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40년의 사랑,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며칠전 대구에 사는 아들과 페이스톡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아들은 내가 “아빠가 엄마에게 결혼40주년 기념선물로 애플아이폰12 프로 512GB 사 주었어”라고 했더니 “그래요? 야~ 아이폰 12프로에 제가 선물한 에어팟프로 꼿아서 음악 들으면 끝내 주겠는데요.” 하면서 무척 기뻐한다.

이번에 내가 남편에게 선물 받은 애플아이폰12프로는 스마트폰으로서는 국내 최고 용량이다. 무려 512GB(기가 바이트)이다. 아들은”하하하… 아빠가 내가 엄마에게 애플에어팟프로를 선물해 드려서 도전을 받으셨나 보네요. 아빠는 당연히 엄마에게 최고 좋은걸로 선물해 드려야지요.”한다.

아들은 한달여 전에 나에게 애플에서 3세대로 출시한 최신 블루투스 이어폰인 에어팟프로를 선물해 주었다. 이것도 삼십만원이 넘는 고가제품이다. 아들은 일전에는 에어팟 2세대를 이번엔 에어팟3세대를 사 주면서 하나는 아빠가 쓰고 하나는 엄마가 쓰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 애플3세대 블루투스 이어폰 에어팟프로의 성능과 사운드가 얼마나 좋은지 에어팟프로를 귀에 꼿고 음악 감상을 하면 정말 감탄할 정도다. 스테레오로 반주와 음이 아주 입체적으로 들리기 때문에 마치 음악 감상실에 가서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감상하는 느낌을 준다.

지난 화요일이다. 새벽기도를 마치고 나서 남편이 나에게 말을 꺼냈다. “아무래도 당신이 쓸 새로 출시된 아이폰을 이번에 하나 사야 하겠어.” 라고 한다. 나는 곧장 대답했다. “아이폰은 너무 비싸요. 좀 더 기다려봐요. 내년엔 좀 싸지지 않을까요?” 내가 자꾸 저지하자 남편은 결심을 굳힌듯 단호하게 말한다.

”자,그럼 우리 이렇게 하지. 가위바위보 로 결정하는 거야 내가 이기면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고, 당신이 이기면 당신의 의사를 내가 따를께”이렇게 말하면서 가위바위보를 할 폼으로 손을 내밀던 남편이 흠칫 하더니 뭔가 불안한 듯 다시 손을 거두어 들인다.

그러면서 “여보, 그냥 내가 사주고 싶으니까 그냥 사게 해요.” 남편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내 입가에 의미 있는 미소가 번져 나갔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나는 오히려 손을 쑥 내밀었다. ”자, 가위 바위 보”해요. 그러나 남편은 손을 여전히 주춤 거리면서 쉽게 내밀지 않는다.

가위 바위 보! 이 대수롭지 않은 행동을 하는데 있어서 남편인 K선교사가 왜 그리 조심 스러운 모습을 보였는지… 왜 그는 손을 내밀었다가는 얼른 거두어 들였는지 독자 여러분은 아마 무척 미스테리 하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른다.

가위 바위 보! 이건 나와 남편 사이에서만 통하는 중요한 결정을 할때 마지막으로 하는 행동이다. 우리 부부는 함께 살면서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되었을때 서로 의견이 안 맞을때는 바로 이 ‘가위바위보!’로 결판을 낸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가위바위보를 하면 거의 내가 이긴다. 그래서 남편이 가위바위보를 하려다가 지면 어쩌나 하는 우려때문에 주춤한 것이다. 남편이 나와 가위바위보 를 해서 이겼던 적은 거의 손으로 꼽을 만큼 아주 적다.

매번 가위바위보로 결정을 할때면 내가 이기기 때문에 남편은 자기의견을 포기한다. 그런데 남편이 나와 가위바위보 를 해서 이길때가 가뭄에 콩나듯이 아주 가끔 있는데 그 때는 우리가 결정해야 하는 일이 남편의 의견대로 꼭 해야만 하는 때이다.

그러면 우리 부부가 언제부터 가위바위보 로 인생의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기 시작했는지 혹 궁금해 할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1997년 봄이었나보다. 우리가 사역하던 선교지의 선교사들을 위한 선교컨퍼런스가 싱가폴에서 열리게 되었다.

원칙적으로는 부부가 다 선교사이니까 부부동반으로 참석하는게 맞지만 사정상 그렇지 못할 경우가 많았다. 첫째는 경비가 넉넉지 못해서이고,둘째는 자녀들 돌보는 일 때문에 부부중에 한 사람만 참석하게 되는데 대개 남편 선교사가 참석한다.

당시에 나도 자연히 이번 싱가폴컨퍼런스에는 남편이 참석하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1997년 당시에 초.중생인 삼남매를 돌보고 학교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엄마인 내가 남아서 아이들을 케어 하고 남편이 선교컨퍼런스에 다녀 오려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편 K선교사가 나에게 뜻밖의 제안을 해 왔다. “이번 싱가폴 컨퍼런스에 당신이 다녀오면 어때? 여선교사들도 그런 선교대회에 자꾸 참석해야 선교적 안목도 생기고 사람들도 사귀고 하지 아마 이번에 가면 배우는게 많을거야” 한다. 나는 “애들은 어쩌구요 당신이 다녀와요.” 했다.

그러자 남편은 “내가 재미 있는 제안 하나 할까? 우리 가위바위보 로 결정하면 어때? 내가 이기면 내가 가고 당신이 이기면 당신이 가는거야.” 한다. 나는 남편의 제안에 우선 흥미가 생겼다. 이런 중요한 결정을 가위바위보로 하다니 내가 이기면 정말 나를 보내줄건가? 나는 반신반의 하면서 남편과 “가위바위보!! “ 를 했다.

아…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가위바위보를 해서 내가 이긴 것이다. 나는 일단 이긴게 신나서 좋아하며 웃었다. 그러자 남편은 예상 했다는 듯이 조용히 웃었다. 그리고는 “내가 이번 싱가폴컨퍼런스엔 당신을 보내주려고 가위바위보를 하자는 제안을 한거야” 한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이 걱정 되어서 “그런데 이번 싱가폴 컨퍼런스는 7일이나 되던데 애들 밥이랑 학교 보내는거 당신이 다 챙겨줄 수 있어요?” 했다. 그러자 남편은 “걱정말고 다녀와요. 내가 충분히 해 줄 수 있어. “ 하고 나를 안심 시켜 주었다.

아무튼 나는 특별휴가를 받은 기분이 되었다. 남편과 아이들이 내가 없는 동안 먹을 것을 준비했다. 며칠동안 먹을 밑반찬이며 국이며 볶음이며 바리바리 준비해서는 냉장고 안에 차곡차곡 쌓아 두고는 싱가폴에서 열리는 선교컨퍼런스를 참석하고자 처음으로 혼자 집을 떠났다.

싱가폴은 섬인데 싱가폴 남단에 또하나의 섬인 센토사공원에서 선교컨퍼런스가 열렸다. 말레이어로 평화, 고요 라는 뜻을 지닌 센토사 공원은 그야말로 아름답고 조용하고 밤새워 섬을 돌아다녀도 안전이 보장되는 환상적인 그런 곳이었다.

나는 싱가폴 센토사에서 열린 선교컨퍼런스를 참석하며 매우 자긍심을 느꼈다. 많은 선교사님들이 남편이 아닌 아내인 내가 참석한 것에 대해 놀라움과 경의를 표하였다. 그렇게 행복한 선교컨퍼런스 7일을 보내고 돌아온 적이 있다. 순전히 가위바위보 에서 이긴 덕분에 말이다.

우리가 가위바위보로 결정한 일 가운데는 가방을 사는데 검은색으로 할까 밤색으로 할까 같은 자질구레한 작은 결정들도 있지만, 우리 인생에 한 획을 그었던 큰 결정도 있었다. 바로 선교지를 이동하는 문제 같은것 말이다.

당시 우리가 사역하던 나라에서 사역하는 선교사들은 앞으로 선교의 방향은 서부개발 이라고 보고 많은 선교사들이 서부로 향하고 있을 때였다. 남편도 바로 서쪽을 향하여 마음을 두고 그곳으로 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우리는 삼남매를 고등학교까지 공부시켜서 대학을 한국으로 보내놓고서 미개척된 선교지로 옮기자고 했을때 남편은 서부로 가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우리가 그동안 도시에서 대학생 사역을 주로 해 왔기에 나는 대학가가 새로 많이 들어선 Z 지역으로 가자고 했다.

우리 두사람의 의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우리는 그 문제를 가지고 두 달 동안 매일 기도했다. 그런데도 서로의 의견이 일치가 되지 않았다. 새로운 선교지 개척 이야기만 나오면 서로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곤 했던 것이다.

새로운 개척을 위해 선교지로 가는 방향이 좀처럼 결정이 나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에도 남편이 먼저 제안을 냈다. “좋아 가위바위보로 결정합시다. 단판 승부야. 내가 이기면 내가 원하는 서부로 가고 당신이 이기면 당신이 원하는 Z지역으로 가는걸로 합시다.”

긴장 하면서 우리 두 사람은 오른팔을 힘껏내뻗으면서 소리쳤다. “가위바위보!!” 그순간 남편의 얼굴이 실망의 빛으로 가득했다. 내가 이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편은 말없이 약속을 지켰다. 내가 원하는 대학이 많은 Z지역으로 선교지를 옮겨 가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살던 곳에서 이천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던 Z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사람은 기차를 타고 가고 이삿짐은 화물차에 보냈는데 이천킬로미터나 되다보니 삼일이나 걸려서 이삿짐이 도착했다.우리는 그곳에서 사역하는 동안 정말 많은 기적을 체험했다.

그런 사연이 있는만큼 지난 화요일 남편이 가위바위보 를 하자고 했다가 주춤한 것은 자신이 질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인 것이다. 그런데 그날 가위바위보! 를 했을때 내가 보를 내고 남편이 가위를 냄으로서 내가 그만 지고 말았다. 남편은 아주 의기양양하며 기뻐했다.

남편은 내게 스마트폰을 사 주려고 모았던60만원을 내고 부족한 금액은 무이자24개월 할부로 해서 애플 아이폰12 프로 골드 512GB를 구입했다. 남편은 내게 선물을 건네면서 말했다. “아이폰은 당신에겐 아주 중요한 사역 도구잖아. 도구가 좋아야 일을 잘하지”한다.

남편의 말처럼 나는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글을 쓴다. 그 작은 자막으로 어떻게 그런 긴 글을 쓰느냐고 감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수 년 동안 해온 내겐 이미 익숙한 일이다. 스마트폰은 바로 내 손안에 컴퓨터인 셈이다.

빌게이츠가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책상에 컴퓨터를 놓게 하겠다는 비전으로 컴퓨터를 개발했다면, 스티브잡스는 전세계의 사람들의 손안에 컴퓨터를 놓고 이동하면서 쓰도록 하겠다는 비전으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손안의 컴퓨터와도 같은 스마트폰인 아이폰이다.

나는 바로 그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는다. 그리고 동영상 녹화까지도 스마트폰 하나로 다 한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는 나를 남편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좀 오래된 내가 사용하던 아이폰8이 속도가 느려졌다.

남편은 내가 종종 불편해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결혼40주년 기념으로 사줄 마음을 오래전부터 가졌던 모양이다. 그래서 적은 용돈을 쪼개서 60만원이나 모아논 것이겠지. 그리고 나에겐 말하지 않았지만 아이폰을 사 줄 방법을 백방으로 찾았던가 보았다.

동네 KT대리점에 갔더니 직원이 남편이 몇번이나 찾아와서 상의하고 물어 보았다고 말해 주었다. 사실 요즘 새로 출시된 아이폰12프로는 물건이 없어서 못사는 상황이다. 더욱이 512GB는 더 귀하다고 한다. 보통 대리점에 가면 물건이 없다. 한달이나 3개월쯤 기다리라고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남편은 마침 우리동네 이마트트레이더스 안에 있는 일렉트로 전자상가에 있는 애플샵에는 애플 아이폰12프로512GB가가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얼른 사러간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색상인 골드색은 딱하나 있는 것을 남편은 흥분해서 사 가지고 왔다.

새 스마트폰을 사 온 그날밤, 남편은 밤새 거실에서 자면서 예전 폰에서 새폰으로 모든 자료며 앱을 다 옮겨 주었다. 남편의 결혼40주년 기념 선물인 ‘애플 아이폰12프로골드512GB’는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내 손으로 들어왔다.

나도 남편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긴 했지만… 나는 생각하지 않다가 너무 뜻밖에 고가의 선물을 받은 것만 같다. ‘아이폰12프로 512GB’는 현재 대한민국에선 제일 비싼 스마트폰일테니 말이다.

너무도 유명한 대중가요에 ‘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 가 있는데 나의 남편은 ‘아내에게 바치는 스마트폰’으로 노래를 대신해 주었다. 나의 젖은 손을 살며시 잡아서 내 문학의 생산도구인 스마트폰을 내 손에 꼭 쥐어 주었다. 그것은 바로 40년의 사랑을 아내에게 고백하는 남편의 노래이다.

나의 사랑하는 자가 내게 말하여 이르기를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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