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루비

벌써 오래전에 부부동반 여행 스케줄이 잡혔다. 하지만 나는 계속 걱정이 되었다. 루비(애견)를 도대체 어디다가 맡기지?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 루비를 우리가 여행할 동안 돌봐줄 사람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 루비를 위하여 예비된 이웃을 만나게 되었다. 우리집에서 1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검단신도시에 사는 분이다. 나는 여행 전날 루비를 차에 태우고 검단을 향하여 갔다.

루비가 먹을 사료와 간식 그리고 루비가 좋아하는 당근1개,루비의 모포, 루비의 배변을 받아 내는 강아지패드까지 꼼꼼이 챙겼다. 삼일간이나 우리 루비를 돌봐 주는데 가능한 민폐가 되지 않아야겠다 싶어서다.

그리고 루비를 산책 시킬때 쓰는 목줄과 끈까지 강아지 루비를 맡길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그다음에 루비를 목욕을 시켰다. 루비의 하얀털이 더 새하얗게 빛났다. 향기로운 린스냄새도 풍풍났다. 자, 이제 사랑받을 준비 끝~

이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루비를 차에
태우고 검단신도시의 한 아파트로 찾아갔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루비를 안고 루비를 돌보아줄 집으로 올라갔다. 눈치 빠른 루비는 벌써 경계를 하기 시작한다.

그댁 따님이 루비와 내가 들어서기가 무섭게 “어머~ 루비 목욕했군요.” 한다. 나는 깜짝 놀랐다. 방금 오기전에 목욕을 시켜서 데려온것은 맞지만 어떻게 금방 알았을까? 하긴 역시 애견을 키워본 사람은 다른것 같다.

나는 루비가 눈치채지 않게 가능한 편안하게 앉아서 그 댁에서 조금 놀았다. 루비가 먹을 사료와 간식 그리고 당근을 꺼내 놓자 루비를 돌봐줄 그분은 “아유~ 당근 썰어서 한통 준비해 놓았고요. 닭고기 안심살 조각 한통, 쇠고기까지 다 준비해 두었어요.”한다.

세상에~ 우리 루비가 호강하는구나 이렇게 루비를 맞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려 주시다니… 우리 루비는 참 복도 많은 강아지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루비를 극진히 돌봐 주려는 이 가정에도 애견에 대한 아픈 추억이 있다고 한다.

사실은 이 댁에서 우리 루비와 같은 종인 말티즈를 10년동안 키웠는데 어느날 강아지가 갑자기 죽었단다. 말티즈강아지 수명이 보통 10-15년 정도라고 하니 살만큼 살은거겠지만 키우는 주인의 입장에서는 너무도 슬픈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키우던 강아지를 잃고는 더이상 애견을 키우지 않았는데 그 날 뜻밖에 우리 루비가 나타나서 너무 반가웠단다. 내가 처음 그댁 인터폰을 눌렀을때 말티즈인 루비를 안고 있는것을 보고 너무 너무 반가웠단다. 내가 반가웠던것이 아니고 호호…

독자여러분은 여기까지 글을 읽고나서 아니, 모르는집에는 왜 간거야? 전부터 아는 집이 아닌것 같은데… 하며 의구심을 갖는 분이 분명히 있으실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그 댁에 왜 갔는지를 아직 설명을 안했으니 말이다.

남편의 ‘신대원동기부부동반수련회’를 제주도로 간다는데 운동화를 하나 사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일반 신발 매장에 가서 사도 되지만 일단 당근 마켓에 괜찮은 운동화가 나와 있는지 체크해 보기로 했다.

내 발 사이즈인 여자 운동화 235를 쳤더니 여러개의 다양한 운동화가 떠오른다. 그중에 거의 안 신은 나이키 새 운동화를 내 놓은 사람이 있었다. 나이키 새운동화의 1/3가격이었다.

나는 당근톡으로 인사를 나누었고 파스텔그레이푸른색이 나는 나이키 운동화를 사기로 했다. 그렇게 당근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런데 당근마켓은 물건을 사는 사람이 보통 가지러 가야 한다.

그래서 나도 우리집에서 10킬로미터 정도 거리에 있는 검단 신도시로 운전을 해서 갔다. 운동화를 찾으러 가면서 차타기 좋아하고 밖에 나가기 좋아하는 루비(강아지)를 데리고 갔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놓고 다른때 같으면 강아지는 차안에 놓고 물건을 찾으러 갔을 터였다. 그런데 웬일인지 그날은 자동차 안에 잠간이지만 혼자 있을 루비가 안쓰러워서 나는 루비를 안고 그집 인터폰을 눌렀다.

그런데 인터폰을 받은 그집 주인이 올라 오시라고 한다. 보통 당근마켓에서 물건을 사러오면 지하주차장까지 물건을 가지고 내려와 주는데 말이다. 그러면 루비도 데리고 올라 가야 하는데…괜찮을까…멍멍 짖기라도 하면 어쩌지?

이처럼 조금 염려하면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 현관문의 초인종을 누르자 집주인이 반가이 맞는다. “어서 오세요 강아지 보고서 반가워서 올라 오시라고 했어요. 방에 있던 딸도 불러 냈구요.” 한다.

그집 거실로 안내 받아 나는 루비와 함께 들어갔다. 그때부터 그집 주인이 들려주는 가슴짠~한 애견 스토리를 들어야 했다.
10년동안 정들여 키우던 강아지가 죽은것이 벌써 4년전의 일이라고 하였다.

사랑하며 키우던 애견 강아지가 죽었을때 가족중 누가 죽었던것 이상으로 그댁 모녀는 무척 슬프게 울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후 강아지를 키우지 않고 있었는데 오늘 우리 루비를 보자 예전에 키우던 말티즈가 생각이나서 너무 너무 반가웠다는 것이다.

그처럼 강아지 루비로 인해 그 가정과 가까워졌고 대화가 통했다. 나는 마침 그때 곧 있을 제주여행을 앞에 두고 있었기에 삼일동안 우리 루비를 돌봐 줄 수 있겠느냐고 했고 그 집에서는 흔쾌히 우리 루비를 맡아 주기로 한것이다.

이처럼 당근 마켓을 통해 전혀 모르던 한 가정을 알게 되고, 루비를 통해 그 가정과 소통이 이루어지고, 마침내 우리가 여행하는 동안 강아지 루비를 어떡하나 하던 고민이 해결되어졌다. 우리의 사소한 문제까지도 이렇게 엮어서 풀어가시는 하나님은 참 재미있는 분이시다.

“여호와여 주께서 우리를 위하여 평강을 베푸시오리니 주께서 우리의 모든 일도 우리를 위하여 이루심이니이다(사 26:12)”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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