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칼럼] 어느 육군병장의 병영생활…

예! 군인정신은 제 정신이 아닙니다!
군대 X 같다! 오만 번만 하면 제대한다.
현태야! 정 힘들면 전화해라!

김현태 남아공 선교사 / 19기 민주평통 자문위원

오래전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은 칼럼에서 이제 문재인 정부를 때리는 것도 지쳤다고 했는데, 탄핵정국 이후부터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수많은 언론매체들로부터 무수한 매를 맞았고 지금도 맞고 있다. 그러나 결론은 백약(百藥)이 무효(無效)라고 하는 것이다. 우선 유리 턱에 얼음 알 같은 이미지 관리로 알아서 벌벌 기는 유약한 야당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4.15 총선에서 거대 여당으로 몸집을 불린 이후로 현 정부는 고삐 풀린 망아지 모양,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전형적인 조로남불, 추로남불의 수식어를 탄생시키며 철면피(鐵面皮) 안하무인(眼下無人), 막가파식의 질주가 국민들로 하여금 분노를 넘어선 대립(對立)과 이탈(離脫), 파국(破局)으로 몰아가고 있다.

기껏해야 지지율 40%를 밑도는 지금에야 여기저기, 이사람, 저사람 나서서 문재인 정부를 성토하고 입에 거품을 물고 나서지만 초창기 촛불 정권 출범이후 지지율 70~80%를 웃도는 마당에 현 정부에 대해 대립의 각을 세우며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러나 필자는 탄핵정국부터 초지일관 문재인 정부와 정치인들에 대해 날선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으며 아프리카 선교사, 민주평통 자문위원이란 직함과 이름을 걸고 전면에 나섰었다.

언젠가 민주평통 고위직에 계시는 분으로부터 “평통자문위원은 대통령이 임명한 것인데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그렇게 할 수 있느냐?” 는 힐책의 문자가 와서 논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문자를 보낸 것이 기억에 난다.

“민주평통 자문위원은 대통령의 시녀도 아니고 여당의 거수기도 아닙니다.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을 때는 지적해주고 국정운영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나라 돌아가는 꼴을 보십시오! 백성들의 아우성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그런 용기가 어디서 나오느냐고 묻곤 하는데 필자가 이런 소리를 들은 것은 한 두 번이 아니다.

초장기 사역의 현장에서 흉기를 소지한 3명의 강도들에게 우겨 싸여 탈탈 털리면서 죽을 고비를 넘겼었고, 지역 커뮤니티 10명의 리더들과 수많은 다툼이 있었는데 그 중에 어떤 이들은 꿈에 보일까 겁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사실 이 지역에서는 이들의 말이 곧 법이며 돈 몇 푼에 정적을 제거하기도 하는 험한 곳이란 것을 잘 아는데 왜 필자라고 두려움이 없었겠는가?

한 번은 필자를 쫓아 내기위해 협박에 나선 리더들 앞에서 이렇게 여러 번 고함을 쳤었다.

“This land is not your kingdom!” 이 땅은 너의 왕국이 아니다!

그 후에 일이 잘 풀려 이들과 식사를 함께 했었는데 어떤 이가 이렇게 물어왔다.

“폴 너는 왜 우리를 겁내지 아니하느냐? 네가 가라데(태권도)를 하기 때문이냐?” 손짓 발짓을 하며 물어서 이렇게 대답했었다.

“I don’t afraid of man but God.” 나는 하나님 외에 겁나는 사람이 없다.

오랜만에 필을 들었는데 무능한 현 정부의 실정을 드러내기 위함도 아니고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을 성토하기 위함도 아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이어 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 아들의 병역문제가 지겹게 톱뉴스로 올라오면서 필자의 35년 전 군(軍) 생활을 소환하여 이에 한마디 하려고 한다.

논산훈련소 11월 군번 1343~ , 이것은 남자들에게 평생 명함처럼 따라다닌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훈련소에 들어간다고 해서 곧바로 훈련을 받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도 설레는 마음으로 이등병 계급장을 받아 바늘로 꿰매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등병! 최고로 낮은 졸병의 직급이지만 적어도 논산훈련소에서만은 그렇지 않다.

정식 군사 훈련을 받기위해 거쳐야 할 여러 단계가 있는데 기억을 더듬어 보면… 대기병 기간이 한 주간 있었고 그 다음 훈련절차를 밟기 위한 수속과정 장정기간이 며칠 있었는데 일생에서 그 기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었고 철모를 쓰고 총을 메고 훈련을 받고 있는 먼저 기수들이 얼마나 용맹스럽고 부러웠는지 모른다. 장정 기간이 끝나면 정식 군사 훈련을 받게 되는데 그제야 훈련병이 된다. 이 훈련과정 4~5주를 지나야 비로소 빨간 작대기 하나 계급장을 달게 되니 누가 이등병이라고 무시할 수 있겠는가?

이등병 계급장을 다는 순간부터 최대의 관심사가 하루빨리 자대에 배치를 받는 것이며 그 당시 주특기별 후반기 교육이 있었고 일단 각 지역 보충대로 분산되어 거기서 로또의 운명? 을 기다려야 했었다.

논산에서 전설처럼 내려오는 것이 있었는데 시설이 좋은 고급열차를 타면 전방으로 가는 것이었고 낡은 열차를 타면 후방으로 간다는 것이었는데 겨울 12월 말에 훈련을 마쳤으니 눈보라 휘몰아치는 매서운 추위가 기다리는 전방으로 그 누가 가고 싶었겠는가? 그런데 필자가 몸을 실은 곳은 정말 근사한 열차였고 여기저기서 탄성, 아이고~ 곡소리가 울려 나왔다.

그 전설을 이루려는 듯 열차는 하염없이 위쪽으로, 위쪽으로 달리더니만 의정부 101 보충대에 내려놓았고 거기서도 또 기약 없는 지루한 며칠을 보내며 최종 목적지인 자대 배치를 기다려야 했다. 거기서 처음으로 식판을 눈을 녹여서 언 손으로 닦던 기억이 난다.

야~ 이놈들아! 그날이 오냐?

거기서 몇 대의 트럭이 오더니만 우리를 짐짝처럼 실어 사단 보충대에 내려놓았다. 거기서 예비군복을 입은 하늘같은 고참 전역 병들을 만났는데 이들과 나눈 대화가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다.

“야! 군대생활 몇 개월 했냐?” “예! 2개월입니다” “아! 내 화장실에 있을 시간동안 했네!” “야! 언제 제대 하냐?” “예 1986년 … ” “야~ 이놈들아! 그날이 오냐?”

그 당시 현역병 복무 기간이 30개월이었고 그 무렵 제대하는 고참병들은 33개월을 마치고 나가는 그야말로 군대 귀신? 들이었고 필자의 형님들은 36개월, 33개월 만기 제대를 하였다. 훈련소에서 이를 악물고 참고 견디며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모진 세월 참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생각해 보니 필자가 그들이 화장실에 있을 시간동안 군 생활 했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고 앞으로 남은 28개월… 정말 그날이 올 것 같지 않았고 마치 그들이 신? 같이 보였으며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사단에서 2주간 주특기 교육을 마치자 어두움이 뒤덮일 무렵 한 대의 군용트럭이 왔다. 이제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자대 배치의 날이다. 따블백을 매고 트럭에 올라앉으니 덜컹덜컹 또 하염없이 위로 달리기 시작하더니만 피곤한 잠결에 깨어보니 확성기 심리전 방송이 들리고 야! 철책이다 소리치는 것이 들렸다. 더 이상 갈래야 갈 수 없는 어두움이 뒤덮인 철책이 가로놓인 최전방이었는데 이곳에서 필자의 운명과도 같은 자대 내무생활이 시작되었다.

지금 군대가 군대냐? 군대 좋아졌다~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제대하는 전설과 같은 예비군복을 잘 다려 자기 관물대 앞에 걸어 놓은 고참병이 있었는데 그에게서 또 일장 훈시를 들어야 했다.

자기가 처음 내무반에 들어와서 한 일이 제대하는 고참병 예비군복 앞에서 큰절을 했다며

“야 이놈들아! 지금의 군대가 군대냐? 군대 좋아졌다~ 군대 좋아 졌어~”라며 혀를 끌끌 찼다. 다행이 필자에게 큰 절을 하란 말을 안 해서 한시름 놓았었다.

새벽에 보초를 서고 내무반에 들어오는데 컵라면 냄새가 진동하여 얼마나 침이 넘어가는 차에 “야! 이것 마셔라” 하며 자기가 먹던 컵에 조금 남은 국물을 내미는데 꽁꽁 언 입으로 얼마나 맛있게 마셨는지… 지금이라면 그것을 마시겠는가 싶다.

군인 정신은 제 정신이 아니다!

내무 생활을 하면 암기해야 할 것이 많은데 한번은 고참병들이 군인정신이 무엇이냐며 물었다. 그러면 군기가 오를 대로 오른 졸병은 예! 이병 000 관등성명을 큰 소리로 복창하고 군인정신을 외워야 한다.

“군인정신은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므로 군인은 명예를 존중하고 투철한 충성심, 진정한 용기, 필승의 신념, 임전무퇴의 기상과 죽음을 무릅쓰고 책임을 완수하는 숭고한 애국애족의 정신을 굳게 지녀야한다”

그러나 고참병은 씩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야! 웃기는 소리 마라~ “군인정신은 제 정신이 아니다!” “알겠냐?“ ”예! 알겠습니다” “군인정신이 무엇이냐?” “예! 이병 김현태, 군인정신은 제 정신이 아닙니다” 열 번 복창! 하면 열 번을 외쳐야 한다. 그러면 내무반에서 폭소가 터져 나오고 다음 고참병이 위로하러 온다.

군대는 X 같다!

“야! 임마 군대 X 같다! 오만 번만 하면 제대 한다 알겠냐?” “예! 이병 김현태 알겠습니다!” 열 번 복창! 하면 군대 X 같다! 를 열 번 복창해야 한다.

군을 제대로 경험한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기도 하는데 내무생활만 없으면 말뚝 박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따지고 보면 훈련이 힘든 것이 아니라 내무생활이 힘든 것이다. 사실 가만 생각해 보면 군인정신은 제 정신이 아닌 게 맞지 싶다. 필자가 군 생활하던 시기에도 가끔 총기난사와 하극상의 사고를 치는 사병들이 있었는데 들여다보면 그들이 잘못 된 것이 아니라 제 정신으로 군대 생활하던 자들이다.

그리고 “군대는 X 같다” 누가 처음 한 말인지는 모르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앞에서 당하고 뒤에서 모포를 뒤집어쓰고서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군대는 X 같다” 를 외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제대 날자가 코앞에 성큼 다가와 있다.

필자도 제대할 무렵 후배들에게 선배들로부터 들었던 똑 같은 말을 하였다. 그런데 35년이 지난 근래에 제대한 청년을 만났는데 물어보니 자기도 똑 같은 말을 했다고 하여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야 이놈들아! 지금의 군대가 군대냐? 군대 좋아졌다~ 군대 좋아 졌어~”

지금의 군대는 군대도 아니고, 군대는 계속해서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군대가 얼마나 좋아 질지 모르지만 군대는 쉬지 않고 진화한다.

정 힘들면 전화해라!

지금은 이 세상에 안계시지만 군 입대 무렵 외삼촌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현태야! 정 힘들면 전화해라” 그 당시 외삼촌은 육군행정대학 교수로 계셨는데 장성들을 많이 알고 계셨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누구처럼 육본으로 뺄 수도 있었고 따듯한 남쪽나라로 보낼 수도 있었다. 필자가 입대할 때만 해도 집안에 힘깨나 쓰는 사람이 있는 동기들은 그 당시 선망의 대상인 보안대(기무사)나 육본 등 후방으로 많이 빠졌다.

어머님은 좋은 곳으로 빠져 일찍 휴가 나오는 친구들을 보시며 얼마나 부러워하셨고 논산 훈련소 입소 때 입고 간 옷가지와 소지품들을 받아 들고서 몇 며칠을 통곡하며 우셨다고 들었다.

어느 부모가 자신의 아들이 전방으로 배치받기를 원하며 힘들게 고생하는 것을 즐거워하실까? 누구나 다 편한 곳으로 따듯한 후방으로 보내서 편안하게 군 생활하기를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닐까 싶다.

하필이면 필자가 배치 받은 곳이 최전방이었고 군기가 세기로 유명하고 내무생활이 힘들기로 명성이 자자한 부대여서 오죽하면 동기들 중에 총으로 다 갈기고 싶다고 한 친구도 있었고 또 하나 동기의 하극상으로 전체동기들이 매 타작을 당했는데 그 후유증으로 필자는 아직도 엉덩이 뼈 쪽에 통증이 있다.

지금도 생각하면 지긋지긋한 재설작업과 산악구보 그리고 계속되는 고참병들의 횡포와 새벽마다 일어나는 구타는 지옥을 방불케 하였고 견디다 못한 필자도 한 때 야간 행군할 때 벼랑으로 굴러 고의적으로 다쳐서 병원에 3개월만 입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왜 나라고 외삼촌의 마지막 그 달콤한 제안을 생각지 않았겠는가?

그런 유혹이 떠오를 때마다 필자는 두 가지를 생각했었는데 첫째는 이것을 못 견디고 도움을 요청한다면 본인 스스로가 너무나 비겁하게 보였고 둘째는 나마져 빽을 써서 빠진다면 세상이 너무나 불공평하지 않느냐? 란 의문과 탄식이 들어 스멀스멀 올라오는 유혹을 접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자화자찬(自畵自讚) 같지만 22살 청년의 사고와 가치관이 너무나 대견하고 두고두고 자랑스럽지 않을 수 없다.

명심보감에 양약고구 이어병, 충언역이 이어행(良藥 苦口 利於病, 忠言 逆耳 利於行)이란 말이 있는데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롭고, 충언은 귀에는 거슬리나 행실에는 이롭다는 의미이다.

이와 비슷한 것이 성경에 나와 있다.

“생각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롬8:18)”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그 단을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반드시 기쁨으로 그 곡식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로다(시126:5-6)”

이런 정신과 믿음으로 Covid19를 이기고 이 험한 세상에서 모두들 성공자, 승리자가 되기를 기도드린다.

김현태 남아공 선교사 / 19기 민주평통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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