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소천한 큰 바위얼굴

‘큰 바위얼굴’은 1850년 쓴 나다니엘(너새니얼) 호손의 단편소설(Nathanier Hawthorne, 1804년 ~ 1854년)이다.

이 작품의 배경은 뉴잉글랜드에 정착한 이민자들이 겸허한 마음으로 인간의 형상을 닮은 바위를 바라보며 삶의 의미와 관대함을 배워간다는 내용으로 동화적 요소를 담고 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 어니스트는 자신이 사는 마을에 사람의 얼굴 모양 같은 큰 바위를 보며 그 모습의 고결함과 온화함에 평온을 느낀다. 어니스트는 그 바위를 매일 바라보면서 그 모습을 닮은 사람이 나타나길 기다렸는데 자신이 바로 그 바위얼굴을 닮은 사람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런것을 한마디로 ‘바라봄의 법칙’ 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늘 닮고 싶어 하고 존경하며 바라보고 있는 사람을 닮아가게 된다는 것이 정설이다.

지난 7월15일 오후4시에 안국선 목사님께서 소천 하셨다. 향년 92세이시다. 안 목사님의 핸드폰 번호안에 내 번호가 있었던 모양이다. 문자로 부고를 알려 왔으니 말이다.

내가 안국선 목사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은 2014년 11월 24일 남대문교회에서 있었던 선교모임에서 였다. 당시에 모임장소에 들어 섰을때 나와 남편 K선교사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왜냐하면 이미 돌아가신 한경직 목사님을 똑 닮은 분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한경직 목사님의 동생이신가? 할 정도로 너무나 고 한경직 목사님을 닮으신 분이었다. 그런데 그 분이 바로 안국선 목사님 이셨다.

사실 나는 안국선 목사님이 초면은 아니었다. 그러나 너무도 오래전에 뵈었었고 근 30년만에 재회여서 서로 몰라볼 만큼의 세월이 지난 셈이다. 안목사님은 오래전에 우리부부와의 만남에 대해서 들으시더니 기억이 난다고 하시면서 매우 반가워 하셨다.

젊어서부터 전도자의 삶을 사셨던 안국선 목사님은 우리가 뵈었던 2014년도 80대 후반의 나이에도 교도소 선교를 하고 있었다. 반가운 만남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헤어진 후 다시 만날 기회는 없었는데 이번에 소천하셨다는 부고를 받은 것이다.

아무튼 위대한 전도자 한분이 또 하늘나라로 이사를 가셨다. 우리 다시 만날때까지의 시간을 남겨둔채 고 안국선 목사님은 주님의 품에 안긴 것이다. 나는 예수님께서 얼마나 안국선 목사님을 반갑게 맞아 주셨을까 하는 생각이 저절로 상상이 되었다.

살인범만 30명을 전도한 안국선목사님, 그중에서도 안국선 목사님은 당시 희대의 살인범으로 불리던 고재봉을 전도하였다. 고재봉은 자신을 억울하게 감옥에 보낸 중령집을 출소한 후 찾아가서 한밤중에 도끼를 휘둘러 일가족을 다 살해한다.

그러나 고재봉이 죽인 가족은 엉뚱한 중령의 가족이었다. 자신이 감옥에 7개월 있는 동안 고재봉을 감옥에 넣은 중령은 발령이 나서 이사를 가고 다른 중령가족이 이사와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고재봉은 그것을 모르고 자신과 아무 원한 관계도 없는 일가족을 모두 죽이는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그후 그는 곧 체포되어 사형 언도를 받게 된다. 안국선 목사님은 당시, 성경을 전해주는 권서일을 하던 집사님이었는데 신문방송에서 그 뉴스를 접하고는 고재봉을 전도하라는 성령의 인도를 받아서 고재봉을 위해 기도하기 시작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을 때 회개하여 구원 받고 죽은 십자가 오른편 강도를 묵상하며 살인자 고재봉의 구원을 위해 안국선은 간절히 기도 하였다. 그렇게 3개월간의 간절한 기도가 있은 후 고재봉을 전도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살인마로 불렸던 고재봉은 예수를 영접한 후 유명한 말을 남겼다. 안국선 목사님 간증집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고재봉은 성경을 읽고 구원을 받은 후 감방에서 고함쳤다고 한다. “이놈들아 나에게 예수를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 교회가 예수를 전해주지 않았다.”

안국선 전도자에게 복음을 듣고 거듭난 고재봉은 사형을 당하기까지 교도소 안에 있는 죄수들 1,800명을 전도했다고 한다. 그는 “인애하신 구세주여 내말 들으사 죄인 오라 하실때에 날 부르소서” 찬송을 부르는 가운데 총살형을 당한뒤 천국으로 갔다.

고재봉은 살았을때 성령의 체험을 강하게 했다. 지옥과 천국을 다 경험한 것이다. 고재봉이 지옥에 갔더니 어느 사람이 3년 동안 밥을 못먹고 있는데 지옥에서는 밥을 못 먹어도 죽지 않더라는 것이다.

고재봉이 지옥에 있는 사람에게 왜 이곳에 왔느냐고 물으니 예수믿는 아주머니 때문에 지옥에 왔다고 하였다. 젊어서 교회를 못 갔지만 병들고 나이들어서 교회를 가려고 했더니 교회에 나가는 아주머니가 “젊어서 교회 안오고 다 늙어서 교회를 왜 오느냐 교회가 송장 치우는 곳인줄 아느냐”고 면박을 주어 용기를 못내어 교회에 안갔더니 지옥에 오게 되었다고 대답하더라는 것이다.

반면 고재봉은 천국에 갔던 간증도 안국선 목사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저는 또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는 눈이 부시고 화려한 가운데 공기가 맑고 상쾌한 곳이 나타났습니다. 아름답게 흘러내리는 생명수 물가에는 과일나무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황금길 저 멀리 열두 진주대문 가운데는 하나님의 보좌가 있고 그 옆에는 우리를 위하여 중보의 기도를 지금도 하고 계시는 예수님께서 못박힌 손자국을 어루만지며 우리의 이름을 부르고 계셨습니다. 주위에는 천군천사들이 같이 화답하고 꽃들이 사방에서 아름다운 향기를 뿜어내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안국선 목사님의 고재봉 전도는 이처럼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죄수를 비롯해서 교도관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고 1,800명이라는 많은 사람을 전도하게 하였다. 이처럼 위대한 전도자인 안국선 목사님을 내가 개인적으로 알게된 경위도 재미있다.

30대 초반이었던 나는 청평에 있는 한얼산 기도원에 교회를 위해 기도하러 간일이 있었다. 그때 안국선 목사님이 고재봉 전도한 것을 간증하는 것을 들었다. 집회가 끝난뒤 나는 안국선 목사님을 찾아갔다.

청주에 있는 나의 모교회인 사도감리교회에 오셔서 간증집회를 해 줄 수 있느냐고 했다. 안국선 목사님은 흔쾌히 허락했고 나는 후에 우리 교회 목사님과 상의한 후 안국선 목사님을 우리교회에 초청해서 간증집회를 했었다.

그리고 헤어졌는데 30년 가량 세월이 흐른후 서울에 있는 남대문교회에서 만난 것이다. 여전히 전도자인 안국선 목사님과 그동안 선교사가 되어 외국에서 해외 선교를 하던 선교사인 우리가 만났으니 참특별한 만남이었다.

이제 한국의 성자로 불리는 한경직 목사님이라는 큰바위 얼굴을 너무나도 닮았던 위대한 전도자 안국선 목사님은 이땅에서의 전도자의 사명을 마치고 영원한 안식으로 들어가셨다.

그리고 우리에게 남겨준 메세지가 있다. 예수님을 본받아 살던 한경직 목사님처럼 역시 예수님을 본받아 살던 안국선 목사님은 우리에게 큰 바위얼굴인 전도자의 모습을 남겨 주신 셈이다.

나를 본받아 전도자의 삶을 살아가라고 믿음의 본을 우리 모두에게 보이시고 하늘나라로 가신 것이다. 이제 우리도 이땅에서의 일보다 영원한 나라에서의 삶에 더욱 관심을 갖자.

예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 받기를 원하신다. 그러므로 우리의 일상이 전도하는 일상이 되게 하자. 한영혼이 천하보다 귀하기 때문이다. 지금 여러분 마음속의 큰 바위얼굴은 과연 누구인가?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를 잃든지 빼앗기든지 하면 무엇이 유익하리요(눅 9:25)”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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