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광화문 산책과 꼬마김밥

새벽기도를 마치고 교회에서 나왔다. 그런데 우리교회 건물 맞은편 떡볶이 집이 일찍 문을 열었다. 며칠동안 집안 사정이 있다고 문앞에 메모를 써 붙이고 문을 닫았던 집이었는데…

나는 오가며 그 떡볶이이 집을 볼 때마다 은근히 걱정을 하곤 했었다. 장사가 안되어서 문을 닫은것은 아닐까 하고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을 열었으니 내일처럼 반가웠다.

나는 아침인데…하고 그냥 오려다가 너무 반가운 마음에 나도 모르게 떡볶이집 안으로 들어서며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 뭐좀 팔아주러 왔어요 김밥 있나요?” 이집은 떡볶이 집이지만 꼬마김밥도 팔고 튀김과 순대도 파는 집이다.

아침 일찍 이라서 다른 음식은 준비되어 있지 않았지만 꼬마 김밥은 준비되어 있는것이 보였다. 나는 죽 쌓여 있는 김밥을 바라보면서 “이 꼬마 김밥은 다른곳에서 주문해서 받아다 파시나 보지요? 했다.

그러자 떡볶이집 주인은 “아닙니다. 저희 어머니께서 아침 일찍 만드시는 것입니다.” 한다. 아들이 하는 떡볶이 가게를 도우려고 늙으신 어머니가 꼬마 김밥을 아침마다 만들어 주는 것인가 보았다.

나는 “꼬마 김밥 4팩만 싸주세요.”하고 주문했다가 곧 이어서 “아니, 다섯팩을 싸 주세요.” 했다. 주인은 아침부터 자기네 김밥을 팔아주러 온 내가 고마웠는지 쿨피스 한곽을 서비스로 주었다.

나는 오늘 남편과 함께 광화문에 산책 하러 갈 예정이다. 나는 벌써 부터 김밥을 싸가지고 갈 계획을 세웠었다. 왜냐하면 소풍겸 산책을 가는 것이니까 김밥이 잘 어울릴것 같아서다.

마침 집에 단무지와 우엉채친것이 있어서 달걀지단을 부치고 햄을 구어 넣어서 간단하게나마 김밥을 싸려고 이미 밥도 많이 준비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런데 꼬마김밥을 다섯팩이나 샀으니 김밥을 안 싸도 되었다. 광화문 산책 하러 간다는 것을 알게 된 지인 여선교사님 한분과 같은 노회 여목사님 한분도 나온다는 연락을 나에게 해왔다.

그래서 꼬마김밥을 나누어 먹으려고 넉넉하게 다섯팩이나 산 것이다.

광화문에 도착하니 9번출구는 쇠로된 문을 내리고 경찰이 막아서고 있었다.

시민들은 늘 다니던 9번출구이니 집회가 있는 그쪽으로 나가려고 하고 있고 경찰은 막고… 실갱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그동안 수개월 광화문에서 집회를 했어도 지하철 문을 막아 버리는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

시민들을 제압하기 위해서 공권력을 동원하는 이런 모습은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별로 보기 좋은 모습으로 보여지지 않았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이 광경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겠는가? 왜 경찰이 시민들을 저렇게 제압하지? 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나는 다른 쪽 출구로 해서 지하철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지하철 입구에서 부터 바깥에 까지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동화면세점 앞을 가로지나서 저쪽으로 가는데 한참 시간이 걸렸다. 발디딜틈도 없이 사람들이 빽빽했다.

그런데 전에 집회때는 없었던 광화문 양옆길을 경찰 차량으로 차벽을 만들어 놓았다. 사람들은 자꾸 모여 드는데 차량으로 길을 다 막아 놓았으니 지나갈 수도 없고 상황이 더 복잡해지고 있었다.

시민들이 편안하게 집회를 하도록 경찰 차량을 빼달라고 집행부에서 호소 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차량은 여전히 길게 벽처럼 광화문을 둘러싸고 있었다.

지나면서 보니 몇몇 시민이 우산으로 경찰차를 때리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 아주머니는 물병으로 경찰차량 운전석 쪽을 때리면서 무언가 항의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나중에서야 차와 차 사이에 사람이 끼었었다는 것을 알았다.

쓰러져 있는 시민에게 인공호흡을 하는 장면과 다른 시민 여러 사람들이 사람이 차에 끼었는데 차를 후진 하느냐고 경찰에게 상욕을 하는 동영상이 돌았다. 사건의 진위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애국집회에 나온 수많은 시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국정이 운영되고 문제의 경찰차도 구입했을 것이고 젊은 경찰들은 경찰이라는 직업을 얻어서 삶을 영위해 나가는 것일텐데경찰과 시민이 저렇게 적대적인 관계가 되도록 누가 만들었을까?

집회 장소로 이동하면서 보니 많은 시민들이 비내리는 길에서 불편하게 주저 앉아서 비옷을 입은채로 김밥을 먹는 사람도 있었고 빵을 먹는 사람도 있었다 .내 마음이 안좋았다

대부분 나이도 많은 저분들이 왜 저 고생을 해야 하나…정치가들은 국민들의 이런 고생스러운 모습을 알기나 할까…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이런 애국집회에도 나와서 국민들의 민심을 헤아려야 하는데…

나는 그래도 수도권에 살고 있으니 좀 이른 점심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나왔는데 저분들은 새벽 6시 혹은 7시에 지방에서 올라왔을 것이다. 아침도 제대로 못챙겨먹고 출발했을텐데 점심도 저렇게 소홀하게 드는 모습이 가슴 아팠다.

우리 국민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불쌍한 모습이 되었을까 정권이바뀌고서 부터 대다수의 국민들은 마음 편할날이 없었던 것 같다. 집에서 는 나라 걱정에 밤잠 못자고 고민하고 있다가 오늘 나왔을 것이다.

8.15광복절 국민대회를 통해 나라에 좋은 변화가 일어나기를 기대하면서 자기 한몸의 힘이라도 보태자고 돈과 시간과 몸을 내어서 이렇게 비내리는 광화문 광장으로 나온 것이리라.

아~ 대한민국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국민들의 염원대로 이 나라가 바로 서야 할텐데… 드디어 집회가 시작되었다. 아침부터 비가 왔지만 막상 집회를 시작하고 나서 부터는 간간이 빗방울이 흩날리긴 했지만 쏟아지는 비는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사랑제일교회 성도들이 코로나확진 의구심으로 아무도 나오지 못해선지 봉사할 사람들이 부족한 것일까. 사랑제일교회 젊은 청년들이 늘 흰옷을 입고 활기차게 찬양과 율동을 하며 회중들에게 활력을 불어 넣어 주었었는데…

그래도 집회중에는 소나기가 쏟아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간혹 가랑비가 내렸다가 멈추었다가 해서 다행이었다. 비오지 않게 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는데…하나님은 뜨거운 태양이 내려 쪼이는 것보다 우리가 좀 시원하라고 이런 날씨를 주신 것일까…

메인 집회가 끝나고 전에는 모두 행진을 하도록 했지만 오늘은 집행부에서는 행진을 자유로 하라고 했다.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청와대를 향하여 행진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행진은 광화문에서 더 이상 진행하지 못했다. 경찰차량으로 차벽을 만들어 놓고 경찰이 막고 있어 돌파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돌아가야 했다.

같은 노회 목사님을 만나 따뜻한 커피라도 한잔 하자면서 KFC에 들어갔다. 아침에 동네 떡볶이 집에서 사온 꼬마 김밥을 꺼내서 음료와 함께 나누어 먹었다.

집으로 돌아와 나중에 유투브를 들으니 청와대 올라가는 길을 삼중 사중 차벽으로 쌓고 사람들을 못 지나다니게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이봉구TV)국민들이 홍콩에서 처럼 인간띠로 청와대를 둘러싼다는 말에 그들은 겁이 났던걸까

잘못한것이 없으면 겁낼 필요도 없을텐데… 아니 그것 보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무엇인지 오늘 같은날 국민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그게 그렇게 어려워서 아무 무장도 하지 않은 국민들을 대상으로 철벽같은 차벽을 친 것일까…

소통하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철썩같이 약속을 했지만 막상 그 자리에 서니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일까 애꿋은 경찰들을 동원해서 차벽치고 국민들을 제압하면 다 된줄 아는 것일까

날마다 대한민국 잘되라고 기도하는 이나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근래 정부가 하는 일마다 걱정되고 근심이 깊어간다. 아침에 준비한 꼬마김밥을 커피와 함께 먹으며 시국을 논할 지인이라도 없었으면 훨씬 더 쓸쓸한 광복절이 될뻔 했다.

예수께서 대답하시되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 만일 내 나라가 이 세상에 속한 것이었더라면 내 종들이 싸워 나로 유대인들에게 넘겨지지 않게 하였으리라 이제 내 나라는 여기에 속한 것이 아니니라(요 18:36)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세션 내 연관 기사 보기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편집국

시니어 타임즈 US는 미주 한인 최초 온라인 시니어 전문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