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로아 로이와 김치담그기

거의 석달여 만에 대구에 내려갔다. 한번 내려가야지 가야지 하면서 내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미루다가 셋째손자 조이가 더 크기 전에 어서 가서 안아 줘야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조이는 벌써 제가 태어날때 보다 3배쯤 되는 몸무게로 부쩍 자라 있었다.

아기는 이유식과 모유를 겸해서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신생아였던 셋째손자 조이가 쑥쑥 자라나서 뒤집기를 하더니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조이는 또 보행기를 어찌나 잘 타는지 제가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쏜살같이 달려간다.

아기 조이는 보행기를 타다가 문이나 벽같은 장애물이 나타나면 후진 하여 뒤로 살짝 한발을 뺀 후에 각도를 조절해서는 앞으로 달려간다. 7개월된 아가인데 저리 지혜와 총명이 있을까 싶어 절로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또 조이는 팔다리 힘이 좋다. 배를 움직여 기는 것이 아니라 팔에 힘을 주어 기어가는데 속도가 장난 아니다. 무척 빠르다. 조이는 거실에 있다가 어느새 주방에 가 있곤 한다. 물론 주방에 있는 제 엄마를 향해서 쏜살같이 기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아기가 어찌나 잘 웃는지 조이와 눈을 맞추고 있으면 조이는 헤헤헤… 소리내어 웃는다. 명랑한 조이의 웃는소리에 절로 힐링이 되고 미소가 지어진다. 아가의 웃음은 어떤 시름도 잊게 한다. 천사가 따로 없다.

조이가 자라면서 제 누나인 로아를 많이 닮았다는 말을 듣는다. 그러고 보니 방실 방실 잘 웃었던 로아의 유아적 모습이 조이에게서도 보인다. 내가 대구에 다녀간 지 불과 석달여만에 조이가 이처럼 부쩍 자란 것이다. 마음 같아선 매달 대구에 내려가고 싶다.

그런데 조이의 형인 둘째 로이도 무척 자라 있었다. 로이가 말이 얼마나 많이 늘었는지 모른다. 정말 놀랄 정도이다. 석달전만 해도 엄마, 아빠, 아멘 등 간단한 단어외에는 거의 말을 못했는데 이번에 대구에 내려가보니 로이가 부쩍 자라있었다.

무엇보다도 지혜가 자라서 말을 아주 잘한다.웬만한 의사표현은 다한다. 로이는 또 누나 로아와 율동도 잘하고 성경암송도 척척 한다. 싫고 좋은것에 대한 의사표시도 분명하고 이제 29개월인 로이가 잘 자라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다.

로이 역시 아직은 기저귀도 못뗀 아기이지만 동생이 생겨서 형이 되었으니 형의 역활이 있어서 그런지 로이가 더 빨리 의젓해 지는것 같기도 하다. 위로 누나를 모시고 아래로 남동생을 거느려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가진 우리둘째손자 로이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세 아이를 양육해야 하니 딸이 가장 수고가 많다. 딸이 얼마나 일이 많겠는가 싶어서 김치라도 담그어 주고 와야지 하고 내려가던 이튿날 무우 세개를 사다가 석박지를 한통 담가 주었다. 무우김치를 좋아하는 딸이 매우 흐믓해 한다.

하는 길에 배추맛김치와 오이소박이도 좀 담가 주겠다고 했더니 딸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한다. “엄마 그거 담가주면 반은 상해서 버려요.” 한다. 나는 “그래? 그러면 조금만 담그면 되지 많이 하지 말고…”

딸은 석박지 한통이면 충분 하단다. 그러면서 엄마도 할머니 간병 하느라고 힘들었을텐데 일하지 말고 쉬었다 가란다. 내가 반찬 만들고 일을 할까봐 딸은 아예 반찬을 몇가지 주문해서 배달이 오게 해 놓았다.

딸이 하도 아무것도 해 놓지 말라고 그러니 나도 하는 수 없이 아이들과 놀아나 주고 빨래나 개켜주고 지냈다. 그런데 돌아오기 하루전엔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오이소박이를 담글 오이와 부추, 배추 한포기와 무우를 사자고 했다.

제법 길이가 있는 길쭉한 오이 8개를 4등분해서 절여서 부추양념을 해서 오이소박이를 담갔다. 봄맞이 반찬으로 한참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배추와 무우를 섞어서 썰어서 맛김치도 한통 담가 주었다.

찹쌀풀에 사과 양파 생강 마늘 새우젓을 갈아 넣고 매실청을 넣어 절인 배추를 버무렸다. 로아가 “할머니 김치 담글때 저랑 같이 담가요.” 하고 주문을 했었기 때문에 김치를 버무릴때 로아를 오게 했다.

누나가 오니 로이도 달려왔다. 어린이집에서 요리연습을 많이 해 본 아이들이라선지 익숙하게 어린이용 일회용 비닐목장갑을 끼고 김치 담그는 함지에 손을 담근다. 로아 로이의 고사리 손이 김치를 움켜서 통에 담는 모습을 지켜 보자니 귀엽기 그지 없다.

어느새 이 아이들이 이렇게 예쁘게 자랐을까? 김치를 다 담가넣고 딸에게 김치 한조각을 먹어 보라고 했다. 딸은 한조각을 먹더니 “우와~ 너무 맛있어요. 김치 필요 없다고 했던말 취소 할래요.” 한다. 나는 흐믓해진 마음에 만족이 더해 진다.

저녁엔 갈비탕을 준비했다. 갈비를 무우와 다시마 대파를 넣고 한시간이상 푹 끓여서 불려논 당면을 넣어 완성해서 갈비탕을 차려 주었다. 딸이 얼마나 맛있게 갈비탕을 먹으며 감탄사를 연발하는지 갈비탕 끓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은 그동안 아기 돌보느라 힘들었던 몸이 갈비탕을 먹으며 회복이 되는것 같아 위로가 된단다. 먹는것이 이렇게 중요하다. 그런데 딸만 갈비탕을 잘 먹는줄 알았더니 우리 로아도 장난이 아니다. 갈비탕을 아주 아주 잘먹는다.

로아는 어른처럼 갈비탕 국물에 밥을 척 말아서 먹는다. 넉넉하게 갈비탕에 넣고 끓인 당면을 건져서 따로 그릇에 담아주면서 먹고 싶으면 더 먹으라고 했더니 계속 당면을 갈비탕에 추가 하면서 갈비탕 한그릇을 뚝딱 해 치운다. 국물 한숟가락도 남김없이 싹 다 먹는다.

입이 좀 짧은 편인 로아도 저렇게 갈비탕을 잘 먹다니 앞으론 내가 대구에 올때 마다 갈비탕을 끓여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위가 좋아하는 두부 조림도 해 주었다. 두부를 노릇하게 부쳐서 양념장을 얹어 삼삼하게 조리면 아이들까지도 모두 잘 먹는다.

김포로 돌아오던 날은 잡채를 만들고 김치볶음밥을 만들어서 아들까지 오라고 해서 함께 먹고는 아들의 차로 대구역까지 왔다.
이번 대구행은 자녀와 손주들을 위한 ‘엄마의 먹방’이 된듯하다.

평소 나는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하는 시간을 최고로 행복한 시간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그러기에 요리하기 위한 수고는 별로 수고로 여기지 않는편이다. 특히 이번 대구 딸네집 방문은 ‘로아 로이와 김치만들기 ‘가 잊지 못할 따뜻한 추억이 되었다.

너는 가서 기쁨으로 네 음식물을 먹고 즐거운 마음으로 네 포도주를 마실지어다 이는 하나님이 네가 하는 일들을 벌써 기쁘게 받으셨음이니라(전 9:7)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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