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재난보조와 꼭 필요한 옷 사기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아들이 우리 집으로 왔다. 재난보조금을 사용해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싶다면서 말이다. 나는 우리집 근처에 있는 이마트 트레이더스 안에 있는 노브랜드를 소개해 주었다.

지난번 경기지원금 카드는 결제가 되기에 소개해 준 것이다. 아들과 나는 카트를 두개나 가지고 들어갔다. 이번에 독립해서 살고 있는 아들은 필요한 물건들이 많았다.

드라이기, 전자레인지, 후라이어나 선풍기 같은 전자제품부터 시작해서 쌀과 부식 과일까지 말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를 사고 보니 거의 아들이 쓸 수 있는 국가재난 보조금과 경기보조금을 다 합한 가격만큼 물건을 골랐다.

노브랜드 직원은 재난보조금카드가 결제가 되는 사람도 있고 안 되는 사람도 있더라고 하면서 결제해봐야 안다는 것이었다. 물건을 계산하고 아들이 카드를 제출했다. 나는 꼭 결제가 되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들의 신용카드로 돈을 지불하고 한참을 기다려도 문자가 오지 않았다. 재난보조금이 사용되었을 경우 사용한 금액과 남은 금액이 얼마라고 문자로 오는데 아들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오지 않았다.

나와 아들은 한동안 실망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경기도 재난보조금은 지난번에는 결제가 되더니…이번엔 둘 다 적용되지 않다니… 그럴 줄 알았으면 조금만 사서 결제해 보고 살 것을 하면서 후회가 되었다.

한꺼번에 거의 48만원 가량의 결제를 해야 했으니 나는 아들에게 미안했다. “어떡하니? 물건 도로 물릴까?” 했다. 그러자 아들은 “그냥 두세요 어차피 필요해서 사야했던 것들인걸요” 한다.

물건들을 차에 싣고 이번에는 BYC 김포점에 갔다. 문자로 BYC김포점은 국가재난카드가 된다는 연락을 받았던 터였다. 나는 기왕에 재난카드 사용할거니까 할머니 잠옷이랑 아빠 내복 좀 사 드리면 어떻겠느냐고 했다.

아들은 흔쾌히 그러자고 했다. 그런데 김포 BYC매장은 상당히 커서 속옷류뿐 아니라 티셔츠나 점퍼 바지 같은 것도 있었다. 견물생심이라든가 나는 남편에게 필요한 옷들을 많이 골랐다.

나는 마침 남편이 여름 점퍼가 없어서 두꺼운 점퍼를 입고 다니던 생각이 나서 바람막이용 얇은 곤색의 점퍼를 골랐다. 남편의 티셔츠도 골랐고 속내의도 상하로 몇 벌을 샀다. 사실 전부 꼭 필요했던 것들이다.

그리고 요즘 입을 어머니 잠옷이 다 낡아서 꼭 한 벌 사드려야지 하고 있던 참이어서 나는 팥죽색 계열의 고급스러워 보이는 어머니 잠옷을 한 벌 골랐다. 아차 그러고 보니 내 여름 잠옷도 한 벌 필요했다.

인견이 섞여 시원한 질감의 반바지와 반팔의 잠옷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여성 바지도 있었다. 마침 나도 여름 바지도 하나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곤색의 바지 하나를 골랐다.

아들도 본인이 입을 실내복과 내의를 골랐다. 온 식구에게 꼭 필요했던 옷들을 다 구입할 수 있어서 나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모두가 비싼 가격은 별로 없었다. 어머니 잠옷이 한 벌에 7만 원 정도로 그중 비쌌다.

남편의 점퍼도 적당한 가격으로 5만원이었다. 남자 옷들이 꽤 비싼 편인데…그리 비싼 것은 없어서 재난기금 한도 내에서 다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워낙 여러 가지를 사서 그런지 가격이 꽤 나왔다.

아들이 사용할 수 있는 국가재난카드 액수는 35만원인데 몇 만원 더 나온 것이다. 내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아들 고른 물건 증에서 뭐하나 뺄까?” 했더니 아들은 “그냥 사세요. 제가 조금 더 내면 되지요”한다.

이제 경기재난 보조금만 쓰면 되었다. 다이소에 들려서 아들이 자취하는 집에 필요한 소소한 것들을 샀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 정육점에 들려서 돼지고기, 훈제오리고기, 돈가스 재워 놓은 것 등을 샀다.

그렇게 하여 아들이 지원받은 국가재난보조금과 경기지원금은 하루 만에 모두 사용했다. 아들 덕분에 우리 집 식구들 세 사람 모두에게 마음으로만 사야지 사야지 벼르던 꼭 필요한 옷들을 다 살 수 있어서 감사했다.

사실 이번에 전국민에게 주는 국가재난보조금에 대해서는 애국민들은 염려가 많았다. 나중에 전부 국민에게 다시 세금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고 나 역시 같은 마음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결정하고 시행하고 있는 것이어서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성격의 것도 아니지 않는가. 아무튼 아들이 재난보조금을 사용해서 할머니와 부모에게 필요한 옷들을 사드린 셈이었다.

소상공인들은 그래도 요즘은 경기가 좀 있다고 한다. 액수와 기간이 정해진 재난보조금은 써야만 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돈을 쉽게 쓰는 것이다. 왜냐하면 어차피 기간내에 써야하는 돈이니 말이다.

국민소비를 통해 소상공인들이 그나마 몇 개월 경기가 나아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나비효과 처럼 이 소비가 결국은 국민들에게 다시 세금부담으로 다가온다는 예상엔 마음이 무겁지 만 말이다.

아무튼 가족들에게 필요하기 때문에 사야지 사야지 하면서 벼르고 별렀던 옷들과 내의를 구입했다. 아들의 배려로 그동안 사야하겠다고 생각했던 옷들을 한꺼번에 다 산 것이다. 어쩌면 내가 사려고 했다면 또 차일피일 미루고 그냥 지나갔을지도 모른다.

아들도 한몫에 할머니와 부모에게 한꺼번에 선물을 사 드린 셈이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아들은 생일이나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에 한사람에게 하나씩 선물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한꺼번에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것들을 선물해 주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어머니 잠옷을 사서 기뻤다. 저녁에 어머니가 편안하게 주무시도록 주무실 때마다 꼭 잠옷을 갈아 입혀 드리기 때문에 잠옷은 꼭 필요했고 현재 있는 잠옷은 많이 낡아 있었다. 몇번 사러 갔지만 어머니에게 적합한 잠옷을 찾을 수 없었는데 이번에 마침 어머니에게 잘 어울릴 잠옷을 발견한 것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남편에게 필요했던 점퍼를 구입한 것도 나는 매우 흡족했다. 남방이나 티셔츠위에 걸쳐 입을 얇은 점퍼가 꼭 필요했었지만 선뜻 사러 가지는 않았다. 선교사의 삶이 필요하다고 다 구입하는 삶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회가 주어졌으니 나는 얼른 남편에게 필요한 것부터 골랐던 것이다.

거기에다 생각지도 않았던 내 여름잠옷까지…요즘 날씨가 더워지면서 긴팔과 긴바지의 잠옷은 좀 더웠던 참이었다. 그런데 나에게 적합한 반팔의 시원한 인견 잠옷을 사게 된 것도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런 것을 두고 뜻밖의 선물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재난보조금을 사용해서 자신에게 당장 필요한 물건들을 살 계획을 세웠던 아들은 생각지 않게 모두 조모와 부모를 위해 재난 보조금을 다 사용하게 되었다. 아들이 일부러 계획을 세운 일이 아니라 할지라도 결론적으로 효도하게 된 것이다.

어머니에게도 남편에게도 나에게도 모두가 꼭 필요했던 옷들이기에 이번에 받은 아들의 선물은 참 고마웠다. 부모의 필요를 채워준 아들에게 하나님께서 복 주실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아들에게도 아들의 생애에 꼭 필요한 것을 풍성히 채워 주실 것이다.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명령한 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신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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