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사랑의 밥을 짓자

얼마전에 내가 잘 알고 있는 C국 선교사로 부터 문자가 왔다. “저희 가족과 유학생 몇명 데리고 이번 주일 예배는 선배님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 그 후배 선교사 가족 3명과 한국으로 유학을 온 유학생 3명이 와서 함께 주일 예배를 드리게 되었다. 나는 잠시 고민이 되었다. 젊은 친구들이 오는데 점심을 뭘 해주나?

요즘 우리는 주로 콩나물밥을 해서 미리 담그어 놓은 열무김치를 넣고 비벼서 먹거나 시원한 잔치 국수를 해서 먹곤 했었다. 그런데 청년들이 온다고 하니 고기를 좀 해 줘야 할 것 같았다.

닭 한마리를 사서 닭도리탕 용으로 잘라달라고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부족할 것 같아 한마리를 더 달라고 했다. 청년들이니 어른들과 달리 먹성이 좋을 것이기에 말이다.

통감자를 깎아 넣으면서 점심 먹을 사람 수를 헤아려 보았다. 감자 9개만 깎으면 될 것 같았다. 닭도리탕을 만들때 통감자를 넣어 함께 졸이면 닭국물이 배어 아주 맛있기 때문이다.

토막낸 닭고기도 양념을 해 놓고 감자도 깎아 놓고 이제 준비가 다 되었구나 하고 있는데 왠지 모르지만 감자 한개를 더 깎아 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감자 한 개를 더 가져다가 깎았다. 꼭 열개였다. 이제 닭두마리와 통감자 열개를 넣고 닭도리탕을 만들었다. 예배를 마치고 둥그런 원탁 두상에 음식을 차려서 점심을 먹었다.

특별히 찌개를 따로 끓이지 않았기에 닭도리탕을 각각의 그릇에 담아 주었다. 닭고기 몇덩이에 통감자 하나 그리고 국물도 부어서 말이다. 결과적으로 그 날 닭도리탕은 고기는 물론 국물까지도 조금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통감자 열개는 꼭 필요한 숫자였다. 예정에 없던 한분이 더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와 한 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던 여학생이 아주 맛있게 먹는다. 나는 맛있느냐고 물어 보았다. 그런데 이 여학생의 대답이 나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 여자 유학생은 “저 한국에 온 지 몇 달 되었는데, 한국에 온 이후로 오늘 최고로 맛있는 밥을 먹었어요.” 한다. 문득 중국에 살 때 대학을 한국으로 보내어 기숙사 생활을 하던 막내딸이 생각이 났다.

막내딸은 방학을 하여 부모가 있는 집인 중국에 들어오면 꼭 집밥을 요구했다. 밖에 나가서 음식을 사 주려고 하면 질색을 하였다. 집밥(엄마가 만든밥) 먹으러 왔는데 밖에서 파는 음식을 먹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막내딸이 오면 꼬박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방학이 끝나고 돌아갈때 까지 해 주었던 기억이 났다. 중국 유학생이 내가 만든 음식을 그렇게 맛있다고 느낀 것은 바로 집밥의 향수를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참 많은 세월 밥을 만들었다. 나에게 있어서 선교는 곧 밥을 하는 것이었다. 열심히 시장을 봐다가 한국 음식을 만들어 현지 학생들을 먹였다. 그렇게 6개월쯤 내가 만든 밥을 먹고난 학생들에게 전도는 아주 쉬웠다.

학생들은 이미 나의 사랑의 밥을 마음껏 먹고 마음이 활짝 열려있기 때문에 전도는 저절로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한영혼 한영혼 그리스도께로 인도하던 시절이 문득 그림처럼 떠올랐다.

그런데 이젠 중국에서 만나던 그 학생들을 한국에서 만나고 있는 것이다. 그 날 우리 교회에 와서 한국에 온 후 가장 맛있는 밥을 먹었다는 그 여학생은 자신도 모르게 말했겠지만 나에게는 의미 깊은 메세지를 던져 준 셈이다.

이곳에서 만나는 저 유학생들에게 사랑의 밥을 지어 먹이리라. 그들의 마음이 사랑에 녹아져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아니 그리스도의 밥향기를 맡을 수 있도록….

항상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게 하시고 우리로 말미암아 각처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노라. 우리는 구원 받는 자들에게나 망하는 자들에게나 하나님 앞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니(고후2: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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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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