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정말 “뭣이 중헌디”

목요일 오후 나는 우리교회 로비에 있는 둥근탁자 위에 전도용 마스크와 전도지를 꺼내 놓았다. 지난 주에 주문했던 전도용 마스크 천개와 마스크와 함께 넣어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줄 전도지가 이틀전에 택배로 도착했다.

전도지에 교회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서 마스크 한 개와 전도지 한 장을 투명한 비닐봉투에 하나씩 넣어서 봉한다. 그렇게 작업을 하고 있는데 만날 약속을 했던 J몽골선교사님이 우리 교회를 방문했다.

J선교사님은 내가 작업 하는걸 보더니 커피를 마시면서 한편으론 투명비닐에 마스크와 전도지를 넣어서 봉하는 일을 돕기 시작했다. 손이 빠른 J선교사님은 금방 오십매, 백매씩 전도지와 마스크를 투명비닐봉투에 넣어 봉한 다음에 큰 비닐봉투에 옮겨담아 놓는다.

멀리 몽골에서 선교사역하던 선교사님이 찾아와서 함께 전도하기 위한 물품들을 정리하고 준비하는 일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이 순간이 나는 참 행복하다고 느껴졌다. 그 시간은 전도를 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전라도 광양 사투리에 “뭣이 중헌디” 라는 말이 있다. 영화 ‘곡성’에서 아역배우 김환희가 감정을 실어 말한 이 “뭣이 중헌디”라는 짧은 대사 한마디가 관객들의 가슴에 꼿혀 유행어가 되었다.

또 트롯가수 임영웅은 “뭣이 중헌디”라는 노래를 불렀다. 노래의 가사는 인생에서 중요한것이 무엇인가 했더니 바로 사랑이더라고 노래 한다. 바로 부모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자식은 시집장가 가서 제자식을 낳아 보아야 부모의 사랑을 안다는 내용이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디
정답은 바로 사랑이더라
어머니의 끝도 없는 자식들 사랑
그 누가 어찌 다 아랴… (중략)

…어차피 인생살이 새옹지마
딱 한번만 살고 가는 세상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헌디
정답은 바로 사랑이더라…”

지난 화요일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조지아에서 선교하던 고 정정옥 선교사님의 발인예배가 있었다. 선교지에서 코로나19에 걸려 중증이 되어 한국에 나오신지 두 달여만에 소천 하신 것이다.

병원에서의 치료로 인해서 코로나19는 음성으로 나왔다. 하지만 폐이식 수술후 슈퍼박테리아(항생제가 듣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 의 침투로 인해 고정선교사님은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회복이 되지 못하고 끝내 소천 하였다.

나는 성남시 화장장과 장지인 분당메모리얼파크까지 남편과 함께 하루종일 다녀왔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곽 선교사님을, 그리고 아버지를 떠나 보내는 자녀들의 슬픔을 시종 지켜 보면서 나도 너무나 마음이 아파왔다.

그런데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고 정 선교사님과 함께 만남을 가졌고 대화를 나누었고 웃으면서 밥을 먹고 지낸지가 불과 몇 달 전이었는데… 그런 생생한 기억을 뒤로 하고 고 정 선교사님을 이 땅에서 다시는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내 사위가 보자기에 쌓인 아버지의 유골함을 가슴에 안고 장지를 향해 가면서 우는 모습이 내 가슴을 저리게 했다. 살아 계셨던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화장터에서 하얀 항아리 안에 재가 되어 그 온기를 느끼며 품에 안고 있는 사위의 심정이 얼마나 기가 막히고 힘들고 억장이 무너졌을까

그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한시간 일찍 어머니를 주간보호센터에 부탁해서 모셔가게 하고 저녁도 늦게 까지 어머니를 보호해 달라고 하고는, 우리 부부는 하루종일 고정선교사님을 보내드리는 이 모든 과정을 함께 했다.

장례 일정을 다 마치고 허탈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더니 택배가 교회 주소로 배달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나는 피곤했지만 교회로 갔다. 마스크와 전도지가 큰박스 하나와 작은박스 하나 두 박스가 와 있었다. 나는 교회 안으로 전도지와 마스크 박스를 들여 놓았다.

고 정 정옥선교사님 장례를 막 치르고 돌아와 전도용으로 사용할 마스크 천개와 전도지를 받아 들여 놓으면서 나는 세상에 중요한것이 무엇인가를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영혼을 구령하는 전도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말이다.

전도하고 복음을 전하는 것이야말로 고 정 선교사님의 정신과 사역을 잇는 길이다. 고  정 선교사님은 예수님과 복음을 위하여 한평생을 바쳤다. 선교지의 영혼들을 사랑했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복음전도자로서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잘 알고 있었던 분이다.

그러기에 올봄에 한국에 나왔을 때 주변의 지인들과 친구 목사님들이 코로나시대에 굳이 선교지에 들어 가지 말고 좀 더 한국에 있으라고 권했지만 그분은 바로 위에 기술한 그런 이유로 생명을 걸고 선교지로 다시 들어갔고 결국 순교자가 되신 것이다.

다시 “뭣이 중한디” 라는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사람마다 중요한 것이 있을 것이다. 우정이 중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돈이 중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종교적 신념이 중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을 갈라치기해 놓은 정치적 이념이 중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경은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의 영혼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천지가 없어질지라도 없어지지 않는 것 세가지(하나님, 성경말씀, 사람의 영혼)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사람의 영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것을 깨닫고 부르심을 받은 이들이 선교사가 되어 지금도 선교지인 세계 곳곳으로 나아간다.

만약 인생에서 “뭣이 중헌디” 라고 고 정 선교사님이 살아있을 때 물었다면 그분은 무어라고 대답했을까? 아마도 그분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수님을 믿는 것이고, 복음을 전하는 것이고 주님이 있으라고 한 그자리(선교지)에 있는 것입니다.” 라고 대답 하셨을 것이다.

실제로 그런 내용의 서신을 선교지로 돌아간 얼마 후에 절친 목사님에게 보내 왔다고 한다. 자신의 주님을 향한 충성과 선교지의 영혼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복음을 위해 살아야 하는 믿음의 결단을 실은 장장 8장의 편지를 보내 왔다고 한다.

고정선교사님의 절친 목사님은 그중 한 문단을 하관예배때 설교를 하면서 읽어주었다. 그 내용을 들은 사람들은 마음에 뜨거운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모든 사람의 눈시울을 뜨겁게 했었다. 다음은 고정선교사님이 절친 목사님에게 보낸 편지 그 한 문단의 내용이다.

“왜? 이 시국에 여기에(선교지에)이 난리를 치루며 (돌아)와야만 하는가? 아무리 되새겨 보아도 이유는 단순하고 분명합니다. 사도 바울이 예루살렘을 향해 가겠다고 할 때 성도들과 동역자들이 울면서 만류 하였으나 “나는 이미 죽을 것도 각오하였노라” 고 하며 나의 달려 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귀하게 여기지 아니하노라” 하였듯이 오직 복음을 위하여, 예수를 위하여, 성도를 위하여 내가 있어야 할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고 정 선교사님을 떠나 보내면서 같은 선교사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해 졌다. 세상은 이런 저런 일들로 연일 시끄럽고 매일 경천동지(하늘을 놀라게 하고 땅을 흔든다는 뜻)할 새로운 뉴스들로 가득차지만 나는 오직 복음 전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너는 모든 일에 신중하여 고난을 받으며 전도자의 일을 하며 네 직무를 다하라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딤후 4:5,7)”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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