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근 칼럼] 4.29 폭동을 되돌아보며

황 근(육군학사장교 남가주동문회 고문)

1992년에 발생한 4.29폭동의 직접 원인을 인종차별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텐데 저는 다른 문제, 특히 경제 문제로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91년 2월까지 5년간 흑인동네 마켙에서 일을 했던 저는 경찰들이 로드니 킹 사건 비데오 못지 않게 흑인 범죄자들을 개패 듯이 다루는 걸 자주 목격했습니다. 물론 주민들도 그런 광경에 익숙한 듯 소요 사태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계속 줄어드는 정부 보조금과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선언한 마약과의 전쟁으로 인한 지하경제의 불황이 으뜸 원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마약공급이 제대로 안되니 마약값이 엄청 올랐습니다. 일반 구입자들이 비싸서 잘 못사니까 소위 장사가 안되어 돈벌이가 안되니 마약 장사들이 강도로 많이 변신하여 노약자와 부녀자, 소매상 강도짓이 엄청 증가했습니다. 우리 가게 손님인 갱단원들도 제가 가게를 하던 마지막 해에는 왓츠폭동을 아느냐고 묻기도 하면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4.29폭동이 일어나기 한 해 전에 가게를 팔고 비데오샵으로 전환해서 직접 피해는 모면했지만 제가 판 가게가 약탈을 당해서 오우너 캐리로 준 물건 값을 받지 못했습니다. 저는 미국 생활 초창기에 5년간 흑인 동네에서 장사를 하면서 흑인 사회의 실상을 보았고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우선 사회의 기본이 되는 가정이 너무 부실합니다. 성인인 흑인남성 60%가 교도소를 들락거린다는 얘기도 들려서 그런지 아버지가 없는 가정이 너무 많았습니다. 꼭 모계사회 같았습니다. 그래서 가게에서 말썽 피는 놈들은 잘 봐뒀다가 그 엄마와 친해지니까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또 부모가 마약을 복용하는 가정도 부지기여서 애들이 보고 배울까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또 중요한 포인트가 진정한 리더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착한 사람들도 정말 많아서 그들과 친해지면서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5년간 흑인동네에서 보낸 결실로 저는 인종차별은 절대 하지말아야 한다고 결심했습니다.

작년에 미네소타에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건의 여파로 전국에서 폭동이 발생하면서 경찰력을 축소하는 안을 내놓는 경우를 보았습니다. 저는 흑인동네의 흑인주민들도 이런 안을 반대할 거라 생각합니다. 경찰의 과잉무력 사용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경찰 때문에 그나마 안전하게 사는게 그들의 현실입니다. 경찰력이 미치지 못하면 못된 흑인들이 흑인주민을 괴롭히는 일이 수없이 터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니까요.

두순자 여인 사건 공판 때 예상 외로 판사가 집행유예를 내리자 가족들이 기뻐서 만세를 불렀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그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상대의 심정도 헤아리며 자제하는 배려도 잊지 않고 행하는 것을 아픈 교훈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한인사회는 4.29폭동의 최대피해자로서 물질적 심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자신을 대변해줄 한인 정치인이 필요하다는 절박함이 많은 1세, 2세 정치인들과 유망주가 탄생하는 계기가 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주류 정치인들에게는 한인들은 선거 때만 이용해먹는 ‘현금인출기’ 취급을 받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시련과 고난이 우리를 성장, 성숙시키는 만큼 앞으로도 4.29폭동을 제대로 평가하여 한인사회 성장과 미국의 발전에 공헌할 수 있는 교훈과 대책이 양산되길 기대해 봅니다.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편집국

시니어 타임즈 US는 미주 한인 최초 온라인 시니어 전문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