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결혼에 축복의 하모니(Harmony)

아들이 2022년 8월에 결혼을 했다. 아들 부부가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월세이긴 하지만 24평의 아담한 아파트에 신혼살림을 차렸다. 최고층이 20층인 아파트의 바로 아래층인 19층 남향집에 아들부부는 보금 자리를 꾸몄다.

나도 한번 가보니 20년 정도된 아파트이지만 전에 살던 분이 집수리를 한 흔적이 여러곳에 보였다. 그래선지 화이트색상으로 도배하고 깨끗한 새 장판을 깔은 아들의 신혼집은 나무랄데가 없이 아늑해 보였다.

방 3개 가운데 안방인 침실이 있고 방 2개는 아들과 며느리가 각각 자신만의 서재로사용하고 있어 규모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집이 작아 식탁 놓을 공간이 없다는 아들에게 나는 덕담을 건넸다.

“원래 집의 공간은 인구수에 비례하는 것이니까 너희 집은 한사람이 12평씩 사용하는 셈이니 넓게 쓰는거야 호호호….” 생각해 보면 40평 아파트를 살아도 4식구가 살면 한사람에게 할당된 공간은 10평인 셈이다.

그렇게 아들 며느리가 예쁜 신접살림을 시작하고 한달쯤 되었을까 했을때 나는 대구에 내려갔다. 아들이 차를 가지고 기차역으로 마중을 나왔다. 그런데 아들의 차를 타고 가면서 운전하던 아들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평소 입이 무거운 아들이 조금은 신나하는 어투로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우리집 전세로 바꾸었어요. 주인이 우리가 월세든 집을 팔면서 전세로 바꾸고 싶으면 말하라고해서 월세 한달치도 안내고 바로 전세로 돌렸어요.” 한다.

게다가 아들이 처음 결혼을 준비하며 알아보았던 전세값에 비해서 거의 4천만원 정도 싸게 전세로 살게 된 것이다. 나도 무척 기뻤다. 금리가 아주저렴한 청년대출을 이용해서 전세로 돌렸기 때문에 월이자가 10만원 남짓밖엔 안되었다.

결과적으론 24평 아파트를 매월 10만원 남짓 정도 내고 살게 된 셈이다. 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어서 아들과 함께 기뻐했다. “아유 애야 너무 잘되었구나 어떻게 그렇게 일이 잘 풀리니? 하나님께서 너희 부부를 많이 사랑하시나보다.”

흐믓한 마음으로 아들의 차를 타고 가면서 나는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그것은 아들의 부모에 대한 마음씀씀이에 대해서이다. 그중 몇가지만 생각해 봐도 아들이 평소 부모를 얼만큼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오래전이지만 선교지에서 이사를 해야할 상황이 있을 때가 있었다. 내가 힘들어 하는 것을 가족 단톡을 통해 전해 들은 아들은 바쁜 일상 중에서 삼일 휴가를 내었다. C국 비자를 받고 선교지에 들어와서 이사를 해 주고 돌아갔다.

또 아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작은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게 되었을 때였다. 선교지에서 선교컨퍼런스를 하면서 선교사의 노후관리 라는 주제로 전문인을 초청해 우리 선교사들은 노후관련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나서 펀드가입을 권했고 나도 미래가 염려스럽기도 해서 매월 30만원씩 불입하기로 하고 가입을 하였다. 그렇지만 그렇게 필요를 느껴서 가입을 하였지만 선교비에서 30만원을 매달 불입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나의 아들이 이 소식을 듣더니 자신이 아빠엄마대신 불입해 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들은 꼬박 3년을 매월 30만원씩 보내 주었다. 그런데 그렇게 아들이 3년을 불입한 몫돈을 통해 하나님은 다른 계획을 가지고 계셨다.

그것은 선교지에서 비자발적으로 나오게 된 내가 늦깍이로 공부를 하게 되었을 때일이다. 나는 미국의 그레이스 신학교에서 선교학박사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미국유학생비자를 받으려면 적지 않은 예금이 들어 있는 통장이 보증으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교사가 무슨 몫돈이 있겠는가? 나는 고민했다. 모처럼 주어진 학업의 기회를 잃고 싶지는 않았지만 방법이 보이질 않았다. 그때 나는 펀드 가입한 것이 생각나서 그레이스신학교에 문의했다. 혹 펀드적금 같은 보장성 보험을 들은것이 있는데 그런것도 되느냐고 말이다.

학교에서는 현금으로 적립되어 있으면 된다는 연락이 왔다. 그렇게 해서 나는 늦깍이 선교학박사과정에 입학이 허락되었다. 아마 아들이 3년간 성실하게 보내준 그 돈이 없었으면 아마 나는 좋은 학업의 기회가 왔어도 포기했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니 아들 덕분에 오십 넘은 엄마가 선교학박사과정(D.miss)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다. 재정이 늘 팍팍하기만 한 선교사의 삶에도 때론 뜻밖의 놀라운 은혜가 주어진다.

또 작년에 아들이 연락을 해왔다. 아빠 엄마도 나이 들어 가시는데 실손보험을 가입해 드리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주변에서 가입 하라는 사람들이 많았어도 나는 단호히 거절했었다. 의료보험 하나만 있으면 된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아들이 자기가 불입을 한다면서 실손보험에 가입을 해 놓았다. 그런데 신기했다. 그동안 병원 갈일이라곤 전혀 없이 살던 내가 실손보험을 들은 후에 여기 저기 병원 갈일이 생겼던 것이다.

비급여 치료를 받아도 실손보험회사에 영수증과 서류를 보내면 이틀만에 내가 낸 돈에 70~80%의 돈이 통장으로 들어왔다. 그야말로 신통방통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니 아들이 또 부모에게 효도를 한셈이다.

프리랜서인 아들은 큰 돈을 벌지는 못한다. 그래도 부모에게 무어라도 해 주고 싶은 마음은 늘 진실하다. 종종 괜찮은 옷가게가 정규세일을 한다든지 하면 아들은 연락을 해 온다.

“아빠 엄마 따뜻하게 입으시라고 따뜻한 쟈켓 하나씩 샀는데 보내 드릴께요.“ 그렇게해서 옷도 간간이 아들이 사주어 입곤 했다. 이런것을 보면 아들의 마음에 늘 부모를 공경하려는 마음이 있는것 같다.

이와같이 남편과 나에게 아들이 자녀로서 행했던 부모공경을 잘알고 있던 나이기에 아들이 늦깍이로 결혼을 한것도 감사하기만 한 일이었다. 더 기반을 준비한 후에 결혼 하겠다는 아들을 나는 설득했다.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만 있다면 일단 월세로라도 살림을 시작하면 다 잘될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우어 주었다. 요즈음 수많은 젊은이들이 결혼을 못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살집장만 하는 문제라는 통계가 나왔다.

아무튼 아들은 기반을 더 닦은 후에 이년후에나 결혼을 하겠다고 했었는데, 나의 권고를 받아들여서 지난 8월에 결혼을 했다. 물론 부모가 도와줄 여력이 별로 없으니 월세로 집을 계약했고 말이다.

그런데 신혼살림 시작한 지 한달도 안되어 월세를 전세로 바꾸어 살게 되었다니 참 기쁘고도 감사했다. 나는 늘 아들을 위해서 잠언서 31장에 나오는 슬기롭고 현명한 아내를 아들에게 허락해 달라는 기도를 해왔었다.

아마도 아들은 엄마의 기도응답으로 바로 잠언에 나오는 현숙한 그여인을 만난것일까? 그렇기에 월세로 시작해서 한달도 채 안되어 전세로 업데이트를 하는 복을 받은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내아들아 그리고 새아가! 참 기분이 좋고 기쁘구나.

“너는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명령한 대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고 복을 누리리라(신 5:16)”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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