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애견 루비와 양육비

오늘 우리집 애견인 루비를 목욕시켰다. 샴푸와 린스가 하나로 된 강아지용 샴푸를 얼마전에 구입했다. 그러고 보니 조그만 강아지 한마리 키우는데도 적잖은 비용이 들어간다. 사료며 간식이며 배변종이며 샴푸등등…

그런데 일상에 필요한 그런것 뿐이면 그래도 괜찮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털복숭이인 강아지는 미용을 자주 해주어야 한다. 털을 깍아주고 다듬어 주어야 한다. 물론 애견미용실에 보내서 털을 깍아주면 되지만 그런데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애견 미용실에서 털을 한번 깍아주는데 4~5만원 까지 받는다. 루비를 데리고 한 두번 애견 미용실에 다녀온 후 나는 아예 내가 미용을 해 주기로 했다. 그래서 털을 깍아 주려면 털흡입용 털깎는 기계를 사야 했다.

기계를 처음 살때 돈이 꽤 들어 가지만 두고 두고 사용할 수 있을테니 애견 미용실에 다니는 것보다는 저렴할 것 같아서다. 벌써 그 털깍는 기계로 몇번 털을 깍아 주었으니 기계값은 빠진 셈이다.

그런데 또 그것뿐이라면 좋았다. 살아 있는 생명인 강아지 인지라 녀석이 혹 아플 때가 문제다. 얼마전에도 루비가 무얼 잘못 먹었는지 조그만 녀석이 기운을 못 차리고 설사를 하고 상태가 안 좋은 적이 있었다.

동물이지만 조그만 강아지가 아프니 안쓰러워서 밤 9시가 넘어서 4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24시간 운영하는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다. 밤 9시가 넘었다고 특진료가 9만원인가 더 붙어서 검사비가 무려 20만원 가까이 나왔다.

아이고~ 의료보험이 되는 내가 아파도 참고 병원에 안 가는데… 의료보험도 안되는 이 조그만 녀석 때문에 없는 돈을 이렇게 많이 써야 하다니… 그렇게 루비는 병원에 두번을 더 갔고 하루는 입원까지 했다. 물론 지금은 다시 건강해졌다.

아무튼 남편과 나의 그달 용돈은 루비 치료비로 다 달아났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이 쪼그만 녀석에게 많은 돈을 쓰고 나서 루비에게 더 애틋한 감정이 생긴다. 어느듯 루비는우리 가족이 된 것이다. 그것도 가장 어린 가족구성원이 된 것이다.

나는 원래 동물 키우는데 별로 흥미가 없는 사람이다. 사람을 키워야지 개를 뭐하러 키우느냐는 것이 평소 내 주장이었다. 그런데 나의 그런 주장과 생각과는 다르게 우리집에 강아지 한마리가 어쩌다가 들어오게 되었다.

작년 추석때 생각지도 않게 아들이 제가 일년 넘게 키우던 애견 루비를 데리고 왔다. 그렇게 해서 강아지라면 질색하던 내가 벌써 일년 넘게 강아지를 키우게 된 것이다. 루비는 신생아 몸무게 정도의 암놈으로 하얀털을 가진 세살짜리 말티즈이다.

처음에 나는 이 강아지의 주인은 아들이라는 생각으로 잠시 맡아 준다고만 생각했었다. 결혼하면 아들이 다시 데려 가겠지 했다. 그래서 아들에게 강아지에게 들어가는 사료며 배변종이며 간식이 떨어지면 사 보내라고 했다.

아들이 루비 주인 이니까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들도 제가 예뻐하며 키우던 강아지라서 군소리 없이 사료며 간식이며 배변종이를 사 보내곤 했다. 아들은 루비를 키우는동안 루비 옷을 철따라 열벌을 넘게 사 줄만큼 예뻐했다.

그런데 한 두번 그렇게 강아지 루비의 필요한 물품과 사료들을 아들에게 사 보내라고 하다가 내가 그냥 감당하기로 했다. 내가 키우니 내 가족인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루비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전부 내가 대기로 한 것이다. 가족은 잘살때도 못살때도 모든것을 함께 나눈다. 사실 강아지를키울만큼 경제적 여유가 나는 없다. 그럼에도 일단 가족이된 루비에게 들어가는 일체의 비용을 따지지 않게된 것이다.

아무튼 강아지를 안 키울때는 몰랐지만 키워보니 주인을 전적으로 따르고 의지하는 루비를 보고 있으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루비는 주인곁에 늘 있고 싶어 한다. 식탁에 앉으면 옆에 비어 있는 식탁의자에 앉혀 달라고 뛰어 오른다.

소파에 내가 앉아 있으면 옆에 찰싹 붙어 앉아서 내 다리에 고개를기대고 있기가 일쑤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나를 빤히 쳐다 본다. 까만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루비를 보고 있으면 또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그뿐인가 교회에 가면서 산책도 시킬겸 데리고 나갔다가 교회에 데리고 가면 루비는 기도하는 내 옆 의자에 뛰어 올라서 언제까지든지 얌전하게 엎드려 있다가 내가 기도를 마치고 “루비야 가자!” 하면 알아듣고 의자에서 뛰어내려 온다.

아무튼 루비는 무조건 제주인과 함께 있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곳이 좋고 편한 장소든지 불편한 장소이든지 루비에게는 오직 주인이 중요할뿐 환경이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강아지를 왜 애견이라고 하는지 이제 나도 알것 같다.

그런 루비를 보면서 나는 종종 깨우쳐 지는 것이 있다. 바로 나와 주님과의 관계이다. 애견 루비는 줄곧 주인인 나를 사모하고 함께 있고 싶어하고 나가려고 옷을 입으면 함께 저를 데리고 나가 달라고 사정을 하듯 짖어댄다.

나는 애견 루비가 주인인 나를 저처럼 사모 하듯이 나는 나의 주인인 하나님을 저처럼 사모하고 있을까 하고 나를 돌아볼 때가 종종 있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인 애견을 통해서도 하나님과의 관계에 관한 메시지를 발견한 것이다.

밤낮 제 주인에게는 무조건 충성스러운 강아지 루비를 보면서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가 점검이 되었던 것이다. 루비는 나에게 말할 수 없이 친밀하게 군다. 내가 외출에서 돌아오면 펄펄뛰며 어쩔줄을 몰라 한다. 주인이 저렇게도 좋을까…루비는 참 신비한 동물이다.

아마도 하나님은 강아지를 창조하실때 주인에게만큼은 친밀하면서도 변함없는 충성심을 갖는 존재로 만들어 주셨나보다. 그래야 주인에게 사랑받고 살 수 있으니 말이다.

애견을 키우며 루비에게 배우는 바가 많다. 특히 관계에 있어서 제대로 배우고 있다. 루비는 제 위치와 주인의 위치를 분명히 안다. 그리고 제가 주인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사랑 받는지를 아주 잘 안다.

우리집은 조선일보와 자유일보를 보는데 최근 하루도 안빠지고 신문에 연일 나오는 이슈가 풍산개 이야기다. 풍산개를 선물로 받아 키우던 주인이 비용이 많이 들어 간다고 유기견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연일 신문의 지면을 장식한다.

풍산개에 관련된 기사를 읽으면서 나도 애견을 키우고 돌보는 주인의 입장에 있으니 애견 루비 이야기를 한번 하고 싶어졌다. 애견은 선물로 그냥 받았던 돈을 주고 샀던 내가 키우면 내 가족이 된다.

나도 아들이 강아지 루비를 떠 맡기다 싶이해서 억지로 받아 들였지만 키우다 보니 정이 들고 사랑이 생기고 어느듯 우리 가족이 되었다. 나를 위해서도 안쓰는 병원비, 또는 미용비를 루비를 위해서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어느듯 가족이 된 루비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루비에게 나는 가끔 노래를 불러준다. “루비는 사랑 받기 위해 태어 났어요~” “루비야 사랑해~” 하면 루비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그 까만 눈으로 나를 그윽하게 바라본다 . 그리고 역시 까만 코를 벌름이며 앙징맞은 핑크색 조그만 혀로 내 손등을 쪽쪽 핦는다.

아~ 어느듯 우리나라 1400만 애견인구 가운데 나도 속해 있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나저나 하나님의 창조물인 루비에게 자꾸 정이 들고 있다. 애견의 양육비가 만만치 않음에도 말이다. 어느듯 루비는 우리 가족으로 자리매김을 하고야 말았던 것이다.

“땅 위의 동물 곧 모든 짐승과 모든 기는 것과 모든 새도 그 종류대로 방주에서 나왔더라(창 8:19)”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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