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당근마켓의 매력

요즘 나는 당근 마켓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당근마켓은 말 그대로 당신의 근처에 있는 사이버 중고 마켓을 말한다. 당근마켓 앱을 설치하고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부근의 사람들과 서로 안쓰는 물건이나 남는 물건들을 온라인으로 올려서 저렴하게 팔고 사며 거래하는 마켓이다.

당근 마켓을 통해서 우리집에 최근 들여온 대리석 식탁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대단한 만족감을 느낀다. 뭐라고 할까 뿌듯한 느낌도 들고 기특한 느낌도 들고 아무튼 이 식탁은 나를 매우 기분 좋고 흡족하게 해 준다. 왜냐하면 식탁 구입에 신경을 꽤 썼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써 왔던 우리집 식탁은 가로 1200 세로 750미리미터로 4인용이긴 하지만 좀 작은 사이즈의 식탁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선택해서 산 식탁은 아니었다. 전에 집에 있던 좀 큰 식탁이 교회 사무실 책상용으로 옮겨간 후 우리집에 들어온 식탁이다.

전의 식탁은 내가 사는 아파트 쓰레기 하치장에 누가 내다 논 것을 가져다가 쓰고 있었다. 식탁과 식탁의자 4개까지 얌전히 놓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냥 가져다가 사용해 왔다. 그런데 한 2년쯤 사용했더니 식탁의자의 방석이 다 삭아서 가루가 떨어져서 갖다가 버렸다. 그리고 식탁만 쓰고 있었다.

그런데 이 식탁이 자꾸 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 식탁은 예전에 나온 구형식탁이어서 사이즈가 좀 작았다. 남편과 어머니가 나란히 앉아서 식사를 하면 두사람의 팔이 자꾸 서로 닿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면서 나는 이거 식탁을 개비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선뜻 식탁을 사지는 못하고 시간이 흘러갔다. 온라인 상점에서는 30-40만원만 주어도 살 수 있는 식탁이 있었다. 좀 마음에 드는 식탁들은 배달비까지 60만원 가량은 주어야 살 수 있었다. 식탁 가격 정보는 충분히 수집을 했지만 나는 역시 선뜻 사지는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당근마켓 이라는 중고마켓을 알게 되었다. 정말 다양한 물건들이 당근 마켓에 나와 있었다. 그러나 중고라고 다 저렴한것도 아니었다. 당근마켓에 물건을 내놓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 물건을 살때의 원가를 생각하고 내놓기 때문에 비싼것은 새식탁 이상가는 제품도 있었다.

나는 몇 주동안 당근 마켓에 올라오는 식탁들을 눈여겨 보았다. 그런데 식탁의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사이즈가 마음에 안들고 디자인도 사이즈도 마음에 들면 가격이 비싸게 나와 있었다. 그래서 식탁을 구매하는 것을 차일 피일 미루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당근 마켓에 내 마음에 드는 식탁이 하나 올라왔다. 우선 식탁은 대리석 식탁이었는데 무척 튼튼해 보였다. 식탁을 내 놓은 주인도 “무지하게 튼튼한 식탁”이라는 설명을 달아 놓았다. 사이즈를 보았다. 내가 딱 원하던 사이즈였다.

가로 1400에 세로 850 높이 740미리미터의 우리집의 그리 넓지 않은 주방옆 공간에 놓으면 딱 알맞을 식탁 사이즈였다. 무엇보다도 내 마음을 사로 잡은 것은 식탁의 디자인이었다. 대리석 식탁들은 무거워서인지 대개 식탁 중간에 굵은 다리 하나로 디자인된 제품이 거의 많았다.

그러나 나는 네개의 다리를 가진 식탁을 원했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발견한 식탁이 딱 그런 디자인 이었다. 4개의 튼튼한 원목 다리에 베이지색 계열의 대리석이 상판인 그런 식탁이었다. 거기다가 당근마켓에 올려진 이 식탁의 값은 한층 더 내마음에 들었다.

단돈 5만원!! 적어도 이정도의 중고 대리석 식탁들은 10만~20만원까지 나와 있고 산지 오래되지 않은 상태가 좋은것은 40-50만원 까지도 나와 있었기 때문에 5만원 이라는 가격은 완전 매력적인 가격이었다. 나는 얼른 예약을 걸었다. 식탁을 가져 오려면 한 달 정도 여유가 있었다.

대개 당근 마켓에 가구들이 나오는 경우는 이사철이다. 이사를 하면서 이사갈 집에 가구들이 사이즈가 안 맞거나 아니면 새로운 가구를 들이기 위해 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내가 마음에 드는 식탁을 내 놓은 분도 큰집으로 이사를 해서 더 큰 식탁을 사기 위해 쓰던 식탁을 내놓았다고 설명을 했다.

5년정도 사용했다는 그 식탁은 처음 구입할때 백만원이 넘는 식탁이었다고 했다. 식탁의자는 두개만 식탁과 함께 보내 주겠다고 했다. 검은색 가죽피의 식탁의자였다. 마침
우리집에 쓰고 있던 식탁의자 2개도 검정색이어서 서로 잘 어울릴것만 같았다.

그런데 얼마후 식탁을 내놓은 집에서 슈퍼싱글 침대 프레임을 하나 판다고 당근마켓에 내 놓았다. 나는 어머니가 쓰고 있던 일반 싱글침대 대신 좀여유로운 넓이의 슈퍼싱글 침대를 사 드리고 싶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잘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당근 마켓을 이용하다보면 배보다 배꼽이 커질때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승용차로 실어올 수 없는 큰 가구의 경우가 그랬다. 가구값보다 배송해 오는 용달비용이 훨씬 비쌀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집에서 실어오면 용달비용이 절약이 되었다.

일단 에이스침대프레임 이라고 하니 메이커여서 괜찮을것 같았다. 2만원에 내 놓은 침대프레임을 식탁과 함께 사니까 좀 깍아 달라고 하자, 그는 쿨하게 식탁과 침대프레임 두개에 6만원에 해 주겠다고 하였다. 침대프레임은 만원만 받은 것이다.

식탁을 내 놓은 분들이 이사하는 날, 용달차를 계약해서 보냈다. 용달차 아저씨가 실어온 식탁은 정말 무지막지하게 무거웠다. 마침 우리 집에 와 있던 남자 전도사님과 남편 K선교사 그리고 우리집 바로 옆집에 사는 체격좋은 아저씨 이렇게 세사람이 대리석 상판을 들여다가 식탁 자리에 설치를 했다.

또 당근 마켓에서 슈퍼싱글 매트리스를 샀다. 내놓은 사람은 손님용으로 사 두었는데 자고가는 손님이 별로 없어서 거의 새것이라고 하면서 수퍼싱글 매트리스를 25,000원에 팔겠다고 당근마켓에 내놓은 것이다. 나는 “이거다!!” 싶어서 예약을 했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했듯이 매트리스도 옮겨오는 비용이 문제였다.

그런데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지인 전도사님이 마침 SUV차량을 가지고 있어서 슈퍼싱글 매트리스 하나 실어올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전도사님은 가능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전도사님의 봉사로 어머니의 침대매트리스는 거저 가져오게 되었으니 어머니방에 슈퍼싱글 침대로 바꾸어 드리는데 토탈 35,000원이 든 셈이다.

이처럼 집에 꼭 필요한 물건들을 당근마켓을 통하여 부담없이 구매하게 되니 이것도 생활에 큰 득템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당근마켓엔 중고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새 물건들도 종종 나오는데 가격은 내놓는 주인 마음이지만 거의 3/1 이나 4/1로 내 놓는 분이 많다.

왜냐하면 당근마켓에 물건을 내 놓는 사람들은 장사하여 이익을 보려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다. 내게 필요 없는 물건을 꼭 필요로 하는 누군가에게 저렴하게 흘려 보내려는 의도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당근마켓 거래는 매우 예의바르게 이루어진다.

뿐만 아니라 당근 마켓은 감사의 정신이 실현되는 마켓이다. 자신이 꼭 필요했던 물건을 시중가보다 많이 저렴하게 구입하게 되면 고마운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구입한 식탁 사진을 찍어서 나에게 식탁을 판 분에게 우리 집에 이렇게 잘 어울린다는 메세지와 함께 고맙게 잘 쓰겠다고 보내 주었다.

어젯밤엔 당근 마켓에 스텐으로된 1.8리터 무선전기포트를 만원에 판매하겠다고 올라 왔다. 마침 교회에 용량이 좀 큰 전기포트가 하나 필요하던 참이었다. 새것을 사면 간단하지만 은근히 가격이 있어서 미루어 두고 있었다.

물건을 내 놓은 분이 같은 아파트 주민이어서 지하 주차장에서 만나서 현금 만원을 건네주고 전기포트를 받아 가지고 돌아왔다. 박스에 그대로 들은 사용하지 않은 새제품이었다. 쿠팡에서 현재 35,000원에 판매되는 전기포트였는데 만원을 주고 산 것이다.

어머니가 새로 들인 널찍한 슈퍼싱글 침대에서 주무시는 모습을 보니 내 느낌인지 모르지만 아주 편안해 보여서 보기 좋았다. 비록 매장에 가서 새것으로는 못 사드렸어도 전보다는 좀 더 업데이트 된 침구를 해 드린것 같아 기뻤다.

남편과 동네 다이소에 갔다가 산 수경식물 아이비를 5,000원을 주고 샀다. 그 화분을 내가 좋아하게 된 대리석 식탁 중간에 놓았다. 둥근 하얀용기 화분에 초록색 나뭇잎이 은근히 어울려서 노랑 베이지색 식탁을 더욱 품위 있게 만들어 주는 것만 같았다.

이제는 어머니와 남편이 나란히 앉아서 식사를 해도 팔이 부딪히거나 하지 않는다. 무려 식탁 길이가 20센티나 길어졌기 때문이다. 또 넓이도 10센티나 넓어져서 반찬을 넉넉하게 놓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 잘 찾아보면 이처럼 저렴한 비용을 지불하고도 필요를 채우고 행복해지는 방법이 있다.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마 7:7)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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