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미리 축의금도 유행인가

요즘 우리 아들의 결혼을 앞두고 미리 축의금을 보내 주시는 지인들이 많다. 선교문학 독자들 가운데도 온라인 청첩장을 카카오톡으로 받자 마자 카카오페이로 축의금을 보내는 지인들이 여럿 있다.

재미있는 것은 역시 나의 선교문학 독자이신 현 부산대 총장이신 목사님께서 카카오페이로 이른 축의금을 보내 오셨는데 접수가 안되는 것이다. 이름이 틀린다는 것이다. 아하~ 목사님은 내 본명을 모르시는구나

늘 선교문학 수필의 말미에 “글/사진: 나은혜” 라고 올리니 내 본명인줄 착각 하실만도 하다. 사실 본명은 은행 거래나 서류계약등에 사용할뿐 나는 대부분 선교사명인 동시에 필명인 나은혜로 사용해왔다.

제일 먼저 축의금을 보내온 사람은 벌써 결혼식 거의 두달전쯤에 페이스북에서 내 수필을 읽고 아들이 결혼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된 선교사님이 먼저 연락을 해 왔다. 전화번호좀 알려 달라는 것이다.

곧 선교지에 들어가야 해서 미리축의금을 보내주고 가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게 아직 두달여 남은 결혼식인데도 결혼축의금을 받고보니 우리 아들이 결혼 한다는 것이 더욱 실감이 났다.

그리고 우리가 C국에서 사역을 할때 우리 교회를 나오던 청년인데 결혼하고 소식이 없었던 형제와 연락이 닿아서 소식을 전했다. 형제는 러시아에서 살고 있다면서 소식 듣기가 무섭게 축의금을 보내왔다.

나는 결혼식까지 아직 한참 남았는데 웬 축의금을 그리 서둘러 일찍 보냈느냐고 했더니 형제가 하는 말이 “어차피 해외에 있어서 결혼식엔 참석이 어렵고 결혼식날자가 많이 남아 있어서 혹 까먹을까(잊어버릴까)싶어서 미리 보내 드려요” 라고 한다.

그런데 이 미리 축의금이 아주 매력이 있다. 사실 결혼은 인륜지대사인만큼 한 가정에서는 가장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잔치이기도 하다. 그러니 자연히 비용이 넉넉지 못한 집은 재정이 긴장되기 마련이다.

선교사인 나는 삼남매를 두었다. 이번에 결혼하는 아들보다 동생인 두 딸은 일찍이 결혼을 했다. 큰딸은 14년전에 대학 졸업하고 한해 있다가 바로 결혼했고 작은딸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4년전에 결혼했다.

두딸을 결혼시킬때도 나는 거의 무일푼 상태에서 결혼식을 치렀다. 그때 내가 한 일은 새벽에 교회에 나가서 통곡하고 운일 밖에 없다. “소중한 첫딸 결혼 시키는데 이렇게 혼수도 하나 못해주게 하시려고 저를 선교사로 부르셨나요? “하고 눈물 콧물 쏟으며 펑펑 울었다.

새벽에 대성통곡을 하며 울고난 후 전혀 모르는 권사님 두분이 천사처럼 나타나셔서 딸의 혼수중에 마지막으로 준비하면 되었던 침구일체와 적지않은 현금까지 내 손에 쥐어 주고 전주비빔밥을 사주고 사라졌다. 천사는 이렇게 나타나는 모양이다.

작은딸은 독립심이 강해서 아무것도 나에게 해달라고 한 것이 없었다. 내가 그래도 엄마가 혼수이불은 해 주어야지 하면서 침구를 사 놓고 보내겠다고 했더니 보내기만 하면 돌려보낼테니 그리 알라고 해서 그만 두었다.

마흔을 넘긴 맞이인 아들이 결혼을 해야 하는데 본인은 영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 나는 답답하기만 했다. 그런데 올봄에 젊고 착하고 이쁜 신부감이 혜성처럼 나타나 우리 아들과 교제를 시작했고 곧바로 결혼까지 결정이 되어 8월인 이달 27일에 결혼식을 올리게 된 것이다.

아들은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정하고도 자꾸만 결혼식을 미루려고 했다. 기반을 잘 준비해서 내후년쯤에 하면 어떻겠느냐고 하면서 말이다. 나는 펄쩍 뛰었다. 결혼해야 그때부터 기반이 만들어 지는 것이지 혼자서는 절대 기반을 만들지 못하니 결혼을 미루지 말라고 했다.

왜냐하면 내 남편이나 아들이 성향이 비슷해서 남에게 퍼주기 좋아하는 성격인지라 돈을 절대 모으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아들을 격려해서 결혼이 진행 되도록 도와야 했다.

결혼을 하게 될 때 무엇보다 신혼부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함께 살 집이다. 아들은 신혼살림을 할 집만큼은 자신이 준비하고싶어 했다. 아들은 그래도 20평 정도는 되는 집을 구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런데 마침 아주 저렴하게 나온 24평형 고층아파트가 있어서 아들은 예비 며느리와 함께 가서 한 번 보고온 후 곧바로 계약을 했다. 살 집이 마련되어 지니 그다음은 일사천리로 착착 결혼식을 위한 여러가지 일들이 진행이 되었다.

혼주인 나도 이렇게 저렇게 들어가야 할 비용들이 있었다. 무엇보다 며느리가 될 신부에게 평생 기념하면서 지니게 될 예쁜 다이어반지는 하나 예물로 해 주고 싶었다.하지만 매달 살아가야할 내 삶을 걱정해야 하는 나는 정말 여유가 없었다.

그러던 참에 시동생 한분이 “형수님 쓰실일도 많을텐데 미리축의금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면서 백만원을 보내왔다. 얼마나 고맙던지… 이렇게 나는 저축해 놓은 돈도 하나 없이 아들의 혼사에 들어갈 비용을 기적처럼 하나 하나 해결받아서 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한 가정의 가장 기쁜 일인 동시에 가장 많은 경비 지출을 필요로 하는 혼사는 그래서 많은 지인들이 관심을 갖고 축의금을 보내 준다 십시일반으로 조금씩 모아서 결혼식에 지출될 여러 비용들을 충당하도록 말이다.

내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번처럼 여러 지인들이 앞 다투어 보내주는 ‘미리축의금’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부모는 일단 자녀가 결혼하여 새가정을 출발하도록까지만 도우면 된다. 그 다음엔 본인들이 다 알아서 한다.

큰딸을 보니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자녀도 낳고 다 알아서 한다. 하지만 자녀가 배우자가 없이 혼자 살고 있다면 아마도 그런 자녀가 있는 가정의 부모님이라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근심이 되곤 할 것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다른 사람 아닌 내가 바로 그랬으니까 말이다. 왜냐하면 부모는 자녀와 일생을 함께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자연의순리를 따라서 부모는 자녀를 두고 손주들을 두고 먼저 이세상을 떠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든 자녀가 결혼하지 않고 있으면 부모는 더욱 근심이 되는 것이다. 혼자 남아 고아처럼 고달픈 삶을 살아가야 할 자녀를 생각하면 잠이 안오는 것이다. 인생사 힘들어도 둘이서는 능히 헤쳐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드디어 이젠 나도 남편도 마음을 놓을 수가 있게 되었다. 아들을 도울 배필인 이쁜 며느리가생겼으니 말이다. 삼남매를 다 키워서 결혼까지 시켰으니 이젠 우리 부부는 인생의 중요한 의무를 완성한 셈이다.

우리의 부모님에 대한 의무도 이제 그 본분을 다했다. 그동안 우리가 아니면 모실 사람이 없다는 생각으로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모셔 왔는데 어머니를 모시는 문제에서도 자유로워 졌다.

아직도 선교를 위해 날아오를 날개가 견고 하다면 훨훨 날아서 우리 부부의 로망 인 “다시 선교지로!!” 떠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남편은 매일 우리집위를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바라본다.

아무튼 ‘미리축의금’이 요즈음 유행인지도 모르지만 돈이 없는 선교사인 나에게는 매우 매력적이다. 미리축의금을 보내 주신 분들 덕분에 아들 혼사를 잘 치르고 감사 인사는 수필로 남겨야할 것 같다.

“하나님의 사람 모세가 죽기 전에 이스라엘 자손을 위하여 축복함이 이러하니라(신 33:1)”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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