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어떤 후속 모임

지난 주 화요일은 하루종일 정말 바빴다. 오전에는 함해노회 교역자회가 일산에서 있어서 참석해야 했고, 오후 2시 부터는 우리 교회에서 ‘한중수교30주년기념포럼’ 후속 모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후속모임의 장소 제공자니 이것저것 준비할것이 많았다. 송년으로 모임을 갖은 교역자회에서 맛있는 숯불구이로 점심을 준비했는데, 서둘러서 먹고 먼저 일어서서 목사님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교회로 돌아왔다.

남편은 교회안 청소며 정리를 하고 나는 30명분의 간식을 준비해야 했다. 누가 준비해 달라고 부탁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4시간 강연으로 비교적 긴 시간이기 때문에 중간에 쉬면서 먹을 간식이 필요해 보여서 준비하기로 했다.

미리 장을 다 봐 두고 준비해 두었지만 과일을 씻어 깍는 일부터 다과를 여러 접시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괜히 마음이 바빴다. 눈발 휘날리는 일산대교를 운전을 해서 건너서 교회 도착하니 몇몇분이 벌써 도착해 있었다.

지난 12월6~7일 양일간 용인 양지에 있는 ‘엑츠29비전센터’에서 ‘한중수교30주년기념포럼’이 있었다. 그때 강사로 오신 분 가운데 중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전문통이라고 할 수 있는 J대표의 강의가 있었다.

여러 사람이 주어진 시간에 발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한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30분 이내 였다. 그런데 조별 발표를 할 때 여러 조에서 J대표의 강의를 심도 있게 더 듣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래서 급조하여 마련된 후속 모임이었다. 후속 모임은 ‘중국을 이해 하는 법’이라는 주제로 하게 되었다. 예상외로 많은 선교사들이 참석 신청을 하였다. 해외라든가 거리상 멀어서 참석하지 못하는 분들에게는 줌강의로 강의를 듣도록 배려 했다.

12월6일~7일 열렸던 ‘한중수교30주년기념포럼’이 열린 ‘엑츠29비전센터’는 전에 여러번 갔었지만 매번 당일치기로 다녀 왔었다. 이번처럼 숙박을 하며 포럼을 참석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그래선지 이번 포럼 참석은 좀더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마치 호텔처럼 2인 1실의 화장실이 달린 숙소도 깔끔했다. 주변이 온통 하이얀 눈으로 덮여 있어서 겨울산장속에 들어온 기분이었다.

포럼 참석이 목적이어서 주변을 많이 둘러 보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나는대로 잠간씩 걸으며 산책을 했다. 그런데 전에 왔을때 못보던 건물이 눈에 띠었다. 저건 뭐지? 호기심이 발동했다.

여선교사님 두분과 함께 점심을 먹고 올라갔다. 높은 언덕위에 ‘고하용조목사기념관’이라는 돌기념비가 보이고 유리문이 있었지만 잠겨 있었다. 할 수 없이 그냥 내려왔지만 아무래도 궁금했다.

경비실에 부탁을 하자 문을 열어 주겠다고 한다. 나는 좀전에 같이 갔던 중국어문의 박대표님을 전화로 부르고 남편 K선교사도 불러서 함께 보러 갔다. 그러나 안에는 동굴처럼 긴 통로만 있고 한쪽 벽면에 의자가 죽 노여 있을뿐 아무것도 없었다.

경비원이 설명을 해 주었다. 관람객들이 단체로 많이 왔을때 의자가 놓인 반대편 벽면을 화면삼아서 비디오 영상을 비추어서 고하용조 목사님의 사역의 일대기를 보여 준다는 것이다. 역시 기념관 조차도 온누리교회다운 컨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중수교30주년기념포럼’의 주제는 ‘변화 되는 중국선교 현장과 창의적 선교전략‘이다. 왜냐하면 2018년 신종교사무조례 시행을 전후로 선교사들은 상당수가 비자발적으로 선교지에서 철수를 하게 되었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중국선교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방법으로 중국선교를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 시점에서 중국선교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인식하고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선교사들이 대규모로 철수하고, 선교사들의 중국 대륙 진출이 언제 재개될 지 모르는 상황이지만, 여전히 한국교회의 중국선교는 필요하고, 그 사명감을 바탕으로 새로운 선교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기독신문, 한중수교30년, 새로운 중국선교를 시작하라 2022. 8.25)

이번 12월6~7일 개최된 포럼의 목표는 ‘한국중국선교협의회(KCMA)와 중어권한인선교사협의회(KMAC)의 협력을 통한 한국교회의 중국선교 회고와 미래 선교중국의 구체적 협력과 로드맵제시‘이다.

시간 시간 발제를 맡은 발제자가 발표를 하고 각 조별로 토의한 후 발표를 하였다. 첫번 조발표는 내가 맡았다. 대부분 오랜 선교사들로 베테랑들이어서인지 매우 성숙한 분위기로 포럼은 물흐르는듯 자연스럽게 진행 되었다.

그리고 이 날 조발표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J강사의 중국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해서 우리 지은나교회(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 지구촌 한국어 교육 선교회)에서 열리게 된 것이다.

40석의 작은 공간에 덩치 있는 남자들이 대부분이어서 30명이지만 예배당이 꽉차는 느낌이었다. 작은 공간이라 아늑한면도 있었다. 진지하게 중국이야기를 듣는 선교사님들의 머리위로 눈을 들어 창문을 보니 마치 오늘 모임을 축복하듯이 하얀 눈이 펄펄 내린다.

간식으로는 제자가 하와이에서 보내준 맛있는 커피를 집에서 가져다가 내리고, 바나나, 사과와 단감을 깍고 크로와상과 마늘빵, 어린애 손바닥만한 커다란 쿠키와 여러종류의 과자를 교회에 준비해둔 커다란 접시에 담았다.

남편이 근처 가게에서 일회용 컵을 사왔지만 나는 다시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가서 튼튼하고 노랑과 파랑의 색깔도 예쁜 홀더컵과 종이접시를 다시 사왔다. 나는 섬김의 기쁨으로 이 일을 했다.

생각해보면 1992년 8월24일 한중수교가 있기 훨씬전부터 나의 중국에 대한 관심은 지대했다. 1987년쯤인것 같다. 서울의 남서울교회에서 ‘제1회 중국을 알자’ 세미나가 열렸다. 언젠가는 중공의 죽의장막이 무너질 것이라는 기대로 갖게된 세미나였다.

주강사가 영국분이었던것 같다. 이 때 만났던 분이 GMTC(한국해외선교사훈련원)이태웅박사와 지금은 고인이 되신 고김인수 교수였다. 30대초반이었던 나는 그때도 섬김의 은사가 발동해 강사진에게 점심을 대접했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서 ‘제1회 중국을 알자’세미나가 있고 9년후인가 우리 가족이 선교지로 들어가기 위해서 GMTC훈련을 6개월 받으러 입소했다. 놀랍게도 내가 남서울교회에서 만나서 식사를 대접했던 이태웅박사님은 그곳의 훈련원장이었다.

엑츠29비전센터에서 ‘한중수교 30주년 기념포럼’을 갖은후 후속모임을 우리교회에서 갖으면서 나는 감회가 깊었다. 위에 기술한 내용들이 파노라마처럼 내 머리속을 훒고 지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가지 에피소드도 아울러 떠올랐다. 당시 나는 삼남매를 키우고 있었는데 위로 두아이는 유치원에 가지만 막내딸은 세살이라서 맡길곳이 없었다. 아이를 맡아주는 어린이집이 없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당시 청주에 살던 나는 친하게 지내던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부인에게 아이를 돌봐 달라고 부탁을 했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서 그집에 맡기고 고속버스를 타고 남서울교회가 있는 서울에 갔었다.

‘제1회 중국을알자’ 세미나가 끝나고 다시 고속버스를 타고 청주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상당히 개구장이였던 막내딸이 그집 베란다에 있는 고추장 독에다가 제가 신던 신발을 벗어서 집어 넣은 것이다. 그래서 고추장을 왕창 퍼내서 버리게 되었다.

그런데 이 무던한 이웃은 내가 무안하고 미안해 할까봐 그 이야기를 나에게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십년도 더 지나서 우리 가족이 선교지에 갔다가 잠시 한국을 방문해서 청주에 갔을때 비로소 그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이미 막내딸 세살꼬마는 중학생이 되어 있는데 그때서야 그 이야기를 추억처럼 웃으면서 이야기 했다. 참 무던하기도 한 이웃이다. 호섭이엄마로 기억이 나는 그녀는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살고 있을지 궁금해 진다.

아무튼 올해는 1992년 8월 24일 한중수교가 이루어진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중국인들은 한중수교와 관련해서 ‘삼십이립(三十而立:공자의 논어에 나오는 말로 서른살에 뜻을 세운다는 뜻)이란 말을 자주 쓴다.

중국인들도 한국과 중국 수교 30주년을 맞은 두나라가 앞으로 관계가 더 잘 발전하기를 바라는 희망이 투영되어 있는 것이리라. 그와 함께 세계선교를 함께 해 나갈 중국교회를 어떻게 도와야할 지 한국교회도 더 고민해 봐야할것이다.

어느날보다 눈이 많이 내렸던 그날, ‘한중수교30주년기념포럼’ 후속모임은 은혜가운데 잘 마쳤다. 중선협의 한 선교단체가 선교사님들을 추운데 그냥 보낼 수 없다고 저녁을 대접했다. 우리교회도 행사만 있으면 늘먹는 따끈한 순대국밥 한그릇씩을 말이다.

“내가 네 사업과 사랑과 믿음과 섬김과 인내를 아노니 네 나중 행위가 처음 것보다 많도다(계 2:19)”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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