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어버이날 선물과 나박김치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날이다. 나는 동네마트에 가서 장을 보았다. 이번 어버이날 어머니를 위한 선물은 좀 특별한 것을 준비해 볼 참이었다. 즉 돈을 주고 사는 선물이 아닌 내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는 선물 말이다.

장을 본 물건들이 배달되어 왔다. 나는 무우와 쌈배추 당근을 꺼내어 깨끗이 씻어서 나박김치용으로 썰기 시작했다. 칼질을 많이해야 하는 나박김치 만들기는 보기에는 쉬워 보여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무우를 둥글게 썰어 4-5등분 한 뒤 2-3미리미터 정도로 가능한 얇게 썬다. 그래야 나중에 나박김치가 되어 떠 먹을때 두껍게 썬 무우보다 맛있다. 꽤 커다란 무우 한 개를 다 썰어서 스텐양푼에 담아 놓고 이번에는 쌈배추 한통을 씻어서 자른다.

쌈배추 역시 배추잎을 반 가르고 가능한 작게 썰어서 무우와 함께 살짝 절여둔다. 향긋한 냄새와 함께 고운 색깔이 나도록 당근도 좀 큰것으로 한개를 작은네모 모양으로 무우를 썰은 것처럼 같은 크기로 썰어 담는다.

미나리를 넣으면 향이 좋아서 한 단을 사 왔지만 미나리는 넣지 않았다. 왜냐하면 미나리 줄기 속에 유충알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날로 먹지 말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어서였다. 아쉽지만 미나리는 넣지 않고 그대신 새파란 파를 얇게 저며서 넣어 색깔을 맞춘다.

하얀무우 노란색배추 주홍색당근 파랑색 파가 어우러져 색상이 나름대로 예뻤다. 더운물에 불려 두었던 고춧가루를 이제 고추가루 물을 만들어 부어야 한다. 전에 나는 고춧가루 불린 것을 고운체에 받혀서 고춧가루물을 곱게 내려서 나박김치를 담았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고춧가루찌꺼기로 남은것은 쓸모가 없어 아까웠다. 그래서 얼마전부터는 충분히 불린 고추가루와 마늘찧은 것을 함께 믹서기에 갈았다. 그랬더니 마늘형체도 다 갈아져서 없어지고 고춧가루도 곱게 갈려져서 나박김치 재료에 부으니 붉으스레한 색깔이 참 고왔다.

전에 담아 두었던 매실액을 조금 넣고 신화당도 약간 넣어서 맛을 낸다. 10킬로들이 김치통으로 가득 나박김치를 담아놓고 들여다 보니 흐믓하다. 가족들이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면 마음속에 행복한 감정이 가득해 진다.

그런데 바로 이 나박김치는 며느리인 내가 이번 어버이날에 우리 어머니에게 드리는 정성어린 나만의 특별한 선물이다. 이번 어버이날엔 어머니가 식사를 맛있게 하실 수 있도록 산뜻한 나박김치를 10킬로그램 담아서 이제 어머니의 밥상에 두고 두고 올려 드릴 작정인 것이다.

이튿날인 어버이날 아침에 교회 사무실에 있는데 대구 딸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페이스타임이다. 그런데 핑크 옷을 입은 로아가 “할머니 우리 엄마 낳아 주셔서 감사해요.” 라고 인사를 한다. 제 엄마가 시켰겠지만 딸의 지혜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린 로아에게 내딸인 자신이 해야할 인사를 대신 시킴으로 딸은 제 자녀에게 부모 공경 교육도 시키고 동시에 어린 손녀로부터 자기 엄마를 낳아주어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게 함으로 엄마인 나를 기쁘게 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톡톡히 거둔 것이다.

손녀딸 로아의 인사를 듣고 기분 좋게 집으로 돌아왔다. 점심을 준비하여 오늘은 집에 계신 어머니 점심상을 차려 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아들이 할머니 모시고 아빠 엄마 어버이날에 맛있는 외식을 하라고 돈을 보내 왔지만 나는 집에서 먹을 생각이다.

근처 식당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나가볼까 하고 생각도 많이 해 보았지만 역시 결론은 집에서 내가 만든 음식으로 대접해 드리는 쪽으로 났다. 이미 어느 정도 준비는 해 두어서 크게 어려울 것도 없었다. 식사할 때 마다 늘 국물이 있어야 하는 어머니를 위해서 나는 각종 국을 끓여 왔다.

요즘은 된장을 풀어서 보리새우와 아욱을 넣어 끓인 아욱국도 맛있다. 하지만 오늘은 쇠고기와 무우를 넣고 푹 끓인 후 다시마와 두부, 그리고 팽이버섯을 넣어서 맑고 시원한 쇠고기 무우국을 끓였다. 무우국도 어머니가 매우 좋아하시는 국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제 장을 보아 양념해서 재워둔 쭈꾸미를 우묵한 팬에 넣어 익혔다. 풋고추와 양파와 파마늘과 간장 고추장으로 양념해 둔 쭈꾸미 볶음이 다 되어갈 무렵에 씻어둔 미나리를 듬뿍넣고 살짝 익혀서 마무리하면 맛있는 쭈꾸미 볶음이 된다.

가스레인지의 다른 화구에는 후라이팬을 얹어 놓고 부침개를 부쳤다. 부침가루에 달걀을 넣어 풀은 후 미나리 양파 호박 당근을 썰어 넣어서 야채전을 부쳤다. 이렇게 소박하게 어제 만든 나박김치와 함께 어머니 점심상을 차려 드렸다.

우리 부부는 이제 어머니를 모시고 가능한 외식을 하러 가지 않는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해 식사도 어린아기처럼 흘리면서 하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식당에 간다는 것이 부담 스럽기 때문이다. 자칫 식당에 민폐를 끼치기 때문에 가능한 집에서 식사를 만들어 드린 지가 한참 되었다.

어머니가 나박김치를 맛있게 드시면서 만족해 하는 신호를 내게 보내신다. 입맛이 좋은 편인 어머니는 내가 만들어 드리는 음식을 다 잘 드신다. 그것 또한 감사의 제목이다. 우리집은 없어서 못먹지 밥맛없어 못먹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남편을 바라보다가 내가 웃으면서 그랬다. “내가 결혼하고 40년 동안 당신이 밥맛 없어 밥을 못 먹는 것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것 같애”그랬더니 남편이 익살스럽게 웃으면서 “하하 그래? 걱정말아요 앞으로도 주욱 맛있게 먹어줄테니…” 한다.

이제야 내가 왜 음식 만들기에 열심인지를 알 것 같았다. 바로 가족들이 내가 만든 음식을 신나고 맛있게 먹어주기 때문인 것이다. 우리 어머니도 내가 차려드린 음식은 어김없이 싹싹 비우신다. 밥이든 국이든 반찬이든 계란후라이든 말이다.

가족들이 잘 먹어주면 요리를 만드는 사람은 신이 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더 맛있게 그리고 다양하게 음식을 만들까를 고심하게 된다. 반대로 가족들이 음식을 잘 안먹고 그런다면 얼마나 요리할 때 맥이 빠질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밥 잘먹어 주는 가족들이 복인 것을 나는 깨달았다. 점심을 먹고 남편은 다시 기도하러 교회로 가고 나도 어머니에게 텔레비젼을 켜 드리고 교회로 갈 생각을 했다가 그냥 집에 있기로 하였다.

오늘 어버이날인데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서 영화라도 같이 보는게 좋을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네플릭스에서 ‘원더’ 라는 영화를 선정해서 어머니와 보기 시작했다. 매우 감동적인 영화여서 나는 몇 번이나 눈물을 찍어내며 영화를 보았다.

태어날 때부터 기괴한 얼굴모양으로 태어난 ‘어기’라고 부르는 아들을 둔 한 가족의 사랑과 아픔을 다룬 영화였다. 그 가족은 남에게 설 수 없는 괴상해 보이는 얼굴 때문에 얼굴에 늘 우주인 같은 헬멧을 쓰고 다니는 아들을 배려하고 사랑하고 용기를 주어 마침내 ‘어기’가 용기를 내어 헬멧을 벗고 학교를 다니게 만든다.

‘원더’는 단합한 가족의 힘이란 얼마나 위대한 지를 잘 보여 주는 영화다. 아빠 엄마 그리고 누나 ‘비아’의 절대적인 지지와 기대를 받는 ‘어기’는 처음에는 학교 학우들이 괴물 바라보듯이 바라 보고 피해가는 아이였지만 타고난 총명함과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통해 한 명 두명 자신을 좋아하는 친구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마침내 5학년을 마치는 종업식날 가장 선행과 다른 사람에게 용기를 준 학생에게 주는 모든 아이들이 받고 싶어하는 상을 ‘어기’가 받는다. 기립 박수를 치는 학부모와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영화에서 어기가 상을 받으러 나가는 장면에서 독백처럼 나레이션 하는 대사 중에 마음에 와 닿는 말이 몇 구절 있었다. “위대함은 강함에 있지 않고 힘을 바르게 쓰는데 있다.” 또 “우린 누구나 평생에 한번은 박수 받을 자격이 있다. “ 그리고”힘겨운 싸움을 하는 모두에게 친절하라.”

용기를 자꾸 잃는 아들을 포기하지 않고 아들을 위해 자신의 학위 논문도 미루고 아들을 보살피는데 헌신 했던 ‘어기’의 엄마와 언제나 아들에게 웃음띤 얼굴로 용기를 북돋아 주었던 아빠 그리고 남동생 일이라면 언제나 양보하고 친절한 누나 ‘비아’ 모두에게 ‘어기’가 받은 상은 크나큰 격려의 상이 되었다.

좋은 영화를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어머니와 함께 있어 드리면서 영화를 보려고 했던 나의 행동이 그 영화를 통해 큰 보상을 받은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영화 내용이 좋았다.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저녁에도 어머니는 나박김치와 함께 저녁을 맛있게 드셨다. 수년간 어머니를 모시면서 내가 깨닫는 것은 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식이라는 사실이다. 얼마나 음식을 잘 드시는가에 따라서 건강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노인은 나이 들수록 다리 근육이 약해진다. 걷지 못하게 되면 건강은 급격하게 나빠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다리가 튼튼하다. 수년 전에 고관절이 부러져 수술을 받은 후 지팡이를 짚고 걷기는 하시지만 어머니는 그래도 거뜬히 걸으신다. 어머니가 저만큼 건강하신 것도 우리 가족의 큰 복이다. 이런 저런 감사로 보낸 제 49회어버이날이다.

“손자는 노인의 면류관이요 아비는 자식의 영화니라(잠 17:6)”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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