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닦 뚫고 내려간 물가…재난지원금 풀린 6월 반등할까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0.3% 하락하며 지난해 9월(-0.4%) 이후 사상 두 번째로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로 돼지고기를 비롯한 농축수산물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국제유가 약세의 영향으로 큰폭의 하락세를 보인 석유류 가격이 발목을 잡았다.

역대 두 번째 마이너스 물가가 나오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저물가 기조에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소비 회복이 더딘 탓이다. 정부는 최근 유가가 반등하고 본격적인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이달 물가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0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71로 전년 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만에 ‘마이너스’ 상승률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개월 연속 1%를 밑돌다 올해 1~3월 1%대로 다시 올라섰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4월 다시 0%대로 떨어지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됐다.

◇석유류 가격 18.7%↓ 물가 상승 ‘발목’

지난달 ‘마이너스 물가’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약세를 나타낸 영향이 컸다. 정부의 무상교육 확대로 공공부문 물가가 하락한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전년동월대비 18.7% 하락했으며 공공서비스도 1.9% 하락했다.

서비스물가도 0.1% 상승에 그쳤다. IMF의 영향이 있었던 1999년 0.1% 상승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외식물가도 전년동월대비 0.6% 상승에 그치면서 부진했다.

식재료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농축수산물이 전년동월대비 3.1% 상승한 가운데 축산물은 7.2% 오르면서 큰폭의 상승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중순부터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의 영향으로 축산물 가격이 다른 품목에 비해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돼지고기가 한 달에 3번 조사하는 과정에서 계속 오르는 모습이었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중 집에서 축산물을 소비한 영향으로 봤는데, 부분적으로 재난지원금 영향이 있지 않나 판단한다”고 말했다.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0.1% 상승하며 지난달에 이어 1999년 12월(0.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이어갔다.

◇저물가 장기화 ‘공급’ 요인 커

‘저물가’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정부는 아직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여전히 코로나19의 불확실성이 크지만 최근 국제유가 상승과 재난지원금 사용 효과 등이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안 심의관은 “경기 부진에 따른 수요 부족으로 물가가 낮아지는 현상이 디플레이션이지만 이번에는 수요측 원인이라기보다는 공급 요인이 크다”며 “석유류 하락도 이번 한 달밖에 되지 않아 이를 두고 디플레이션이라고 판단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과 같은 저물가 기조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 모두발언에서 “물가하락 압력의 확대는 각국의 봉쇄조치로 내수 부진 등 수요 측면의 충격과 유가 하락 등 공급 측면의 충격이 반영된 결과”라며 “이미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세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 소비자물가가 코로나19 전개 양상과 국제유가 흐름 등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면서 휘발유 등 국내 석유류 가격도 상승하는 모습”이라며 “소비자물가 흐름 및 물가 상・하방 리스크 요인 등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점검·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하늬 기자
더 자유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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