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회복을 위한 삼계전복죽

어머니가 병원에서 퇴원하신 이튿날 “고객님께 마음을 담은 쿠폰 선물이 도착했습니다.”는 내용과 함께 본죽에서 발행한 죽 쿠폰 한 장이 내문자로 날아 들었다. 보낸 사람을 보니 잘 아는 S전도사님 이었다.

‘건강보양 삼계전복죽’읽어 보기만 해도 영양가가 느껴지는 그런 죽 이름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심으로 우리 어머니가 과연 저 죽을 드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냐하면 퇴원 하시고 집에 오셔서 근 삼일을 곡기를 입에 대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퇴원하신 지 삼일쯤 되면서 기적처럼 어머니는 일어나 앉으셨고 내가 먹여 드리는 미음과 흰죽을 잘 받아 드시고 원기를 회복 하셨다. 거실에 나와 텔레비젼을 두어시간씩 시청하실만큼 기력을 회복 하신 것이다.

나는 기쁜 나머지 어제 아침엔 흰죽에 바나나와키위를 갈아서 쥬스를 만들어서 먹여 드렸다. 흰죽과 새콤달콤한 바나나키위 쥬스를 어머니는 잘 받아 드셨다. 죽 한그릇을 다 드셨다.

점심에는 흰죽과 된장국을 끓여 먹여 드렸더니 어머니는 맛있게 다 드신다. 나는 비로소 속으로 안심이 되었다. “그래 흰죽을 6번쯤 여러 차례 드셔서 속이 편해 지셨을테니 이젠 됐다. “

S전도사님이 어머니를 공궤하는 마음으로 보내준 ‘건강보양식 삼계 전복죽’을 지금쯤은 먹여 드려도 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삼일간 시간을 내서 할머니를 문병하고 대구로 돌아 가는 아들을 배웅할겸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죽을 사 가지고 들어오면 될것 같았다.

본죽 메뉴판을 보니 여러 죽 가운데 삼계전복죽은 가장 비싼 죽이었다. S전도사님이 어머니가 어서 회복 하시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정성껏 준비한 선물임을 알 수 있었다. S전도사님은 우리동네의 한 중형교회에서 전임 사역을 하던 분이다.

동네에서 나와 알게되어 친하게 지냈고 우리집에도 몇번 방문하여 함께 식사도 하며 우리 어머니 장권사님을 특히 친애하던 S전도사님 이었다. S전도사님은 이동네 교회에서 사역을 마치고 다른 곳으로 갔지만 종종 어머니에게 선물을 보내왔다.

S전도사님은 우리 어머니를 기억하면서 제주감귤이라든지 호두왕 찹쌀떡 이라든지 또는 비싼 백화점용 양갱이라든지 등등의 선물을 종종 보내 주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어머니를 누군가가 함께 모셔 주는것 같은 격려를 느끼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어머니가 코로나로 입원 하셨다가 퇴원 하시자 마자 또 선물을 보내온 것이다. 어머니의 상태가 좋아져 S전도사님이 보내온 ‘건강보양 삼계전복죽’을 드실 수 있을 것 같아서 두 개로 나누어 포장해서 가지고 왔다.

삼계전복죽의 절반의 절반을 맑은 김치국과 함께 먹여 드렸더니 다 받아 드신다. 그리고 다음 끼에 삼계전복죽을 한 번 또 먹여 드렸다 이번에도 어머니는 맛있게 잘 드신다. 아직 삼계전복죽 나누어 포장해온 한팩은 남았지만 질리실것 같아 오늘 저녁은 미역죽을 쑤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번엔 또 식사 거부를 하기 시작하셨다. 오늘 오전 11시에 삼계전복죽을 드시고 하루종일 무얼 드려도 입을 굳게 다물고 드시지를 않는다. 전에는 식사는 안 하셔도 뉴케어를 빨대로 빨려 드리면 빨아 드시곤 했는데 이번엔 그것도 안 드신다.

무얼 드려도 안드실뿐만 아니라 입에 물이든 죽이든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어 드리려고 하면 내 손을 탁 쳐 버려서 도저히 먹여 드리지를 못하는 상황이다. 입에 억지로 떠 넣은 물도 입가로 흘려 버리신다. 삼키지를 않는 것이다.

나는 어머니 마음에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도록 어머니 이마에 여러 차례 입을 맞추어 드리면서 “어머니 사랑해요” 고백을 했다. 그러면서 “어머니 제발 무얼좀 드세요.” 하면서 어머니에게 음식을 넣어 드리려고 하면 어머니는 조그만 소리로 “먹었어” 라고 대답을 하신다.

나의 입맞춤과 사랑의 고백의 표현에 어머니는 약간의 반응은 보이시는 것이다. 나는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쌀을 불려 참기름에 달달 볶다가 물을 부어 흰죽을 쑤었다.

환자 속을 편하게 하는데는 흰쌀죽이 제일 낫기 때문에 다른 영양가 있는 죽을 드리기 전에 어머니 속을 흰쌀죽으로 편하게 한 뒤 다른 영양가 있는 죽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쑤어 두었던 미역죽은 남편과 함께 저녁으로 먹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오늘 오전 11시 삼계전복죽을 드신 이후로 지금 밤 12시가 넘어가는 이 시간까지 식음을 전폐하고 있으시다. 수시로 어머니곁에 가서 음식이나 물을 입에 넣어 드리려고 시도해 보지만 허사일뿐이다.

어머니 손을 잡고 기도해 드리고 얼굴을 닦아 드렸다. 어머니의 고운 얼굴을 내 손으로 이곳 저곳 만져 드리면서 나는 또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어머니 나랑 같이 오래 살아야지요 어서 일어나 무얼좀 드세요”

어머니가 입을 조금 이라도 실룩이면 나는 얼른 뉴케어에 빨대를 꼿아 입에 대 드리며 “어머니 어서 빨아 보세요. 목 마르시잖아요.” 하며 재촉을 해 보지만 어머니는 삼키지를 않아 빨대에서 나온 수분이 입가로 다시 흘러 내릴 뿐이다.

어머니의 상태는 정말 굴곡이 심하다. 벌써 몇번째 이렇게 죽은듯 아무것도 안 드시다가 의식이 돌아오셨을 때 얼른 먹을 것을 가져다 드리면 드시곤 했으니 오늘밤도 기다려 봐야 겠다.

얼른 다시 흰죽을 먹기 시작하셔서 어머니를 사랑하는 S전도사님이 보내준 나머지 삼계 전복죽도 마저 다 드시고 벌떡 일어나셔야 할텐데… 어머니 상태를 보니 오늘밤은 아무래도 잠이 올것 같지가 않다.

코로나 여파로 아직도 잔기침을 하고 식사도 전처럼 하지 못하고 전에 먹던양의 절반 정도를 겨우 먹는 남편 K선교사는 교회에서 하루 종일 기도하고 돌아와 피곤한 지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나도 아직 잔기침이 나고 완전 회복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집 세식구 가운데서는 가장 젊고 활기를 찾고 있으니 내가 다 시중을 들어 주어야 한다. 어머니도 남편도… 내 옆에 언제나 찰싹 붙어 앉아 있는 애견 루비가 그나마 위안이 되는 밤이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우리를 사랑하시고 영원한 위로와 좋은 소망을 은혜로 주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께서 너희 마음을 위로하시고 모든 선한 일과 말에 굳건하게 하시기를 원하노라(살후 2:16-17)”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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