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과 일본은 이웃이다

박철웅 목사(일사회 회장)

일본 아베 정부는 지난해 10월 말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9개월 만에 경제 보복을 시작했다. 이미 철저히 계획된 것으로 세계의 이목을 사전에 봉쇄해 버린 악의적인 시도였다.

일본이 한국의 주력 IT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수적인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에 들어갔다. 그동안 정부와 기업이 단기 성장에만 집중, 첨단 소재와 부품 개발에 소홀히 해왔다는 증거요, 원천기술의 핵심을 일본에 의존한 결과다.

아베정부는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에 포함된 청구권협정으로 일본의 한국 내 재산에 대한 국가나 개인 청구권이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대법원 판결로 협정을 한국정부가 파기했다고 한다.

한국정부는 대일청구권협정 보상금으로 5억 달러가 넘는 외화와 물자를 받았다. 당시 5억 달러는 일본의 외환 보유액이 21억 달러였으니 근 25%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일청구권협정 후 ‘한일 국교 정상화에 즈음한 특별 담화’를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는 누구와도 손잡아야 한다. 자유와 독립, 내일의 조국을 위해 도움이 된다면 어렵지만 과거의 감정을 참고 씻어버리는 것이 진실로 조국을 사랑하는 길이 아니겠는가. 이것이 나의 확고부동한 신념이다”라고 했다.

또한 “앞으로 결과가 좋을지 불행할지는 우리 자세와 각오에 달려 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사리사욕을 앞세우면 이번에 체결된 모든 협정은 제2의 을사조약이 된다. 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같이 명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던 조국을 위한 선택이었음을 토로하며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박 대통령은 보상금 5억 달러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이후 한국은 해마다 겪어온 보리 고개를 넘어 삶의 질이 급속도로 개선됐다. 무엇보다 중산층이 두텁게 형성돼 민주주의가 뿌리내리며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전기가 마련됐다. 물론 일본이 일제강점기 동안 저지른 과거는 결코 잊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과거에 매달려 미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해서는 더더구나 안 된다.

사실 일본은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다. 일본이 한국근대사 100여 년 동안 행한 악행은 기억 속에서 지울 수 없다. 우리의 수치가 배어있는 치욕의 역사다. 그러나 일본은 자유무역과 자유 시장경제 안에서 서로 협력하며 살아가야 할 우리의 이웃이다. 일본은 한반도가 평화통일이 되면 과거를 거울삼아 동남아의 평화질서를 주도해야 할 상대이다. 과거에 몰입되어 일본을 적폐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

한·일 관계는 역대 최악이다. 문재인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친일’을 적폐로 몰아 공격하여 국민 정서를 헷갈리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남북관계의 해빙 무드로 평화통일을 원한다면 일본과도 좋지 않은 과거사는 서로 풀고 원만한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왜냐하면, 북한에 대한 돌 같은 응어리가 1,000만 이산가족에게도 남아있기에 말이다.

한·일 양국 정부 모두 강대강 대치로 애꿎은 기업만 고통을 당하고, 양국 국민은 정서적 갈등이 더 심해져서는 안 된다. 더 큰 골이 생기기 전에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나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대화로 서로 양보하며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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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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