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기다려 주지 않는 부모님

어제 나는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지하철역사에 쓰여 있는 ‘교통문화 선교회’의 글을 읽게 되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마침 이번 어버이주일에 예화로 적용하면 좋을 만한 내용이었다.

공자가 유랑하는 도중에 하루는 몹시 슬퍼하며 울고 있는 사내를 만났습니다. 공자는 다가가 우는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러자 사내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젊었을 때 세상을 돌아다니기 바빠 부모님 곁에 함께 하지 못했는데 집에 돌아와 보니 부모님은 이미 세상을 떠나 버리셨습니다.”

그 후 그는 자식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며 다음과 같이 ‘풍수지탄’ 이라는 시를 읊고는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

나무는 고요하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않고

자식은 봉양 하고자 하나
부모는 기다려 주지 않네.

흘러가면 쫓을 수 없는 것이
세월이요.

가시면 다시 볼 수 없는 것은
부모이시네.

사람들은 바쁜 생활 속에서 부모를 찾아보지 못하다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나서야 그리움에 사무쳐 눈물 흘리는 자식의 모습은 수천년 전부터 지금까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고령화시대가 되어 부모님은 조금 더 기다려 주실 것 같지만 결국 부모님들은 외로운 시간만 더 길어진 것 아닌가 반문해 봅니다. 바람이 그치지 않는 세상에서 부모와 자식이 함께 웃는 소리만큼 힘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나의 부모님도 이제 모두 이 세상에 안 계신다. 어머니는 60회 생신을 몇 달 앞두고 이 땅을 떠나셨고, 아버지는 80세를 한해 남겨두고 이 땅을 떠나셨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35세로 아직 젊은 나이였다. 당시에 이제는 어머니가 내가 사는 땅에 안 계신다는 사실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내게 주어서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울면서 일 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친정 아버지는 내가 선교지에서 비자제한으로 돌아왔을 때 청주에서 혼자 살고 계셨다.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던 나는 매주 아버지에게 내려갔다. 나는 당시 하남에 있는 명성교회선교관에서 살았는데 그곳에서 청주까지는 꼭 120킬로미터였다.

나는 매주 운전을 하면서 청주를 갈 때 마다 그런 생각을 하였다. “아버지가 살아 계시니까 내가 이처럼 매주 고향에를 가는구나. 아버지 계실 때 더 열심히 매주 내려가야겠다. 돌아가시면 가고 싶어도 가게 되지 않을 테니…”

그렇게 매주 아버지를 보러 청주에 가곤 했는데 아버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주무시다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건강하셨기 때문에 최소한 10년 이상 거뜬히 더 사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뇌출혈로 돌아가신 것이다.

이젠 나도 나이 들어서 효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알만한데 부모님은 이미 다 계시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아버지에게 매주 내려가 돌보아 드렸던 것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내게는 좀 위안이 되었다.

당시 나는 신대원생 이어서 재정이 넉넉지 않았지만 아버지에게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미루지 않고 다 해 드렸다. 그런데 그렇게 해 드린 이불이며 전자제품 등을 아버지는 겨우 3년을 쓰시고는 돌아가셨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부모님에게 해드리는 것은 절대 미루는 것이 아니라고 말이다. 자식에게는 못해줘도 해 줄 기회가 또 오고 못해주면 손자에게라도 해 줄 수 있다. 하지만 부모님은 다르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시간에 이 땅을 떠나시기 때문이다.

공자가 만난 슬픈 사내처럼 철들어 자식이 돌아왔을 때는 부모는 이미 안계시고 효도할 기회는 영영 굿바이가 되고 마는 것이다. 어버이날 뿐 아니라 평소에 부모님이 좋아 하시는 것 이라면, 냉면 한 그릇이라도 미루지 말고 사드리는 것이 지혜로울 것이다.

또 한가지 부모님의 사양하는 말을 다 곧이들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시어머님도 “나 죽기 전에 장롱이며 가구 절대 못 바꾼다”고 하셨는데 내가 집수리를 해 드리고, 하얀 예쁜 장롱과 화장대를 장만해 드리니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른다.

또 틀니를 새로 해 드린다고 했을때도 “다 살았는데 뭐하러 하니?” 하고 반대하셨다. 그러나 막내 손녀딸이 “그래도 사시는 날까지 음식 잘 드시고 건강하게 사셔야 한다”며 새 틀니를 해 드렸다. 그런데 지금 어머니는 얼마나 식사를 잘 하시고 건강해지셨는지 모른다.

그러니 부모님의 사양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부모님에게 좋은 것이라면 무조건 다 해드리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부모는 절대 내 형편이 좋아지기를 기다려 주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명령한 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신 5:16)”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세션 내 연관 기사 보기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편집국

시니어 타임즈 US는 미주 한인 최초 온라인 시니어 전문 매거진입니다.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