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태 칼럼] 동이가 걸음을 멈춘 까닭은?

12년 정든 동이를 추억하며!
개도 훈련이 되는데 사람이 안 될까?
사람의 혼은 올라가고 짐승의 혼은 땅으로 내려간다

동이는 선교사와 12년을 동고동락((同苦同樂)한 저먼 셰퍼드로 필자가 어린아이 키우듯이 한 개 이름이다. 주변의 여러분들이 “목사님 개를 사람 다루(대하)듯 하시네요” 하는데 사실 틀린 말이 아닌 것은 무엇보다 자연과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른 면도 없잖아 있고 또 개가 사람과 가장 친화력이 있는 동물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오래전에 단기선교를 온 교회 청년들이 “선교사님 사극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 동이예요” 하여 우리 동이가 그렇게 유명한 이름인 줄 처음 알았다.

동이는 비록 개였지만 자녀(biological children)가 없는 선교사 가정에서는 한 식구 역할을 톡톡히 했고 친구이자 든든한 가드(guard)였으며 주인과 교감을 나눌 정도로 영리한 충견(忠犬)이었다. 그러나 그 역시 흐르는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주일을 넘긴 15일 아침 결국 12세의 나이에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필자가 처음으로 개와 맺은 슬픈 인연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0년대 농촌에서 자란 가난하던 시절, 탈곡한 볍씨(나락)를 저장할 창고가 없어서 우리 집은 한쪽 마당에다 임시 창고를 만들고 저장을 하였는데 그 당시에 장석이라 불렀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저장한 소중한 생명 줄 나락을 우글거리는 쥐 떼들이 먹어대니 온 나라와 동네가 쥐약을 놓아 쥐를 잡았다. 그 당시 학교에서 쥐꼬리를 잘라서 가지고 오라는 숙제도 있었고 벼 이삭줍기도 있었는데 요즘 사람들은 믿기 어려울 것 같다.

필자의 집에서도 저녁 무렵 쥐약을 놓았는데 밥에다가 농약을 타서 그릇에 넣은 것을 우리 개(베스)가 싹 닦아 먹고 비명을 지르며 정말 난리가 났었다.

그 당시 베스는 새끼를 여러 마리 낳은 상태여서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밥을 다 먹고 고통하다가 그 때 토하라고 비눗물을 갈아 먹이는 중 놓쳐서 집을 나간 후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우리 집은 초상집이 되었고 많이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부 교역자 시절에도 개를 좋아하니까 교회 장로님, 권사님 여러분들이 개를 주어서 도베르만, 도사, 진돗개 등 3마리를 키운 적도 있었다.

“아이구~ 또 개 소리 하시네… 목사님! 개소리 그만 하세요!”

앉았다 하면 개 얘기를 하니까 어느 짓궂은 집사님의 역대급 아재 개그이다.

과거엔 개가 하나의 관상용, 몸보신용 감이었지만 이제는 시대의 변천과 함께 반려견으로 불려지면서 평생 동반자로 자리를 잡아가고 개 전용 병원, 호텔, 미용실, 놀이터가 생겨나는 것을 보며 “개 팔자가 상 팔자” 라고 하신 옛날 어른들의 선견지명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동이가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백인 친구가 너무 슬퍼하지 말라며 너희들이 하나님의 충성스런 종이니 천국에 가면 동이를 다시 만날 수 있다며 문자를 보내 주어서 슬픈 가운데서도 한참을 웃었는데….. 어디까지나 개는 개일 뿐, 개가 사람이 될 수 없고 동물에겐 심판이나 천국, 지옥이 따로 없다.

인생에게 임하는 일이 일반이라 다 동일한 호흡이 있어서 이의 죽음 같이 저도 죽으니 사람이 짐승보다 뛰어남이 없음은 모든 것이 헛됨이로다. 다 흙으로 말미암았으므로 다 흙으로 돌아가나니 다 한 곳으로 가거니와 인생의 혼은 위로 올라가고 짐승의 혼은 아래 곧 땅으로 내려가는 줄을 누가 알랴 (전3:19~21)

다시 개소리로 돌아가서 동이가 오기 전에 저먼 셰퍼드(산)이가 있었는데 산이는 동이보다 훨씬 더 우람하고 잘 생겼었다.

어느 해 12월 무더운 여름, 흑인촌 성도 가정에서 선교사를 집으로 초청하여 식사대접을 받았었는데 닭고기와 야채에 약간 이상이 있었으나 정성이 너무나 귀하여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못다 먹은 음식을 싸 가지고 와서 3살 산이를 주었다. 아내는 그날 오후부터 배탈이 났지만 잘 넘어갔고 필자는 3일 후에 배에 이상이 와서 밤새도록 고통 중에 사경을 헤맸고 날이 밝으면 병원에 갈 예정이었다. 이른 아침에 아내가 다급하게 “여보! 산이가 다 죽어가“ 하여 나가 보니 산이가 뒤뜰에서 축 늘어져 정말 거의 죽어가고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음식을 먹은 것이 문제가 있어 급성 장염에 걸렸던 것이었다. 결국 그 큰 개는 안타깝게도 죽었고 밤새도록 장염과 사투를 벌인 필자는 하나님의 은혜로 생명을 연장받아 지금까지 살고 있다. 이것으로 깨달은 것은 장이 약하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현지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을 때는 상당히 조심을 하고 허술한 것을 함부로 개에게 먹이지 않고 주어도 끓여 먹인다.

남아공은 워낙에 좀도둑, 강력범들도 많고 하여 개를 많이 키우는데 개가 크고 작은 것을 많이 막아주고 또 적적할 때는 좋은 친구가 되어 주고 정서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산이가 떠난 이후에 개가 꼭 필요하여 찾았으나 연말이라 쉽지 않았는데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만난 것이 동이였다. 그 이름은 산이 동생이라는 의미로 동이라 지어 주었다.

동이는 몇 주 전부터 목에 무엇이 걸린 것처럼 헛 기침을 하며 무엇을 토하려고 하는 증상을 보여 병원에 데려가야지 했는데 요즘 시간을 쪼개 쓰다가 보니 차일피일 미루다가 최근에 의사에게 보였는데 심장과 폐에 이상이 있다며 약을 처방해 주면서 효과가 있는지 지켜보자고 하였다.

그 약을 한 3~4일 먹었을까? 그 주간 교육관 천정 공사를 준비 하느라 분주하여 잘 돌보지 못하였는데 천정 작업을 마치고 토요일 저녁 무렵 집에 들어오니 작은놈(똘똘이)만 문 앞에서 주인을 반기고 큰놈은 보이지 않았다. 가끔 그러기도 하여 가든에 나가 보니까 동이가 잔디에 앉아서 물끄러미 쳐다보기만 하며 불러도 오지도 않아 일으켜 세워보니까 일어나지도 못하고 숨을 헐떡거리는데 거의 숨이 넘어갈 것만 같았다.

동아! 동아! 끌어 앉고 한참을 울다가 그래! 가거라 고통 없이 가는 것이 편하지! 보내려고 하니까 내일 주일예배를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앞섰다. 마치 주인을 기다렸다는 듯이 주인이 오자마자 쓰러졌는데 이것도 감사해야지 하고 있는데 아내가 입으로 넣어준 물을 삼키더니만 동이가 기적적으로 다시 소생하였다.

그 날로부터 동이는 주일 하루를 넘겨 주어서 은혜로운 주일예배를 드릴 수 있었고 15일(월요일) 이른 아침까지 주인이 주는 음식도 먹고 아침 7시 무렵 집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는데 불과 2시간 남짓 후 동이는 결국 정든 주인의 곁을 떠나고야 말았다.

하나님께서 동이의 생명을 하루 반나절 연장하여 주셔서 지난 주일 새 신자들도 많이 왔었는데 담대하게 은혜로운 말씀을 선포하게 하셨고 혼수상태에서 병원에 데려가 안락사를 시키지도 않고 12년 정든 동이와 마지막 숨이 넘어갈 때까지 맑은 정신으로 작별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해 주셨음을 생각하면 작은 신음에도 응답하시는 하나님의 세밀하심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요 며칠 외출했다가 들어 올 때 문 앞에 기다리면서 어김없이 주인을 반기던 녀석이 갑자기 가버리니 왠지 허전하고 섭섭하며 그 빈자리가 무척 커 보인다. 동생 똘똘이도 숨을 멈춘 형을 그렇게 핥더니만 덮어 놓았는데도 믿기지 않은 듯 담요를 코로 제치고 여러 번 깨워 보았지만 아무 반응이 없자 포기하고 그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형아가 떠나는 마지막 길을 앞에서 흥분하여 막더니만 황급히 따라오면서 입을 맞추고 그렇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였다.

개를 여러 마리 키워 보면서 배운 것은 비록 말하지 못하는 짐승이지만 저들이 주인에게 표현하는 애정과 충성심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저지레를 하여 호되게 야단을 맞고도 다음 날 아침 꼬리를 치며 주인을 반기는 것을 보면서 눈물이 핑 돌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특별히 산이와 동이는 문을 여닫고 하는 등 사람이 하는 기본적인 것은 다 했고 동이는 실내에 앉아 있다가도 나가서 털고 들어오라면 어김없이 나가서 몸을 털고 다시 들어 온다. 필자가 많은 영상을 보았지만 앉았다가 나가서 털고 들어오는 개는 아직 보지 못했다.

말 못 하는 짐승이라고 해서 함부로 해서는 안 되며 개도 사람처럼 감정이 있다. 그래서 과거에 잘 먹었던 보신탕을 먹지 않겠다고 결심하게 되었고 하나님을 master(주인)로 모시는 자로서 어떻게 해야 함을 알지만 개만도 못하는 것 같아 늘 죄송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이 앞서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게 된다.

아프리카 사람들을 경험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아프리카 선교지 특성상 정말 계란으로 바위치는 것 같고 도무지 변하지 않고 훈련될 것 같지 않은 절벽에 부딪힐 때가 수백 번도 더 되었고 내가 부족해서 안 되는 가 보다 하고 수십 번 포기하고 싶었을 때…… 선교 초창기 지나간 헌터, 산이, 동이 이들이 훈련되어 가는 것을 보며 개도 되는데? 사람이 안 될까? 이런 고집과 오기 그리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과 주변 분들의 기도와 성원으로 20년을 한결같이 선교현장을 지키며 달려올 수 있었다.

돌아보면 정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 것 같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부끄러움과 후회 없는 선교사역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지혜와 힘과 용기를 달라고… 그래서 사도 바울처럼 선한 싸움을 싸우며 믿음을 지키며 달려갈 길 잘 마칠 수 있게 해 달라고 오늘도 기도하게 된다.

내가 이미 얻었다 함도 아니요 온전히 이루었다 함도 아니라 오직 내가 그리스도 예수께 잡힌 바 된 그것을 잡으려고 쫓아가노라 형제들아 나는 아직 내가 잡은 줄로 여기지 아니하고 오직 한 일 즉 뒤에 있는 것은 잊어버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잡으려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부름의 상을 위하여 쫓아가노라. (빌3:12~14) 아멘!

이 칼럼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 하나님의 은혜와 축복,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가정과 교회, 사업장 위에 차고 넘치시길 바라며 기도드린다.

남아공 김현태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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