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근 칼럼] 대한민국 감사의 아이콘, 감사 아줌마 김희아 스토리

<내 이름은 예쁜 여자입니다> 독후감

얼굴에 손바닥만한 점을 갖고 태어나 버려진 고아소녀 희아가 나이 마흔이 넘어 TV 강연 경연대회에 출연하여 1등도 하며 꿈을 이룹니다. 희아씨가 TV에 출연하고 싶었던 이유는 유명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기가 TV에 나오면 엄마가 자기를 알아 볼 거 같아서였습니다. 엄마에게 낳아주셔서 감사하고 이렇게 태어나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차별과 수난을 감사로 승화시킨 그의 스토리는 일상에 불평과 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나에게 많은 반성과 깨달음을 줍니다. 또 나와 다른 신체적 여건을 가진 사람을 멸시하거나 차별을 하지 않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가르쳐 줍니다. 그의 책 <내 이름은 예쁜 여자입니다>는 불과 몇 시간이면 읽을 평범한 에세이이지만 책이 주는 여운은 결코 평범하지 않고 오래도록 지속됩니다. 인간이 왜 금수와 다른가를 느끼게 하고 사회구성원의 시민의식이 어떻게 향상되어야 선진국이 될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한편 그가 어릴 때 청와대에서 연말에 보내온 고급 파카가 왜 고아들에게 애물단지가 됐는지 담당공무원들이 교훈으로 삼아야 할 얘기도 있습니다(아무리 고급 옷이라도 똑같은 색깔과 모양의 유니폼이라면 그걸 입은 애들은 고아라는 것을 알게 될텐데 누가 그걸 입고 외출을 하냐는 겁니다).

김희아씨의 스토리를 알고 계시거나 강연을 들어 보신 분들도 책을 한번 읽어 보시면 강연과 인터넷에서 느끼실 수 없던 새로운 깨달음을 많이 얻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의 책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로도 꾸며져 있어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와 예절을 자녀들에게 어려서부터 알게 하는데 도움을 줄 겁니다. 제목은 <우리 엄마라서 감사해요>입니다.

왼쪽 얼굴에 손바닥만한 붉은 점을 안고 태어난 여자아기를 상상해 보세요. 설상가상 세살이 되었을 때 고아원에 버려집니다. 진정 그 이유가 얼굴에 있는 점 때문이었을까요? 이 날이 7월 7일입니다. 고아들에게 생일은 버려진 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럭키 세븐이 겹친 날이어서 그랬는지 희아의 인생에는 시련과 함께 행운이 항상 같이 합니다. 원장님은 소녀에게 자신과 같은 김씨 성에 계집 ‘희’와 예쁠 ‘아’라는 이름을 지어 줍니다. 이 곳에서 희아는 점 때문에 놀림을 받아도 낙천적이고 명랑하게 자랍니다.

그러던 희아가 얼굴의 점을 장애로 생각하게 되는 사건이 초등학교 3학년 때 생깁니다. 미술도구를 준비해 갈 수 없던 고아 소녀를 벌을 주듯이 담임 선생님은 잔인하게도 학생들 앞에 모델로 세우고 그리게 합니다. 희아는 ” 아이들 앞에서 발가벗고 서있는 느낌”이었다고 합니다. 다 그린 사람은 들어보라고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이름 보다는 ‘괴물’이니 ‘귀신’으로 불리던 그였지만 반 친구들이 그린 마흔 아홉 개의 자신의 모습을 보고 희아는 다시한번 깊은 상처를 받습니다. “눈물도 나지 않고 …가슴께가 따갑기만 했습니다.” , ” 그냥 연기처럼 사라지고 싶었습니다.” 그의 글을 읽으며 너무 가슴이 아프면서도 그 순간에 무엇이 어린 초등학생 희아를 지켜주었는지 궁금하기까지 했습니다. 또 그 선생님은 교육학 시간에 뭘 배우셨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아마도 희아를 인생의 연극무대에 주인공으로 쓰시려고 하늘이 그 선생님에게 악역을 맡기셨나 봅니다.

희아에게 고난만 있었던 건 아닙니다.

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은 희아에게 평생 힘이 되어 주는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선생님은 희아를 희야 라고 부르십니다).

“희야, 얼굴을 가린다고 점이 안 보이는 게 아이다. 어떻게 해도 사람들에게 니 점이 보인다면 , 니라도 세상을 똑바로 보는 게 좋지 않겠나? 이렇게 한쪽 눈을 가리고서 뭐가 보이겠노?” 머리카락으로 얼굴의 반을 가리며 고개를 숙이고 사는 희아에게 자신감을 주기위해 쉬운 문제를 칠판에 적으시고 희아를 지목하고 답을 맞게 푼 그를 칭찬하셨습니다. 희아에게는 자신이 태어나서 처음 들은 “희야, 잘 하네”라는 칭찬이었답니다. 내친김에 반 학생들 앞에서 희아의 장기인 노래를 부르게 하셨습니다. 교회 성가대 멤버인 희아는 그리운 금강산을 멋지게 불러 급우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를 이끌어 냅니다.

고교를 졸업하면 고아원를 떠나서 독립을 해야 하는데 농고를 나온 희아는 대책이 없습니다. 그때 원장님이 그를 불러 졸업 후에 얼굴의 점 때문에 취직하기도 어려울테니 고아원에 남아서 보육교사가 되라고 권하십니다. 희아를 괴롭힌 얼굴의 점이 오히려 복점이 되어 직장까지 얻었습니다.

어떤 분이 선을 보라하여 스무살이나 많은 아저씨와 만났지만 먼저 차이고 말았습니다. 그게 다 영혼의 짝을 만나기 위한 시험이었는지 어느날 동료와 함께 나간 소개팅에서 그녀의 점까지 사랑하는 남자, 희아의 말에 의하면 ‘대구의 장동건’을 만납니다. 소방공무원을 지원했다 떨어진 희아의 남자친구는 재시험을 준비할 처지가 못되어 군대 주특기를 살려서 버스운전을 시작합니다.

조심스럽게 사랑과 꿈을 키워가던 희아에게 운명은 정말로 잔인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지 않는 시련의 칼을 들이댑니다. 수술 후 생존률이 매우 낮은 희귀암을 제거하겠다면서…

어느날부터 코피가 자주 나고 이가 아파오기 시작해서 병원을 갔더니 얼굴에 생기는 암의 일종인 상악동암이랍니다. 한쪽편 윗이빨에서 눈 밑까지 뼈를 통채로 들어내는 수술을 합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여자에게 얼굴에 손바닥만한 붉은 점을 주신 것도 모자라서 그 반대편 얼굴을 뼈까지 도려내게 하십니다. 그녀를 걱정하는 지인들은 차라리 점이 있는 쪽에 암이 생기지 왜 멀쩡한 반대편에 생기냐며 하늘을 원망했습니다. 얼굴의 통증도 참기 힘들고 계속 코피가 나는 등 몸의 고통도 힘들지만 남자친구를 붙잡고 있기가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희아답게 헤어지자고 과감하게 말합니다. 그러나 ‘대구의 장동건’은 오히려 일도 못하게 되어 정든 고아원을 떠나게 된 그녀를 감싸안으며 동거를 시작합니다. ‘대구의 장동건’은 남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정말 예사로운 사나이가 아닙니다. 보통 젊은 남자는 여자가 이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고 하던데 ‘대구의 장동건’은 뭔가 겉으로 보이지 않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가진 것 같습니다.

희아가 태기를 느끼자 남친은 부모님 대면을 시킨다며 아버지를 만나게 합니다.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시골에 홀로 계시던 아버지는 얼굴이 아니라 마음을 보셨는지 걱정하는 막내아들과 며느리 후보에게 ” 살다가 아픈 거 어떻하노. 행복하게 잘 살거래이. 사랑은 주머니에 넣어놓고 다니는 게 아이다.” 하시며 결혼을 승락하십니다. 시골의 촌로께서 성현들이나 하시는 말씀을 하신듯 느껴집니다. 희아의 인생에 또 한명의 수호천사가 모습을 감추고 나타난 건 아닐까요? 희아는 생각지도 못한 말씀에 당황하면서도 이렇게 말해주는 게 아버지일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제서야 울먹이며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과 코를 빼다박은 노인이 앉아 계시더랍니다. 저절로 웃음이 나오니 아버님도 따라 웃으셨습니다. ” 그래, 웃어라. 웃으니 좋네.” 하셨습니다. 그날 시아버지의 그 말씀이 희아에게 가장 큰 결혼 선물이었답니다.

예쁜 딸을 낳은 희아가 제일 먼저 확인한 건 애기의 얼굴입니다. 유전이 될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얼마나 노심초사했는지 모릅니다. 점이 없습니다. 절로 감사의 탄성이 나옵니다. 둘째도 점이 없는 예쁜 딸을 낳았습니다.

희아는 첫딸을 낳고 천사같이 예쁜 예은이의 얼굴을 보며 결심합니다. “우리 아기는 저처럼 옥상에 올라가 혼자 하늘을 보며 울지 않을 겁니다. 알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는 터무니 없는 생각도 하지 않을 겁니다.”

희아는 딸들에게 감사하는 방법을 가르칩니다. 큰딸 예은이는 넘어져서 손이 까져 피가 나와도 “하느님이 지켜주셔서 이것밖에 안 다쳤네” 라고 말합니다.

희아는 시아버지의 틀이를 해드리고 싶지만 마음뿐입니다. 시아버지는 오히려 이쁜 손녀를 둘이나 안겨줬는데 뭘 더 바라겠냐고 하십니다. 죄송한 마음을
말씀드리고 대신 시아버지의 발을 씻겨드리겠다고 합니다. 미안하고 쑥스러우신 듯 웃으시며 발을 맡기십니다. “간지럽데이” 하시며 시아버지는 또 웃으셨습니다. 행복은 물질에 있는 건 아니라지만 희아는 소원이던 시아버지의 틀이를 해드리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보내드려야 했습니다.

트럭 운전을 시작한 남편은 하루도 쉬지 않고 새벽에 일을 나갑니다. 희아는 아픈 몸으로 두 딸을 키우느라 힘들고 더구나 새롭게 폭식증을 앓으면서도 둘째 예지가 유치원에 갈 즈음에 공방을 차립니다. 비누 만드는 것도 가르치고 매년 한가지씩 새로운 기능을 첨가하며 공방 선생님으로 명성을 키워갑니다. 한번은 큰딸의 옛날 선생님이 공방의 학생으로 등록하십니다. 자신의 선생님이 안면장애 3급의 엄마에게 선생님이라 부르는 걸 보는 큰딸은 엄마가 너무나 자랑스럽습니다.

어느날 큰딸이 엄마에게 TV에 나가 강연에 도전해 보라고 했는데 고아원 때 선생님으로부터도 KBS TV강연 100도씨에 출전하라는 권고를 받습니다. TV에서 강연하여 수상을 하면 생모를 한번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남다른 꿈이 있었던 희아씨는 드디어 출전하여 자신의 특이한 스토리로 1등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심사위원들은 “유머, 힘, 눈물, 논리적 전환, 결론까지 완벽했다”고 평했습니다. 하루 아침에 전국적으로 유명인사가 되고 아울러 감사의 아이콘으로 거듭납니다. 길에서 만나는 어떤 분들은 “감사 아줌마네” 하면서 손도 잡아주고 사진도 함께 찍자고 합니다.

전에 친지의 결혼식에 찍힌 그녀의 모습을 보고 “사진 망쳤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던 때에 비하면 천지가 개벽한 듯합니다.

오늘도 희아씨는 강연과 TV 출연을 통해 집에 숨어서 사는 장애인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한국에는 안면장애가 있는 사람이 수십만 명이나 된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엔 희아씨의 장애에 비하면 장난같이 느껴지는 장애지만 특히 얼굴에 뾰루지나 여드름 하나만 생겨도 신경이 고두서는 게 여성들일텐데 얼굴에 있는 장애는 비장애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고통일 겁니다.

그녀의 강연은 저를 포함한 장애인이 아닌 많은 일반인들에게도 큰 교훈과 깨달음을 줍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말고도 사람마다 숨기고 사는 보석같이 아름다운 내면을 보는 눈을 지니고 싶습니다. 장애는 단지 조금 다를 뿐이지 차별과 멸시의 대상이 아니란 것도 가슴 깊이 새기고 싶습니다. 그녀가 간절히 주문한 것처럼 길에서 장애인를 만나더라도 그냥 평범하게 대하는 자세를 키우고 싶습니다. 설령 특이한 모습에 놀랐더라도 미소 짓거나 미안하다고 말하는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살아가면서 우리 누구나 언제든지 신체적으로 장애인이 될 수가 있습니다. 아마도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우리 모두 벌써 장애인일지도 모릅니다. 안면장애 3급의 그녀보다 더 중증의 장애를 앓고 있으면서 밖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안 아픈척 남의 눈을 속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특히 나 자신을 스스로 속이고 있는 건 아닐까요?

고아 출신에다 한쪽 얼굴에는 반점, 다른 한쪽에는 희귀암 수술 흔적으로 허벅지에서 이식한 살이 울퉁불퉁한 그 모습에, 직장도 잃고,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인 여자였습니다. 고아원을 나와 전세로 얻은 옥탑방에서 희아의 또다른 수호천사인 친구 옥순이와 함께 벽에 다리를 걸치고 누워서 희아는 말했습니다. “내 시련은 내가 감당할 수 있으니까 나한테 있다고 생각한데이. 그래서 나는 감사한데이.” 친구는 옥탑방이 아니라 천상에서 천사와 얘기하는 착각을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희야, 니는 우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노. 정말 대단하데이.”

그가 겪은 한가지만 닥쳐도 비관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에 함몰할 나를 생각하며 희아씨의 긍정과 감사의 에너지가 나에게도 파도처럼 전파되기를 바라고 또 바래봅니다.

황 근(육군학사장교 남가주동문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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