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부모와 자녀관계의 미학(美学)

어버이날이다. 부모가 있는 사람은 있는대로 부모님에 대해 감사를 기억하게 되는 날이다. 부모가 돌아가시고 안 계신 사람은 부모를 만날 수 없기에 안타깝고 부모님 살아계실 때 좀 더 잘해 드릴 것을…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는 날이다.

나의 친정 부모님도 이미 모두 돌아가셨다. 지금은 90세 되신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고 있지만 시아버님도 85세를 일기로 십수년전에 돌아 가셨다. 100세 장수시대라고 하지만 사실 100세까지 사시는 분들은 소수인 셈이다.

그런데 어버이날인 오늘 페이스북에 올라온 다음의 글을 읽게 되었다.

어 머 니

어머니
당신 뱃속에
열달동안
세들어 살고도
한달치 방세도
못냈습니다.

몇년씩이나
받아먹은
생명의
따뜻한 우유값
한푼도
못 갚았습니다.

이승에서
갚아야 할 은혜
저승까지
지고 가는
뻔뻔한 자식입니다.

홀쭉해진
허리춤은
우리 어머니
걸어온 길이려니 하였습니다.

행여하고
뒤 돌아보니
우리 어머니
보이지 않고

빨간 꽃 한송이
내 가슴에
피어 있었습니다.

잘 살아 보자고
격동기 시절,
허리띠 졸라매고
우는 아이 달래며
항상
우리 곁에
함께 하시던
우리 어머니!

어머니의
그 거친 손길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광대무변
우주 속에
나를
탄생 시키시고
한줄기 빛으로
밝은 웃음
길러주신 어머니……

아름다운
당신의
그 이름속에는
바다가
있었습니다

어머니 !
이 한마디 보다
더 큰 위안은
이 세상에는 없었습니다.

마치 한편의 시와도 같은 글이었다. 나는 누가 요청한 것도 아닌데 윗글을 읽자 말자 순간적인 영감이 떠올라서 순식간에 다음과 같은 답글을 써 내려갔다.

애야

그런말 말아라
너를 낳아 키운것이 어미인 내게 가장 큰 축복이었단다.

네가 태어나 우리 집안에 선사해준
기쁨과 웃음 이 어미가 갚을 길이 없구나

네가 자라면서 부려준 재롱 때문에 네 아빠와 사이가 안 좋다가도 우린 다시 부부 의기투합을 하곤 했었지

네가 자라서 사회의 든든한 구성원이 되어 살고 있는 것을 보니 이젠 에미가 눈을 감아도 되겠구나 싶다

나도 내 부모님의 자녀로 태어나 자라면서 내 부모님의 기쁨과 기꺼움이 되었던 것처럼 너도 내게 그런 기쁨과 기꺼움을 선물해 주었단다.

원래 사람은 내리사랑을 하도록 만들어 졌으니 부모에게 다 못한 효도 안타까워 말고 네 자녀를 키우는데 최선을 다하도록 하여라

오고 오는 세대에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순리란다. 언제나 사랑은 내리사랑이다.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 우리가 갚을 길 없듯이 자녀도 부모에게 그 사랑 절대로 갚지 못한단다.

어버이날 네가 보내준 카네이션 두송이 네가 보내준 사랑스런 머그잔 두개로도 너의 효도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단다.

애야 평안 하거라
사랑한다

너를 낳고 키우며 늘 행복하기만 했던 에미가…

전혀 모르는 사람의 글에 마치 나의 자녀의 글을 읽기라도 한 듯이 감정이입이 되어 글을 썼는데 댓글을 단 사람들은 마치 아름다운 모자지간 같았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나의 자녀의 글이 올라왔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을…하지만 몰랐습니다. 나를 나아 주실 때 견디어 내신 고통을…나를 재우며 수없이 빼앗겼을 밤잠을…나를 가르치기 위해 참고 인내하신 시간들을…나를 먹이고 입히기 위해 감당 하신 희생을…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흘리신 땀을…내게 복을 빌어주기 위해 흘리신 눈물과 기도를…나를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신 아낌없는 사랑을…”

이제 나도 다섯 살 난 딸과 두 살 난 아들을 낳아서 키워보니 조금 알 것만 같습니다..낳을 때 겪는 고통보다 큰 기쁨을, 잃어버린 밤잠에서 오는 피로보다 자녀의 웃음으로부터 얻는 에너지를, 자녀가 성장하도록 인내하며 얻는 교훈을, 내가 감당하는 희생보다 자녀의 건강이 소중한 것을, 매일 흘리는 땀보다 자녀의 성장이 값지다는 것을, 자녀를 위해서 매일 드리는 기도와 흘리는 눈물이 부족하다는 것을…

나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자녀에게 내어주는 사랑으로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의 사랑을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부모님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낳아 주시고 길러주시고 먹여주시고 입혀주시고, 아껴주시고 가르쳐 주시고 언제나 변함없이 지지해주시고 인내해주시고, 도와주시고 기도해주시고, 축복해주시고 신앙의 본을 보여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항상 건강하세요.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아버지 어머니 부디 저희 곁에서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어버이날… 이렇게 부모자녀간에 마음을 주고받고 사랑의 표현만 해도 얼마나 훈훈하고 멋진 날이 되는가? 어버이날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과 표현만으로도 족히 아름다운 날인 것을… 이번 어버이날엔 부모에게 감사의 고백을, 자녀에게 사랑의 고백을 통해 부모와 자녀관계의 미학을 배워보자.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명령한 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신 5:16)”

글/ 사진: 나은혜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편집국

시니어 타임즈 US는 미주 한인 최초 온라인 시니어 전문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