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백만원의 기적

많은 사람들이 버킷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버킷리스트는 보통 자신이 죽기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말한다. 그러나 반드시 시한부 삶을 남겨둔 사람이 아니더라도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서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왜냐하면 언제 어느때 내가 하고 싶었던 그 일을 실행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런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평상시에도 늘 묵상하고 소원하곤 한다

그러면서 살아 가노라면 아주 우연한 기회에 때가 찾아 온다. 그 일을 실행 할 수 있는 어떤 상황이 주어지거나 사건이 생기거나 기회가 찾아온다. 그래서 평상시 늘 생생한 청사진을 머리속에 그리고 있던 일들은 기회가 왔을때 망설이지 않고 단호하게 그 일을 결정하거나 실행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버킷리스트라고 해도 생생하게 마음에 그리고 있지 않던 일은 기회가 찾아왔을때 확신이 잘 안서서 기회를 놓쳐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나는 나의 버킷 리스트중의 한 가지를 아주 뜻밖의 기회에 실행할 수 있었다.

한달전 쯤인가 우리교회겸 선교회사무실에 현재 한국에 들어와 있는 시니어 선교사님 부부가 방문한 적이 있었다. 우리는 교회에서 대화를 나누다가 점심때가 가까워서 먼저 식사를 하기로 했다.

선교사님 부부와 우리 부부는 샤브샤브를 먹으러 갔다. 고기를 빼고 야채와 샤브샤브 부속 재료들은 무한리필인 집이어서 매우 풍성하게 먹을 수 있었다. 모처럼 방문한 선교사님 부부에게 별로 해 드릴것도 없는데 점심한끼라도 맛있는 것으로 잘 대접하고 싶었다.

즉 따로 선교헌금을 준비하지는 못했었다는 말이다. 우리의 재정형편도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점심이라도 한 끼 따끈하게 잘 대접해서 보내 드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월남썀 샤브샤브를 주문했다.

선교사님 부부는 샤브샤브를 정말 맛있게 드신다. 한국온 지 한달 지나가는데 샤브샤브는 처음 먹는다고 하면서 매우 흡족해 하였다. 그런 선교사님 부부를 바라보면서 우리 교회에서 좀 멀긴 했어도 이집에 오길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교회에 보통 손님이 오면 잘 가는 곳은 교회근처에 있는 맷돌손두부집이다. 그곳도 해외에서 들어온 선교사님들이 아주 좋아한다. 선교지에서는 직접 맷돌에 갈아 만들어 주는 양질의 두부를 먹어보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샤브샤브집에 오길 참 잘한것 같다. 선교사님 부부가 저처럼 맛있게 먹어 주시니 말이다. 그런데 샤브샤브를 맛있게 들고 있는 두분 선교사님을 바라보면서 나는 나의 버킷리스트가 문득 생각이 났다.

그것은 바로 다름아닌 돈에 관계된 이야기다. 선교지에서 잠시 돌아온 선교사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다. 후원교회나 후원자들은 모처럼 고생하고 고국에 들어온 선교사님들에게 일인당 수만원씩 하는 비싼 한정식이나 일식등의 근사한 식사를 대접한다.

그런데 사실 선교지에서 들어온 선교사님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현금이다. 병원에도 가야하고 이곳 저곳 다니려면 교통비도 필요하고 선교지에 사가지고 갈 물품들을 사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너무 잘알고 있다.

그런 선교사의 고국방문에 대한 이해는 나로하여금 한가지 소원을 갖게 했다. 즉 고국 방문을 하는 선교사님들에게 한번에 백만원의 선교헌금을 드리는 것이다. 한국에서 10만~20만원은 정말 별로 쓸게없다.

그래도 한 백만원쯤 후원해 주면 어느정도 푸근한 느낌을 가지고 한동안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나는 그동안 많이 하곤 했다. 그래선지 어느새 그것이 나의 버킷리스트가 되었다. 형편이야 어찌되었든지 일단 꿈이라도 꾸어야지

그래서 나의 버킷리스트에 선교사님들이 고국에 돌아왔을때 백만원을 선교헌금 해주는 꿈을 꾸게 된 것이다. 물론 그동안 한번도 실행해 보지는 못하였다. 왜냐하면 재정면에서 늘 내코가 석자였으니 말이다.

샤브샤브집은 아예 손님들에게 서비스 하기 위하여 작은 카페도 가지고 있어서 우린 그곳으로 옮겨서 커피까지 마시고 점심을 마쳤다. 남편에게 두분 선교사님을 모시고 먼저 교회로 가시라고 하고 은행CD기에서 백만원을 찾았다.

우리는 다시 교회로 돌아와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리고 두 분이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그런데 선교사님 부부 두분이 대화 나누는 것을 잠간 듣게 되었다. 달러통장에서 천불을 찾아야겠다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 이분들이 지금 돈이 없구나 달러는 선교지에 들어가서 써야할텐데 굳이 달러를 한화로 찾아 써야 한다는 것은 쓸돈이 없다는 뜻이다. 나는 하나님께서 왜 나의 형편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백만원의 헌금을 준비하게 했는지를 알게 된 셈이다.

혹자는 나를 보고 “아니 자기 코가 석자면서…남의 코 닦아 주기전에 자기코나 잘 닦지” 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가 성령의 음성에 순종하고자 할 때에 이것 저것 너무 따지면 순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차를 타고 떠나는 선교사님에게 나는 선교헌금 봉투를 내밀었다. 선교사님에게서 당장 반응이 왔다. “아유~ 서로 같은 형편에 무슨 헌금을 하시고 그러세요.” 하지만 선교사님은 결국 선교헌금을 받고 떠나셨고 얼마후 문자를 보내왔다.

너무 큰 금액이 들어 있어서 깜짝 놀랐다고 하면서 매우 감사해 하는 내용이었다. 아무튼 나는 나의 버킷리스트에 있던 목표의 첫단추를 꿰었다. ‘선교사에게 백만원 지원하기’리스트에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선교사는 누가 될지 나도 모른다.

우리 재정이 어려운 것을 뻔히 아는 남편도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별말을 하지는 않는다. “음… 선교사님네가 좀 느긋하게 쓰실 수 있겠네”할 뿐이다. 그런데 그렇게 한주간이 지났을까 했을때이다.

어머니가 틀니를 잃어 버려서 맞추어 드려야 하는데 재정은 별로 없고 난감해져 있을 때였다. 종종 우리 사역에 후원을 해 주던 집사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돈이 좀 들어온게 있어서 선교후원금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전에도 몇십만원씩 후원해 준 집사님이라서 이번에도 그 정도 해주시겠구나 하고 나는 생각 했다. 그런데 얼마후 집사님이 보내온 후원금을 확인해 본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선교사에게 한번에 백만원 지원하기’ 버킷리스트에 첫 삽을 뜨고 두 주전에 우리교회를 방문한 선교사님 부부에게 헌금한 백만원이 그대로 들어와 있었다. 더도 덜도 아닌 꼭 백만원이 말이다. 아… 이럴 수가…

나는 코끝이 찡해지며 가슴에 따뜻한 기운을 느꼈다. 마치 하나님께서 나에게 그러시는 것만 같았다. “네코가 석자일때 남의코 닦아주는것 내가 다 보았다. 그럼 이제 내가 네코를 닦아주마” 감동이 밀려왔다. 나는 나도 모르게 찬송가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구주예수 의지 함이 심히 기쁜 일일세 영생 허락 받았으니 의심 아주 없도다. 예수 예수 믿는 것은 받은 증거 많도다 예수예수 귀한예수 믿음 더욱 주소서”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지니라(갈 6:10)”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편집국

시니어 타임즈 US는 미주 한인 최초 온라인 시니어 전문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