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위로의 여운을 남긴 생일

10월3일 개천절은 내 생일이다. 
작년에 이어 다시 찾아온 내생일을 나는 그저 평범하게 보냈다. 생일 전날에 남편이 나에게 생일 선물로 뭘 사주느냐고 물었다. 나는 꽃은 시드니까 화분을 사달라고 하였다.

우리 집 근처에 있는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도 화분은 팔았지만 썩 마음에 드는것이 없었다. 그런데 마침 세일하는 후라이팬 셑트(후라이팬과 궁중팬)가 보였다.

내가 그동안 써오던 후라이팬이 오래되어서 사용할때 마다 식재료가 자꾸 눌어 붙어 불편했던 기억이 났다. 이번 추석에 녹두 빈대떡을 부칠때도 애먹었던 생각에 생일선물로 후라이팬 셑트를 남편에게 사달라고 하였다.

엄밀하게 말하면 후라이팬은 생일선물로는 안 어울린다. 하지만 지금 그런것 따질때인가? 생일 선물 명목으로 새 후라이팬이 생겼으니 요리가 쉬워질텐데…감사할일이지.

그리고 생일케익도 하나 샀다. 만원도 안하는 아주 저렴하지만 먹음직해 보이는 원형카스테라에오렌지시럽을 뿌려논 케이크도 하나 사서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밤늦게 딸이 전화를 걸었다. 엄마 생신에 뭐가 더 필요하냐고 물어왔다. 나는 이미 며칠전에 네가 보낸 생일선물 받았으니 됐다고 했지만 딸은 뭐를 또 사주고 싶은지 자꾸 묻는다.

마침 쿠션파운데이션이 다 떨어져 가서 필요 하다고 했더니 딸은 그것을 사보내겠다고 한다. 아들은 뭐가 필요하느냐고 카톡으로 묻는데 내가 답장을 바로 안했더니 신세계 상품권을 하나 보냈다고 연락을 해 왔다.

내생일 당일날도 그저 평범했다. 가족들과 미역국 끓여서 식사를 하고 오렌지케이크를 자르고 커피를 마시면서 보냈다. 대구사는 아들과 로아네도 온라인으로 동참해서 생일 축하를 해 주었다. 그런데 내 생일날 위로의 여운을 남겨준 또 한사람이 있다.

추석을 전후로 장안의 화제는 단연 나훈아의 KBS특집공연 ‘어게인 대한민국 나훈아’에 관한 이야기이다. 공연이후 심지어 사람들은 ‘추석대통령 나훈아’라는 닉네임까지 만들어 서 나훈아씨를 칭송 해 주고 있다.

그만큼 우리 국민들의 작금의 복합적인(정치와 경제 안보및 코로나바이러스)힘든 마음에 나훈아씨는 공연도 공연이지만 여러가지 애국적인 말로 국민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주었다는 평이다.

나는 74세의 적지 않은 나이에 열정적으로 1부 고향 , 2부 사랑, 3부 인생 이라는 주제로 대공연을 이끌어 가는 나훈아씨를 보면서 새삼 그를 무게감있게 바라보게 되었다. 그는 이 공연을 준비하는데 8개월의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나훈아씨의 말에 의하면 철저한 준비와 부단한 연습만이 감동의 무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훈아씨가 노래만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는 것이 나는 놀라웠다.

그는 피아노도 기타도 자유롭게 연주하고 자신이 노랫말(가사)도 직접 쓰고 곡도 작곡한다. 이번에 부른 많은 노래가 대부분 나훈아씨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였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신곡이 있었는데 그것은 ‘테스형’ 이라는 노래다. 8월에 발매한 신곡 ‘아홉이야기’ 중에 한곡인 이 노래는 이 혼란의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고뇌하는 한 인간으로서 노래한 상당히 철학적인 노래라고 할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를 친근하게 ‘테스형!’이라고 표현하며 세상이 왜 이렇게 힘드냐고 묻는 재미있는 노랫말도 의미심장하다. 또 그 질문에 대해 소크라테스도 모르겠다고 대답하더라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빵 터진다.

남편이 그 노래를 들으면서 목사답게 한마디 했다. “소크라테스에게 묻지 말고 예수님께 물어 봐야지. 예수님은 인생의 모든 문제에 대답해 주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인데…하하하… 나훈아씨가 아직 예수님을 안믿나?” 한다.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 이렇게 삼위일체 하나님을 믿는 나로서도 남편 K선교사의 말에 백프로 공감한다. 나는 작고한 김준곤 목사님의 백문일답이 생각 났다. 백개의 질문을 던져 놓고 그에 대한 정답은 “예수그리스도!” 라는 한개의 답이 있다는것을… 다음은 ‘테스형’ 전곡 가사이다.

“어쩌다가 한바탕 턱 빠지게 웃는다. 그리고는 아픔을 그 웃음에 묻는다. 그저 와준 오늘이 고맙기는 하여도 죽어도 오고 마는 또 내일이 두렵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울 아버지 산소에 제비꽃이 피었다
들국화도 수줍어 샛노랗게 웃는다
그저 피는 꽃들이 예쁘기는 하여도
자주 오지 못하는 날 꾸짖는 것만 같다. 아! 테스형 아프다 세상이.눈물 많은 나에게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세월은 또 왜 저래. 먼저 가 본 저세상 어떤 가요 테스형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 가요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아! 테스형 “

구도자처럼 절규하는 나훈아씨의 마지막 노랫말이 너무 절절하다. 팬들을 향해 “우리는 지금 별꼴을 다보고 삽니다.” “역사를 공부해 보니 역사속에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을 위해 죽은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일반 국민들 즉 유관순 누나, 논개, 안중근의사같은 여러분 같은 일반 국민들이 나라를 위해 죽었습니다.” 그는 또 의료진들을 격려한다.

“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도록 도운 훌륭한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대한민국의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의료 관계자 여러분들입니다. 그분들이 우리의 영웅입니다 그분들께 여러분 박수를 보내 주십시오. “

가황(가요계의황제)답게 그는 통이크다. 그는 대통령훈장도 거절하고 북한(김정일, 김정은)의 초대도 거절했으며 삼성행사에의 초청에도 거절한 유일한 가수로서 영혼이 매우 자유한 사람이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신의 기획사를 통해 무명으로 대구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때 3억을 기부한 것도 최근 알려졌다. 나는 무엇보다 나훈아씨 같은 인재를 키워낸것은 자유대한민국이구나 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국민의 자유를 지켜 주므로 가수인 그는 그의 재능을 마음껏 키워낸것이 아니겠는가?

특히 이번 공연이 노개런티로 진행된 것도 화제다. 나훈아씨는 당연히 수십억의 개런티를 받을 수 있는 가수인데, 그는 받지 않았다. 자신의 유익을 버리고 오직 국민을 위로 하겠다는 마음, 자유한 영혼으로서 음악을 통해 자신의 나라사랑과 인생철학을 표현한 나훈아씨는 정말 연예계의 신선한 산소같은 바람이 되었다.

그는 ‘고장난 벽시계’ 의 가사에서 “벽시계는 고장이 나서 멈추어 서지만 세월은 고장도 나지 않아”라고 노래한다 나도 공감이 되었다. 그러니까 작년에 왔던 내생일이 올해 또 찾아온 것이다. 세월은 멈추지 않고 흐르니까…

그런 그는 언텍트(Untact:비대면) 공연을 하면서 온라인 팬들을 향해서 말한다. “여러분! 가수는 꿈을 꾸고 꿈을 노래하는 사람입니다. 내속에 꿈이 고갈되어 여러분을 떠나서 11년 동안 세계를 돌아 다녔습니다. 새노래 하나가 나오려면 보통 6개월~1년이 걸립니다. 책도 많이 읽어야 좋은 가사를 쓸 수 있습니다.”

“여러분! 세월에 끌려 가는 사람이 있고 세월을 이끌어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세월에 끌려가지 말고 세월을 붙잡고 사는 사람이 되세요. 그러려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김동건 아나운서가 나훈아씨에게 언제까지 노래 할거냐고 묻자, 그는겸허하게 대답한다. “안그래도 지금 언제 노래를 그만둘지 시간을 보고 있습니다. 언제 무대에서 내려올지를 생각중에 있습니다 얼마 안갈겁니다.”

그러자 김동건 아나운서는 “안돼요 100세까지는 노래 불러야 해요 내가 지지합니다.”하고 덕담을 했고 나훈아씨는 “고맙습니다”라고 응답하며 두사람은 코로나 시대의 주먹악수를 서로 나누었다.

내가 TV를 보고 있으니 슬쩍 내옆에와서 나훈아씨의 공연과 편집후기를 TV로 지켜보던 남편이 한마디 한다. “남자중에 훌륭한 남자를 상남자라고 하는데 나훈아씨 이제 보니 남자중에 정말 상남자네” 한다. 칭찬을 한 것이다.

지극히 평범하게 보낸 내생일날이었지만 나훈아씨의 특집프로와 후기를 보면서 위로의 긴 여운이 남을것만 같다. 그는 한가지 일만 하면서 54년간 가수로 살아온 사람이다.

그처럼 자기 일에 내공으로 충만한 가요계의 거인이 어떤 가수로 남고 싶으냐는 김동건 아나운서의 질문에 “나는 유행가 가수인데 유행따라 노래 부르면 되지 어떤 사람으로 남을 필요가 있나요.” 하고 겸손하게 대답한다.

놀랍게도 전혀 자신을 내세우려는 태도가 없다. 자기 인생에 자신이 있는 것이다. 사람 중에는 난사람 든사람 된사람이 있는데 인격의 완성을 이룬 사람을 된사람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는 된사람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정말 잘 준비된 훌륭한 공연을 본 것으로 내 생일잔치도 흘륭하게 갈무리(마무리)되었다. 그가 가르쳐준 커다란 교훈은 “국민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나라 1등 국민입니다.”였다. 이 훌륭한 국민들을 제대로 섬길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나타날 것을 소망하게 해 준 말이다.

많은 국민들이 부모 형제 기다리는 그리운 고향에도 못 가는 이번 쓸쓸한 추석에 가황 나훈아, 그가 국민 위로의 끝판왕이 되어 주었다. 아울러 지극히 평범하게 보낸 내 생일에 위로가 되는 좋은 추억의 여운을 간직하게 해 주었다.

“하나님이 말씀하시기를 말세에 내가 내 영을 모든 육체에 부어 주리니 너희의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너희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보고 너희의 늙은이들은 꿈을 꾸리라(행 2:17)”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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