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근 칼럼] 큰딸의 휴가와 미국 이민자들의 사명

큰딸이 2주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어제 일터가 있는 스코틀랜드로 돌아갔습니다. 그동안 일주일은 휴가를 냈고 일주일은 자택근무를 했습니다. 시간차가 있어서 새벽 4시 부터 일을 시작하여 오후 1시쯤 끝내고 초저녁부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영국은 아직 젊은 사람들에게는 백신접종 차례가 오지 않아서 못 맞고 있었는데 여기 머무는 동안 한번만 맞아도 되는 존슨&존슨 백신을 택하여 접종을 받았습니다.

스코틀랜드에 간지 4년이 됐는데 거의 운전을 안해서 차를 타는 시간이 길어지면 멀미를 하곤 합니다.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에 살고있는데 인구가 40만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이번주에 32세 생일을 맞는데 있는동안 미리 생일파티를 해줬습니다. birthday party가 아니라 birthweek party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게 매일 이벤트로 보냈습니다. 떠나기 전날은 온식구가 차를 렌트해서 산타바바라에 가서 하루종일 재미있게 보내고 왔습니다. 떠나는 날에는 엄마와 외할머니가 새벽부터 미역국을 비롯해서 별미를 차려주며 애를 썼습니다. 저는 설거지 담당인데 요리가 많아서 그릇도 덩달아 많이 나와 한시간도 넘게 노래를 들으며 마쳤습니다. 부모가 일찍 돌아가셨거나 고아들은 이런 사랑을 받지 못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고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

스코틀랜드에 살아도 매일 카톡으로 소식을 전하고 식사도 사진으로 찍어 보내곤 하여 멀리 사는 것 같은 기분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매년 여름과 겨울 두 차례 휴가를 왔었는데 지난 해에는 팬데믹으로 못와서 이번에 1년 반만에 왔다가 가는 거라 평소와는 느낌이 조금 다른 거 같기는 합니다.

큰딸은 저와 기질이 많이 비슷합니다. 강한 패미니스트여서 겁도 별로 없습니다. 그랜드캐년 캠핑을 시스터와 다섯번이나 다녔지만 스코틀랜드 북부의 한적한 섬들을 혼자서 열흘 동안 캠핑을 하고 다녔다는 말을 들을 땐 애비로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얘기를 듣다보니 사람이 별로 없은 것이 오히려 더 안전할 수 있다는 생각이들기도 했습니다.

큰딸은 전기엔지니어인데 나중에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어합니다. 엔지니어들이 대부분 딱딱하고 원리주의자들이 많은데 감성적인 기질을 이용하여 좋은 성과를 냈다는 얘기를 들으며 제가 속으로 웃음이 나왔습니다. 자기가 영국과 핀란드, 영국과 체코의 에너지 회사들 간의 갈등을 상당부분 해소시켜 핀란드와 체코의 회사들이 성과의 상당부분을 자기에게 돌리면서 에스더가 없었으면 일이 안됐다고 했다기에 이제 딸도 자기 분야에서 중견사원으로 임무를 잘하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운전기사 역활을 톡톡히 하면서 딸과 많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저는 우리 딸들 같이 서양식 사고방식을 지녔으면서도 아시안 부모의 영향을 받아서 동양의 문화와 철학,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습득한 1.5세나 2세, 3세들이 미국에서 큰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서구사회가 산업혁명 이후에 세계를 지배하고 있지만 그들의 문제해결 방법은 주로 경제성장에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절대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압니다. 미국 인구에 아직 10%도 되지 못하는 아시안이지만 앞으로 많은 지도자가 나올 겁니다. 특히 동북아 3국의 후손 중에서 조만간 대통령도 나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근데 현 부통령이 이민문제를 잘 해결하면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부상하여 저의 예측과 다르게 인도계 미국인 대통령을 먼저 맞이할지도 모릅니다.

지금 세계를 리드하는 것은 분명 미국인을 비롯한 서구인들이지만 아시안 이민자들이 좀 더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깨닫고 역사와 문화, 철학 등을 후손들에게 전달하여 마국을 통해 세계를 보다 발전시키고 성장시키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깔아주길 기대합니다. 이것이 자신의 조국이 가난과 혼란 속에서 허덕일 때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하기 위해 미국에 와서 안락하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 많은 미국 이민자들의 사명이면서 특히 미주 한인들에게 하늘이 내린 특별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황 근(육군학사장교 남가주동문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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