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가족 확진이 되다

남편 K선교사가 침대에 누워 있는 어머니의 손톱을 깎아 드리고 있다. 어머니는 식사도 거부하시고 계속 잠만 주무신다. 코로나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드신 후에 보이는 반응이다.

오미크론이 창궐하더니 지금 우리가족 세사람은 모두 재택 자가격리중이다. 내가 먼저 확진이 되고 곧이어 어머니와 남편도 확진이 되어서 동네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를 받았고 약 처방을 받았다.

남편과 나는 감기약 처방이지만 어머니는 코로나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처방 받았다. 우리 부부 보다도 연로하신 어머니가
걱정이다. 치료기간을 감당하실 수나 있을런지…더구나 코로나 치료약이 매우 독하다는데…

우리 부부는 며칠전 일산 백병원에 문상을 다녀왔다. C국에서 함께 사역했던 선교사님이 소천하여서 부득불 문상을 다녀왔던 것이다. 문상을 하러 출발할 때에는 우리 부부는 문상후 유가족과 인사만 나누고 곧장 돌아오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문상을 마치고
홀로 나오니 벌써 식사준비를 해 놓고 식사를 하라고 한다. 게다가 마침 C국에서 사역했던 선교사님들이 두 가정 문상하러 들어 오는 바람에 자연 스럽게 교제가 2시간 남짓 이어졌다.

집에 돌아왔는데 이상하게도 너무 피곤 하였다. 운전을 남편이 하고 다녀왔는데 왜 내가 이렇게 피곤할까 하면서 한숨을 자기로 했다. 그런데 이튿날 목이 약간 컬컬해 지는가 싶더니 미열이 났다.

의구심이 들어서 편의점에서 자가키트를 구매해서 남편과 함께 자가키트 검사를 했다. 나는 두줄 양성이고 남편은 1줄 음성이었다. 이튿날 아침에 자가키트를 다시 구매해서 한번 더 검사를 했다. 결과는 같았다.

아무래도 동네병원에 가야 할것 같아서 내과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했다. 역시 결과는 같았다 나는 양성 남편은 음성이었다. 의사의 처방은 감기약이었다. 진해 거담에 쓰는 시럽과 두통약 한알이 처방전이다. 5일치를 처방 받았다.

의사는 우리가 문상을 다녀와서 코로나 오미크론에 걸렸다고 보지는 않았다. 오미크론은 워낙 잘 퍼져서 어디서 감염 되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동안 잘 지내
왔는데 우리 가족도 코로나의 공격을 받은 것이다.

그리고 이틀후에 어머니와 남편도 양성판정이 되어서 모두 집에서 자가 격리에 들어 갔다. 예상대로 어머니는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이젠 걸어서 거실식탁까지도 나오기 힘들어 하셔서 어머니방에 작은 탁자를 놓고 밥을 떠먹여 드리고 있다.

자기 발로 걸을 수만 있는것도 얼마나 큰축복인지 모른다. 어머니가 잘 서거나 걷지를 못하자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아무리 마른 노인 이라도 이제 70이 된 아들이 번쩍 안기는 무리이다.

아침에 대변을 많이 보셔서 화장실로 옮겨 씻겨야 했는데 남편과 양쪽에서 부축해서 겨우 화장실로 옮겨 씻겨 드리는데도 어머니가 몸을 못 가누고 늘어져 버리니 아주 난감했다. 겨우 씻겨서 방으로 옮겨 침대에 눕혀 드렸다.

깨끗이 목욕을 하고 침대 위에 핑크색 꽃이불을 덮고 누워 있는 어머니 모습은 평화로워 보인다. 당신으로 인해 나이든 아들 며느리가 고생 하는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머니는 그저 평안해 보이기만 한다.

도시생활만 해서인지 어머니는 여전히 얼굴이 하얗고 고운 편이다. 얼마전 텔레비젼에서 “나부야 나부야”라는 다큐멘터리를 본적이 있는데 주인공은 92세 와 93세된 산골에 사는 노부부이다.

결혼생활 78년동안 오손 도손 해로 하다가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도시에 사는 자녀들이 혼자남은 할아버지를 모셔갔지만 할아버지가 할머니와 살던 산골집을 그리워해서 다시 돌아와 혼자 살아가는 사연이 내용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어머니와 비슷한 연령인 할머니의 얼굴이 얼마나 까맣고 주름도 많은지… 그래서 우리 어머니 얼굴과 비교하게 되었나 보다. 햇볕에 많이 그을린 얼굴이 확실이 더 주름이 많아진다는 것을…

우리 어머니는 사할린에서 태어나 일본어로 교육을 받다가 북한에 있는 함흥에서 사시다가 여고를 졸업하고 홀로 한국으로 월남하셨다. 흥남부두에서 미군정을 타고 오셔서 파란만장한 일생을 사셨다.

어머니의 말년 십여년을 그래도 큰아들며느리가 모셔서 행복하셨는데 코로나에 걸리신 것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오미크론도 씩씩하게 이겨 내시고 건강을 회복 하시기만을 간구한다.

“내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공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비추리니 너희가 나가서 외양간에서 나온 송아지 같이 뛰리라(말 4:2)”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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