토레 아다모(Salbavtore Adamo)의 ‘눈이 내리네(Tombe Le Neige)를 들었다. 이곡이 끝나면 다른 버전의 노래 ‘눈이 내리네’를 들을 것이다.

애수에 젖은 샹송 가수의 목소리가 내 감성을 자극한다. 내가 원래 좋아하는 것은 김추자가 부른 ‘눈이 내리네’이다. 세월이 지나도 그 노래는 늘 내 마음에 울림을 준다. 더욱이 오늘같이 눈이 내리는 날이면 더 마음이 가는 노래다.

눈 내리는 것을 보면서 좋아하는 노래를 선곡해 들을 만큼 이제는 내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 모양이다. 몇 주 전부터 교회 인테리어를 마치고 새 예배당에서 새벽예배부터 시작해서 예배를 드리기 시작했다.

몇 주 전 교회에 강대상이 들어오던 날이 기억이 난다. 처음에 두 주면 만들 수 있다고 했던 강대상이 조금씩 미루어져 거의 4주 만에야 완성이 되었다. 강대상이 들어온 후부터 예배를 드리려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강대상이었다.

강대상을 직접 만든 로뎀성구의 K집사님이 자신의 스타렉스에 직접 강대상과 필경대와 헌금함을 싣고 왔다. 이불 같은 천으로 강대상을 소중하게 싸서 운반해온 것이다.

내가 이 강대상을 처음 만난 것은 인터넷에서였다. 목재로 만든 이 강대상을 보는 순간 첫눈에 확 끌렸다. 후에도 여러 다른 디자인의 강대상을 보았다. 또 아크릴이나 수정 같은 재질의 강대상도 보았다.

그러나 첫눈에 내 마음을 사로잡은 이 강대상은 여간해서 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결국 강대상을 봉헌하기로 한 H권사님이 나에게 어서 강대상을 선택하라고 재촉을 했을 때에야 나는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바로 내 마음을 끌었던 그 원목 강대상을 맞추기로 말이다. 권사님이 곧바로 강대상 값을 송금해 주었고 로뎀 성구에 강대상 제작의뢰를 했다. 로뎀 성구를 운영하는 목수 K집사님이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목사님 안녕하세요? 로뎀성구의 김** 집사입니다. 지은나 교회 강대상을 기도하며 열심히 제작하겠습니다.”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어지는 강대상이기에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것과 똑같이 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하지만 나 역시 기도하면서 강대상을 기도하며 제작 하겠다는 K집사님을 믿고 기다렸다. 그리고 중간에 아예 필경대도 주문했다. 이처럼 나는 두개의 성구를 주문했다. 그런데 K 집사님은 세 개의 성구를 가지고 우리 교회를 찾아왔다.

K 집사님은 내가 주문하지 않은 헌금함까지 만들어서 선물로 가져다 준 것이다. 아… 이렇게 감사할 데가… 나는 세 개의 성구를 다 사진으로 찍어서 우리교회 인테리어를 맡았던 C 집사님에게 보여 주었다.

C집사님은 “와~ 강대상이 아주 멋집니다. 목사님 그런데 헌금함이 특별히 예쁘네요” 한다. 정말 나는 이때까지 이렇게 예쁜 헌금함을 본 적이 없다. 강대상도 이렇게 마음에 드는 강대상을 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강대상을 만들어온 집사님에게 내가 물었다. “K집사님, 이 강대상 디자인 어디에서 보고 만드신 거예요?” K집사님이 대답했다. “수년 전에 제가 창작해 낸 겁니다. “성구를 만드는 목수는 나무를 보고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강대상을 본다.

마치 조각가가 돌덩이를 보고 그 속에서 살아 숨 쉬는 혼이 있는 존재를 만들어 내듯이 말이다. 미국산 매쉬나무로 만들었다는 이 강대상은 정말 아름다웠다. 인터넷으로 보았던 것보다 강대상 실물은 훨씬 더 예쁘다.

K집사님이 말한다. “이 강대상은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시간이 많이 들어요. 강대상 기둥의 13각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 조각 하나 하나를 붙여서 만들어야 하거든요.” 우리 교회 강대상 기둥은 언뜻 원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13각 기둥이다.

원래 처음에 이 강대상을 고안했을때 K집사님은 12각 기둥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강대상을 맞춘 한 목사님이 강대상 기둥에 십자가를 달아주면 좋겠다고 하였다. 그래서 십자가를 달기위해서 한각을 늘려서 12각에서 13각이 되었다고 한다.

그 말을 듣고 내가 말했다. “집사님 13각이 더 좋아요. 열두제자를 상징해서 12각으로 만드셨을 텐데 13각이 되면 예수님이 열두제자와 함께 있는 거잖아요. 예수님 없는 열 두 제자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러니 13각이 맞는 거예요.”

아무튼 우리 지은나 교회의 초미니 강단을 품위 있고 무게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바로 이 원목 강대상이다. 모양이 날렵하면서도 무게감이 있고 은은한 원목색은 강단 전체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한마디로 예술이다.

작은 부채꼴의 강단에 원형인 강대상은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아름답다. 예전에 금성가전의 선전문구 가운데 있었던 말이 생각난다. “한 번의 선택이 10년을 좌우 합니다.”

이와 같이 우리 교회에 자리매김한 이 강대상 역시 10년은 넉넉히 쓸 수 있을 것이다. 아주 잘 선택한 강대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남양주까지 돌아가야 하는 집사님에게 점심을 대접해서 보내기 위해서 우리가 늘 잘가는 순댓국밥집엘 가자고 했다.

그런데 K 집사님은 너무도 빠르게 식사 값을 자신이 모두 지불해 버렸다. 내가 대접하려고 했는데 말이다. 하는 수 없이 식당에서 팔고 있는 이에 붙지 않는다는 엿을 세상자 샀다. K 집사님의 세자녀에게 한 상자씩 주라고 건네주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K 집사님이 얼마나 강대상을 우리 교회에 갖다 주고 싶었으면 필경대 아랫부분의 여닫이 문짝을 빠트리고 온 것이다. 강대상을 우리 교회에 가져다주기 위해 그가 얼마나 서둘렀으면 하고 생각하니 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물론 필경대 여닫이 문짝 두개는 이튿날 빠른 택배로 곧 도착했다. K 집사님은 우리 교회 필경대도 원래 사용하는 자재보다 더 좋은 고무나무를 사용했다고 하였다. 우리교회 의자가 고무나무로 만든 원목의자인데 자재가 같았다.

그리고 특별하게 예쁜 헌금함은 집성목이다. 사람마다 사명이 다르듯이 나무도 사명이 다 다른 모양이다. 그래서 매쉬나무는 강대상이 되고 고무나무는 필경대 및 의자가 되고 집성목 나무는 헌금함이 된 것이다.

작고 아담하지만 품위 있고, 무게감 있고, 아름답기까지 한 강대상은 보면 볼수록 감동이 된다. 많고도 많은 강대상 가운데 어떻게 저렇게 내 마음에 쏙 드는 강대상이 우리 교회에 들어 왔을까? 그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나는 내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게 만들어진 우리 교회를 볼 때마다 감동하며 감사하게 된다. 그런데 나만 그렇게 감동을 받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며칠 전 방문한 유학생 사역을 하는 한 전도사님은 우리교회를 방문하고서 소품 하나하나에까지 영성이 느껴진다고 하였다.

그런가하면 지난주일 예배에 참석한 나의 시누이면서 남편 K 선교사의 여동생은 “어쩌면 교회 곳곳에 집기며 소품들이 저렇게 잘 어울려요?”하며 감탄해 마지않았다. 사람 마음은 다 비슷한 모양이다.

진정 지은나교회는 교회의 심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테리어 사장인 C 집사님을 비롯해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는 많은 분들이 자신의 재능을 쏟아 부어 만들어낸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내 기분을 알기라도 한 듯이 하얀눈이 내린다. 하늘에서 하얀눈이 소리없이 내린다. 축복과 희망의 눈이 내린다. 폴모리아 악단(paul Mauriat)의 연주 ‘눈이 내리네’가 가사가 없어 더 아름답고 감미롭게 들려온다. 나는 한발 창가에 다가서서 춤추듯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그러므로 내 마음이 기뻐하였고 내 혀도 즐거워하였으며 육체도 희망에 거하리니(행 2:26)”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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