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여행중에 받은 선물 당근

제주로 부부동반 여행을 가게 되었을때 우리가 관광하고 있던 민속촌으로 한 선교사님이 찾아 왔다. 바로 타직스탄에서 사역하는 C선교사님 이었다. C선교사님은 지금은 안식년으로 제주에서 머물고 있는 중이었다.

내가 운영하는 단톡방에서 내가 제주여행을 갈거라는 소식을 들은 선교사님은 제주에 오면 만나자고 하더니 일부러 시간을 내어 자동차를 운전해서 찾아온 것이다. C선교사님이 타고온 자동차는 한 30년은 되었음직한 다 낡은 자동차였다.

내가 타고 다니는 22년된 소나타 보다도 더 낡아 보이는 차를 타고 C선교사님은 민속촌 입구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렸다. 나는 반가이 맞이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 일행은 이미 민속촌 안으로 들어가서 관람을 하는 중이었다.

나는 전에도 몇번 와본 민속촌이라 굳이 따라 들어가지 않고 일부러 찾아온 C선교사님과 대화를 나누리라 생각했다. 우리를 태우고 온 기사 아저씨가 민속촌 사무실로 들어 가더니 냉차를 가져다 주었다. 냉차를 들고 나무 그늘에서 C선교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한참 대화를 나누고 나서 C선교사님이 말했다. “저… 차안에 뭘좀 가지고 왔어요 깨끗이 씻어와서 그냥 드시면 되요 다 드시고 프라스틱통은 그냥 집에 가져 가세요.” 한다. 그러면서 차문을 열고 꽤 커다란 손잡이가 달린 프라스틱통을 들고 왔다.

뭘까? 저 통에 들은 것은? 나는 궁금했다. 프라스틱통 밖으로 붉은 색이 비쳐 보였다. 뜻밖에 당근이었다. C선교사님은 “목사님들 제주 여행 오셨다는데 뭐 가져올것도 없고해서 당근을 씻어 왔어요… 차안에서 드세요. 갯수는 충분히 넣었어요” 한다.

“아… 당근… 몸에 좋은 야채인데…하지만 당근을 간식으로 먹으라고 이렇게 선물로 받아 본적은 내 머리털 나고 처음이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과일은 많이 선물하지만 말이다. 일행들이 민속촌 관광을 마치고 관광버스로 돌아왔다.

나는 남편의 동기 목사님들에게 C선교사님을 소개했다. 같은 장신대원을 나오신 선교사님이니 소개할만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사를 마치고 버스에 올랐다. C선교사님은 나와의 짧은 만남을 마치고 운전을 해서 돌아갔다.

나는 버스 안에탄 목사님들과 사모님들에게 당근을 나누어 드렸다. 모두들 뜻밖의 당근선물에 의아해 하면서도 즐겁게 먹는 모습이다. 아삭 아삭 식감이 좋은 당근을 출출할때 먹는 것도 나름 좋았다.

차에 탔던 우리 일행은 한분도 안빠지고 다 당근을 먹었다. 한 사모님은 남은 당근 두개를 더 달래서 집에 가져 가겠다고 한다. 살림꾼 사모님인것 같았다. 당근 한 박스가 다 없어지고 나는 이 당근을 씻으며 섬김받을 목사님들을 생각했을 선교사님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단체로 가는 부부동반 여행에 내가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싶다. 물론 선교지에 있었을때는 빼놓고 말이다. 남편의 신대원동기들이 부부동반으로 제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남편은 나에게 함께 가자고 한다.

지난주엔 내가 속한 노회에서 교역자수련회로 제주를 다녀 왔는데 연이어 그다음주에 또 제주를 간다고? 하지만 제주가 얼마나 넓은가? 여행하는 코스가 분명히 똑같지는 않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부부동반 여행에 슬며시 기대가 되기도 했다. 여행이란 어디를 가느냐 보다도 누구와 가는가가 더 중요한것 아닌가? 나는 지난 10년간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부부동반으로 어딜 간다는 생각은 거의 못해보고 살았다.

수년전에 어머니가 건강하실때 아예 어머니까지 모시고 제주여행을 꽤 길게 다녀온적은 있었다. 이제는 어머니와 함께한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고 말았지만 말이다. 이처럼 그동안은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혼자 집에 두고 어디를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돌발행동을 하기 쉬운 치매환자는 보호자가 꼭 붙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적잖은 세월을 살다가 어머니의 상태가 위중해져서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기셨다. 그래서 부부가 함께 여행을 할 수도 있는 것이어서 남편의 소원대로 함께 가기로 했다.

남편이 오랜세월 봉직했던 교사생활을 접고 늦깎이로 신대원에 입학 했었지만 세월은 빠르게 흘러서 벌써 장신대원 입학동기들과 함께한 시간이 30년이나 되었다. 긴세월 알고 지낸 동기들이기에 부부동반 나들이는 어떨까 기대가 되기도 했다.

제주에 도착하여 맨먼저 간 곳은 제주시 애월읍에 있는 아르떼뮤지움(ARTE MUSEUM)이었다. 각양 명화들을 음악과 함께 감상했다. 나는 내감성에 윤기가 돈다고 느껴졌다. 내눈이 호사를 누리는 시간이었다.

아르떼 뮤지움 관람을 마치고 다음으로 간곳은 서귀포 강정동에 있는 강정교회이다. 건축물이 독특했는데 강정교회 담임목사님의 설명을 들어보았다. 최초의 노출콘트리트 공법으로 지어진 교회라고 한다.

예배당엔 “복음으로 교회를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 라는 강정교회 2022년 표어가 걸려 있다. 담임 목사님은 교회의 역사와 그동안 교회가 걸어온 우여곡절에 관해서 들려 주었다. 어려움이 참 많았던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녁식사는 강정교회 성도님이 운영하는 식당엘 갔다. 상추쌈과 돼지고기 두루치기와 고등어 구이가 나왔다. 저녁을 먹고 호텔로 이동했다 바다뷰가 보이는 호텔이었다. 우리 부부가 묵는 6층인 호텔방에서 시원한 바다가 보였다.

정말 얼마만일까 바다가 보이는 방에서 묵어본일이… 이틀 동안 마음껏 바다뷰의 방에서의 휴식을 누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튿날 아침은 호텔 조식이었다. 꽤 괜찮은 아침식사를 하고 우리 일행은 다음 일정을 위해 호텔을 떠났다.

이번 여행에는 남편의 신대원 동기 부부가 90명 가량 참석했다. 그런데 여행의 중간날은 자유여행이 있었다. 자유여행을 미리 신청한 사람들은 각자의 스케줄을 따라 갔다. 자유여행을 안가는 나머지 사람은 함께 관광버스를 타고 제주 관광을 즐기기로 했다.

이튿날 관광버스를 타고 여행을 하기로 한 팀의 첫번째 코스는 ‘성산일출봉’이었다가 일출랜드로 가게되었다. 일출랜드는 천연용암동굴 미천굴을 중심으로 사계절 제주토종식물과 꽃의 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와본 사람들이 다시 오고싶어 한다는 아름다운 식물원이다.

다음으로 간 곳은 섭지코지이다. 비가 온다더니 날씨가 너무 좋아 짙은북청색의 바다와 파아란 하늘 하얀 구름이 그냥 한폭의 그림 같은 섭지고지 곳곳이 전부 포토존이었다. 바다를 바라보는 언덕에서 말을 태워주고 돈을 받는 상인이 있었다.

우리 일행 가운데 한 목사님이 말타는 비용을 내 줄테니 나에게 자신의 사모님과 말을 타라고 한다. 언젠가 타본적이 있는것도 같았지만 그건 중국에서 조그만 조랑말 이었던것 같고 이번에는 진짜 말이었다.

오래 숙련된 말은 순하게 한번 태워 주는데 오천원을 내는 손님을 태우고는 오분동안 바다를 바라보며 있는 둥근 언덕을 한바퀴 돌아 주었다. 즐거운 시간 이었다. 말타는 내 모습을 동영상으로 찍는 남편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는 나는 유유히 말이 이끄는데로 갔다.

이처럼 즐거운 추억을 많이 남긴 이번 남편의 신대원 동기 부부동반 제주여행에서 단연 잊지 못할 기억은 당근 한박스를 씻어 들고 찾아온 C선교사님의 모습이다. C선교사님은 최근 치매에 걸려 앓는 부인 선교사님을 돌보고 있다고 한다.

내후년이면 은퇴를 맞는 C선교사님에게 가족의 알츠하이머병(치매)은 큰 짐이 될텐데….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시어머님을 10년간 모셔본 나이기에 그 고충을 충분히 알고 있어 더욱 마음이 무거웠다.

지금도 집에서 요리를 할때 당근만 보면 C선교사님이 생각이 난다. 제발 선교사님이 타직스탄에서 선교를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와 노후를 보낼때 하나님께서 도우셔서 복을 내려 주시기를 평안하고 안정된 삶을 주시기를 기도하게 된다.

하나님이여 내가 늙어 백발이 될 때에도 나를 버리지 마시며 내가 주의 힘을 후대에 전하고 주의 능력을 장래의 모든 사람에게 전하기까지 나를 버리지 마소서(시71:18)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세션 내 연관 기사 보기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편집국

시니어 타임즈 US는 미주 한인 최초 온라인 시니어 전문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