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변화무쌍한 우리 어머니의 나날

20201229 나은혜 scaled

한해가 다 갔다. 벌써 우리 어머니의 머리가 많이 길었다. 파마를 해 드린지 얼마 안된것 같은데 참으로 우리 어머니의 머리카락은 빨리도 자란다. 이제 며칠 안있으면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데 어머니의 머리를 단정하게 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나는 어머니를 모시고 파마를 하러갔다.

머리를 예쁘게 해 드린다는 내말에 어머니는 흔쾌히 나를 따라 나선다. 오늘은 요즘 보기 드물게 어머니의 기분이 고양 되어 있다. 나는 다행이라고 생각 하면서 어머니를 모시고 지하주차장으로 가서 자동차에 시동을 걸었다. 늘상 다니던 신월7동에 있는 미용실로 가려는 것이다.

우리 어머니는 요즘 변화무쌍(변하는 정도가 비할데 없이 심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지병인 알츠하이머(치매)의 진행이 점점 진행하며 병의 정도가 심해져서 그럴 것이다. 어머니의 변화가 무쌍한 변화에 따라서 나도 한번도 경험해 보지 않았던 치매환자돌봄이 역활을 감당해야만 한다.

어머니의 변화에 나도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나도 때로 자꾸 속이 상하고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수님이 치매걸려서 어머니의 모습으로 우리집에 와서 사신다고 생각하면서 부터 어머니를 모시는 내마음이 많이 편해진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 어머니의 변화는 정말 장난이 아니다.

우리 어머니는 보통 잠귀가 매우 밝은 편이다. 어떤때 내가 살짝 어머니 방문을 열고 들어가서 자리끼 물을 떠다 놓고 나오려고 들어가면 벌써 누가 왔는지 낌새를 알아 차리신다. 눈만 감고 있을 뿐이지 당신 주위의 작은 변화에도 아주 민감한 것이다.

그런 어머니가 며칠전에는 참으로 이상하였다. 나는 보통 새벽기도를 다녀오면 어머니 방문을 먼저 연다. 기저귀도 교환해 드리고 또 아침을 드시도록 깨워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방문을 열면 보통 깨어 있는 반응을 보이던 어머니여서 나는 평상시처럼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어머니~ 일어나세요.” 그런데 어머니는 미동도 없다. 나는 어머니를 흔들지 않고 목소리로만 계속 불렀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 아마도 열번을 넘게 그렇게 어머니를 불렀나 보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여전히 미동도 없다. 나는 순간 속으로 흠칫하면서 벌써 천국으로 이사를 가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계속 불렀다.

나는 다시 몇번을 더”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불렀다. 그렇게 십여번을 어머니를 부르고서야 어머니는 눈을 뜨셨다. 아마도 평상시 같지 않게 깊은 잠에 빠지셨던 모양이다. 아무튼 나는 그렇게 깊은 잠에 빠진 어머니를 본적이 별로 없었기에 매우 놀랐던 것이다.

어머니의 변화는 또 있다. 우리 어머니는 내향적인 분이다. 누가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이상 먼저 말을 하시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요즘 어머니 방에서는 쉴새 없이 말소리가 들린다. 어떤때는 누군가를 욕하는 거친소리도 들린다. 혼잣말을 그처럼 요란 스럽게 하시는 것이다.

최근에 일어난 어머니의 부정적인 변화는 또 있다. 얼마전만 해도 어머니의 옷을 갈아 입혀 드릴때 어머니는 보통 나에게 협조적이었다. 또 기저귀를 갈아 드리고 물티슈로 몸을 닦아 드리면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도 하셨었다. 그런데 요즘 우리 어머니는 확 달라지셨다. 우선 옷을 갈아 입히려고 하면 전혀 협조를 안해 주는 것이다.

옷을 갈아 입히려고 벗기거나 입히려고 하면 다리를 쭉 뻗어 버리는등 몸을 뻣대(뻣뻣하게) 버린다. 안 벗고 안입으려고 심술을 버리는 어머니의 겉옷부터 속옷까지 내가 다 벗겨 드려야 하고 다시 속옷부터 겉옷까지 내가 다 입혀 드려야 한다.

그리고 양말까지도 다 신겨 드려야 한다. 얼마전만 해도 옷을 내 놓고 입으시라고 하면 어머니는 잘 입으셨었다. 양말도 혼자 잘 신으셨다. 내가 도와는 드렸어도 스스로 옷을 입고 벗는 일에 협조적이었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이젠 옷을 입고 벗는 것 조차도 개념이 없어졌나 보다.

어머니의 변화는 그것만이 아니다. 얼마전 틀니 한쪽을 어디엔가 버려서 틀니를 새로 맞추어 드렸다. 어머니는 벌써 25년 넘게 틀니를 끼고 생활해 오셨기에 틀니를 끼고 식사 하는 것이 매우 익숙하실 터였다. 그런데 요즘 어머니는 자신이 틀니를 꼈는지 안꼈는지 전혀 분간을 못하신다.

틀니를 세척제에 담가 놓아도 화장실에만 오면 습관처럼 틀니를 꺼내어 끼시던 어머니셨는데, 요즘은 자신이 틀니를 끼고 식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아예 못하시는 모양이다. 엇그제도 틀니를 끼셨으니 잘 드시겠지 하고 식사할때 알타리무우김치를 작게 잘라서 드렸다.

그렇게 어머니는 식사를 다 하셨다. 그런데 아차~ 어머니는 틀니를 끼지 않고 식사를 그냥 하신 것이다. 옛말에 “이빨 없으면 잇몸으로 먹지”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어머니는 틀니 없이 잇몸으로 드셨는지 딱딱한 무우도 틀니도 끼지 않고 다 드신 것이다. 틀니 에피소드는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어제도 식사를 하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내가 “어머니 이~ 해 보세요” 했더니 이~ 하는 어머니 입안에 틀니가 안보인다. 그런데 식사를 벌써 한 절반은 하셨다. 내가 놀래서 틀니를 찾아서 가져다 드렸다. 식사 도중에 물로 입안을 헹구어 내고 어머니는 다시 틀니를 끼고는 식사를 하셨다. 이 역시 우리집 식탁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문제는 어머니 스스로가 자신의 입안에 틀니가 있는지 없는지 자각하지를 못한다는 것이다. 마치 아기가 물이 뜨거운지 찬지 자각하지 못하고 끓는 물도 만져서 사고를 당하는 것처럼 어머니는 이제 자각하는것도 분별력도 다 상실하신 것 같다.

요즘 우리 어머니의 또 다른 변화는 떼를(고집을) 많이 쓰신다는 것이다. 얼마전만 해도 내가 어머니를 돌봐 드리는 사람(우리어머니 의식속에선 내가 선생님)으로 알고 있으셔서 내가 하라는 대로 잘 따라 하셨었다. 그런데 요즘 어머니는 “싫어, 안해, 안먹어, 안가” 등의 언어를 쓰면서 나의 지침에 계속 반기를 드신다.

아침에 내가 어머니 방에 들어가서 창문 블라인드를 올리면서 “어머니 일어 나세요” 하면 어머니는 금방 “싫어” 하신다. “자 아침 드시고 약도 드셔야죠” 하면 금방 “안먹어” 하신다. 전에 같으면 어머니는 식사하라는 말 보다도 약을 먹어야 한다는 말에는 곧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었다.

수 십년 동안 여러가지 약을 먹어온 어머니는 자신의 몸이 약을 먹어야 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신 분이다. 그래서 식사를 하라는 말 보다는 “밥을 드시고 약을 드셔야지요.” 란 말에는 아뭇소리 없이 일어나곤 하시던 분이다.

그런데 요즘은 무슨 말을 해도 말을 잘 듣지 않으신다. 게다가 엄살이 얼마나 심해 지셨는지 손만 잡아도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신다. 그런데 실제로 아프신게 아니다. 어쩌면 어머니가 어린아기 였을때의 방어기재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어머니가 하시는 행동은 꼭 아기같으니 말이다.

어제는 주일 이었다. 아침을 드시고 다시 자리에 누우셨기에 좀 쉬시도록 했다가 시간이 되어서 어머니 방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일어나세요. 교회 가셔야죠. “그러나 어머니는 침대에 더 늘어 붙는 시늉을 하시면서 “싫어 안가” 하신다.

나는 “권사님이 주일 예배를 빼 먹으시면 안되지요. 일어나세요.” 했더니 화를 내신다. “내가 가고 싶으면 가는 거지 가기 싫은데 왜 그래요?” 실갱이가 시작되어 십여분이 흘러 갔다. 어머니는 완강했다. 절대 일어나지 않으려는 자세였다.

내가 “어머니, 교회가기 싫어하고 예배 드리는 것 싫어하면 안되요. 천국 가셔야 하는데 자꾸 그러다가 지옥가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러자 놀랍게도 어머니는 절대 안해야 할 말을 하신다. 어머니는 대뜸 “응 나 지옥가도 괜찮아 나 지옥갈께 “ 하시는게 아닌가?

그때 나는 깨달았다. 어머니를 교회 못가게 막고 있는 또 다른 존재, 즉 마귀가 어머니에게 역사하는 것을 감지했다. 그래서 나는 큰 소리로 마귀를 꾸짖었다. 어머니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마귀를 꾸짖고 나가라고 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어머니는 다음 순간 순순히 내 손을 잡고 일어나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니 지난 주일에도 예배 드리러 갈때 실갱이를 했던 기억이 났다. 어머니가 치매로 인해 정신이 약해지자 마귀가 자꾸 틈을 타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방비를 해야 한다. 나는 이제 매일 어머니를 모시고 예배를 드려야겠다.

아무튼 지금 하나님이 나에게 맡겨주신 성도인 우리 어머니를 나는 영육간에 잘 케어해야 한다. 어머니가 마지막 이 땅에서 승리를 얻어 천국에 안전하게 입성하시기까지 사랑으로 돌보며 그 영혼을 지켜 드려야 한다. 그 일이 내게 맡겨진 것임을 나는 깨닫고 있다.

파마머리를 예쁘게 한 어머니를 다시 자동차에 태우고 나는 16킬로미터를 다시 운전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따라 어머니는 매우 기분이 좋으신 것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자동차 안에서도 어머니는 기분이 좋았다. 자, 이럴땐 어머니가 은근슬쩍 좋아하시는 농담을 건네어야지.

그래서 나는 “어머니 오늘 머리 예쁘게 하셨는데 내일 주간보호센터에 가셔서 멋진 할아버지와 데이트좀 하세요.” 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내 말이 과히 싫지 않으신지 웃음띤 얼굴로 나를 바라 보신다. 혹시 어머니 머리에 그리시는 모모 할아버지가 있으신건 아닐까? 나는 짐짓 즐거운 의심을 해 보았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 하신 것이니라(마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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