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배추전과 성공적인 새해맞이 비결

2021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신정은 구정이 아니기 때문에 자녀들도 오지 않으니 명절 기분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오늘은 신년이니까 떡국을 끓였다. 우리 집은 그동안 떡국과 함께 먹는 전으로 녹두전이나 동그랑땡 그리고 동태전을 부쳐서 떡국과 함께 먹었었다.

그런데 이번엔 다른 전 종류는 만들지 않고 간단하게 배추전을 만들어 먹기로 하였다. 필요한 것은 배추와 밀가루만 있으면 되니까 재료도 완전초간단이다. 만드는 방법 역시 쉽다. 나는 일반 배추 보다는 배추피가 비교적 얇은 쌈배추가 좋을것 같아 쌈배추를 준비했다.

속이 노오란 쌈배추를 한 장 한 장 뜯어서 씻어 놓는다. 부침가루에 달걀만 하나 넣어서 잘 저은 후에 씻어 놓은 쌈배추를 밀가루풀에 잘 적셔서 꺼내어 기름을 넣고 예열된 후라이팬에 놓고 부친다. 서너번 뒤집기를 하여 배추전이 노릇하게 잘 구어지면 완성이다.

배추가 주제가 된 전이라면 김치전을 말할 수 있다. 그동안 우리집에서 잘 해먹은 것은 바로 붉은색이 나는 김치전이다. 이미 잘 담아진 김치가 숙성되어서 시어지거나 하면 신김치에 밀가루를 풀고 대파를 숭숭 썰어넣은 후 바삭하게 부친 김치전을 많이 만들어 먹었다.

배추전은 처음 부쳐 보았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 만들어 본 배추전이 가족들에게 아주 대인기다. 어머니도 아주 잘 드시고 남편도 맛있다고 좋아한다. 배추잎과 줄기 자체가 달콤하니까 밀가루풀을 입혀 구었을 때 달콤함과 고소함이 어우러져서 담백한 맛이 아주 일품이다.

나는 내가 먹는 정량에서 떡국을 반으로 덜어냈다. 떡국으로 배가 부르면 배추전을 먹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쌈배추전만 몇 장을 먹었다. 그런데 이렇게 만들기도 간단하고 맛있는 배추전을 그동안 안해 먹은것이 약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우리 가족들은 배추전 풍년을 만난 것이나 다름없다. 내가 배추전을 자주 만들어서 가족들을 대접할 확률이 아주 높아졌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남들은 늘 만들어 먹었을 배추전을 내가 처음 만들어 보면서 이렇게 신선하게 느끼다니 삶은 참 재미있는 것 같다.

물론 해아래 새것은 없다지만 내가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알게 되거나 배우게 될 때면 나는 매우 신선함을 느낀다. 아울러 새로운 것에 대한 열정이 샘솟는다. 그래서 인생은 평생을 배워야 한다고 하는가 보다. 내가 배울 것이 있다면 그 누구에게서든 배워야 한다.

나와 같은 함해노회 여목사님들의 단톡방에 배추전 사진을 올렸더니 몇 분이 맛있겠다면서 뜨거운 반응을 보여왔다. 여목사님들이 내 글을 읽으며 배추전을 먹는 상상을 하면서 침을 꼴깍 하고 삼키는 소리가 내 귀엔 들리는 것만 같다. 하하하…

아무래도 언제 날을 잡아서 여목사님들을 우리 집에 초청해서 얼큰한 부대찌개를 끓이고 쌈배추전을 구어서 배추전파티라도 한 번 해야할것 같다. 고소하고 담백한 맛있는 배추전을 먹는것보다 더 구수한 이야기향연이 펼쳐지겠지만 말이다.

이처럼 나는 간소하지만 떡국과 쌈배추전을 부쳐서 점심을 먹었고 저녁에 주간보호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신 어머니에게도 쌈배추전을 구어 드렸다. 그랬더니 어머니도 아주 맛있게 드신다. 언제든지 내가 만든 요리를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 주면 나는 기분이 좋다.

저녁을 먹고 집앞에 있는 체육공원으로 남편과 함께 산책을 나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 바로 앞엔 작은 숲이 있고 그 숲 바로 앞엔 작은 체육공원이 있다. 체육공원의 둥그런 산책로를 한바퀴 도는데는 불과 3분밖에 안 걸린다. 그래도 7~8바퀴를 빠른 걸음으로 걸으면서 돌고 나면 몸에 땀이 난다. 운동이 좀 되는 것이다.

우리집에서 조금 먼 5~6분거리에는 한바퀴를 돌면 5분이 걸리는 저류지공원도 있다. 여름엔 주로 그곳을 많이 걸었었다. 그런데 요즘은 날씨가 추워져서 가까운 집앞에 있는 체육공원을 이용한다. 아무튼 집 가까이 이렇게 걸으면서 운동할 수 있는 작은 공원이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운동을 마치면 체육공원에서 5분정도 거리에 있는 우리 교회로 간다. 물을 한 잔 씩 마시고는 둥그런 원탁을 사이에 두고 남편과 나는 마주 앉는다. 반주기에게 찬송가 반주를 부탁하고 찬송가를 부른다. 보통 1~2곡을 부르지만 마음 내킬 때는 열 곡을 내리 부를 때도 있다.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좋은 습관을 버릴 필요가 없으니 우리는 올해도 변함없이 성경을 펴서 통독을 시작한다. 새해 첫날에도 한시간 성경을 읽었다. 2일인 둘째날도 한시간을 읽으니 28장으로 되어 있는 마태복음 한권을 벌써 다 읽게 되었다.

그런데 작년엔 새번역 성경으로 통독을 했는데 올해는 개역개정 성경으로 읽기로 했다. 나라를 위해서 하루 한끼를 금식하는 것도 계속하고 기도하는 것도 집중한다. 남편 K선교사는 매일 4시간 기도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 최근에 중고 PC 본체를 하나 구입했다.

집에 있는 자신의 서재와 교회 사무실에 각각 피봇모니터를 구입해 놓고 노트북 하나를 들고 왔다 갔다 하면서 기도 했는데 노트북 무게도 상당히 나가는 터라 좀 불편했나 보다. 오래전부터 컴퓨터가 하나 더 있었으면… 하다가 이번엔 중고 본체를 하나 구입한 것이다.

구체적인 기도 제목을 날마다 입력하고 조정하면서 기도하다 보니 컴퓨터는 중요한 기도의 도구가 된 셈이다. 기도제목을 적은 분량이 벌써 A4용지로 1800장을 넘겼다. 새로운 기도 제목들을 계속 추가하다 보니 기도 제목도 늘어나고 기도하는 시간도 길어져 간다.

기도에 관한 책을 쓰거나 기도에 대한 많은 성찰을 한 여러 사람 가운데 우리는 이엠바운즈(E.M.Bounds)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기도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중 가장 위대한 일이다”라고 했는데 남편 K선교사를 보고 있으면 그 말이 실감이 난다.

남편은 매일 자신이 기도해야 할 분량을 다 기도하지 못하면 어떻게든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서 몸부림을 친다(과장이 아니라 내겐 그렇게 보인다) . 그는 인생을 살면서 기도가 부족해서 빼앗겼던 축복을 알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의 모든 우선순위를 기도하는데 두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나는 새해엔 맛있는 배추전을 더 많이 구울 것이다. 그리고 성경을 더 많이 읽을 것이다. 또 기도 하기에 더욱 힘쓰는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2021년에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예비해 두신 축복을 받아 누릴 수 있도록 전방위로 깨어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결심을 가져 본다.

“삼가 말씀에 주의하는 자는 좋은 것을 얻나니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는 복이 있느니라(잠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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