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부부간의 어떤 경쟁

대부분 자녀의 가정이라면 엄마를 더 필요로 할 것이다. 즉 결혼한 자녀가 아이를 낳아서 육아의 도움을 요청할때 말이다. 그런데 우리집은 아빠가 더 인기가 있다. 나의 삼남매가 다 결혼했지만 아직은 큰딸 가정만 삼남매를 키우고 있다.

그런데 큰딸이 종종 육아로 힘들어지면 내가 아니라 제아빠를 와 달라고 한다. 그래서 남편은 벌써 두번이나 연달아 대구를 다녀왔다. 한 삼사일 있다가 오는 것이지만 딸은 아빠가 가면 여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고보니 큰딸의 성격이 제 아빠와 비슷하기도 하다. 그래서 딸은 아빠가 와주는 것이 마음 편한 모양인지도 모른다. 하여간 이번에도 세손주가 다니는 어린이집이 일주일간 겨울방학을 한다면서 감당이 안되니 아빠가 내려와 달라고 한다.

그런데 나도 손주들이 보고 싶었다. 특히 한참 재롱을 부리는 셋째 손자 조이가 보고 싶어서 대구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방안을 내었다. 우리 세식구(애견루비까지)가 다 대구에 가자고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애마 황금소돌이(22살된 소나타골드 자동차)를 데리고 카센터에 가서 철저히 점검을 받았다(가다가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서거나 하면 안되니까 말이다) 카센터 사장님이 합격을 준다. “차 기능 다 괜찮아요 타고 다녀 오셔도 끄떡없겠습니다.”

자, 이제 황금소돌이의 신체검사는 마쳤으니 이젠 목욕을 시키러 가야겠다. 주유와 세차를 함께하는 주유소로 가서 기름을 가득 채우고 먼지 묻은 자동차를 깨끗이 닦아서 흰색의 자동차가 하얗게 반짝반짝 빛났다.

집에 돌아온 나는 신나 하면서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 가족여행을 떠나는거야 루비까지 데리고 말이야 고속도로 달리다가 시설 좋은 휴게소에 들러서 맛있는 간식도 먹고 참 재미있을거야” 그렇게 썰을 푸는 나에게 남편은 찬물을 끼얹는다.

“당신이 그렇게 가고 싶으면 이번엔 당신이 혼자서 다녀와요. 내가 루비와 집에 있을께 나는 기도할 것도 많고 …그대신 자동차는 가져가지 말고 KTX타고 다녀와요.“ 한다. 나는 남편의 반응에 맥이 빠졌지만 곧 수용했다.

부부간에 어떤 의견충돌이 생기면 내 의견을 빨리 포기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해 버리는 것이 분쟁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이다. 나는 흔쾌하게 ”그럼 그렇게 하지요.“ 하고 두말없이 남편의 의견을 받아 들였다.

손주아이들 방학을 시작한다는 날에 맞추어 나는 KTX를 타고 대구에 갔다. 아이들은 그새 부쩍 자라 있었다. 특히 막내 조이가 얼마나 많이 자랐고 약아져 있는지 모른다. 첫돌하고 넉달이 더 지난 아이가 말귀를 다 알아 듣는것이 신기했다.

딸은 어린이집이 방학이지만 아이들을 삼일동안 어린이집에 보내고 삼일은 집에서 지내도록 조처를 해 두었다. 아마 무슨 계획이 있나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사위가 하루 휴가를 내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어머니 오셨는데 모시고 영화한편 보러 가기로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사위 딸 셋이서 오전에 영화관에 가서 전국개봉한 영화 아바타2를 보았다. 사려깊은 사위는 3시간짜리 영화라서 피곤할까봐 리클라이나 푹신한 의자가 설치되어 있는 롯데시네마로 골라 놓았다.

푹신한 가죽의자에 기대어 다리를 올리고 영화를 보니 훨씬 덜 피로했다. 딸이 집에서 챙겨온 간식을 먹으면서 제임스 카메룬이 감독한 아바타 2 ‘물의길’을 보았다. 13년전에 아바타1도 인기가 대단했었는데 13년만에 아바타2가 나온 것이다.

영화속의 주인공아바타는 적들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가장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한마디로 가족애가 돋보이는 영화이다. 현대의 많은 가정이 가족이 해체 되고 가족끼리 교류도 없는 가정들에게 하나의 깨달음을 주는 영화라고 하겠다.

재미있게 영화를 보고 나서 오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이월드에 있는 눈썰매장을 가기로 해서 이월드로 출발했다. 아이들은 무척 신나했다. 눈썰매를 타기에는 아직은 어린 조이만 빼고 위로 두 아이 로아와 로이는 마음껏 눈썰매를 즐겼다.

나도 이럴때 눈썰매좀 타보자 하고 눈썰매에 올라탔다. 내가 어릴때 타보고 아마 처음이었을것이다. 급경사를 내달리는 눈썰매가 참 스릴이 있었다. 자칫 운동신경이 없거나 균형을 잡지 못하면 썰매를 타다가 넘어질 수도 있었다. 나는 약간 긴장을 하면서도 세번이나 탔다.

간이 휴게소에서 따끈한 오뎅과 라면 핫도그 떡볶이 커피등을 먹으면서 딸의 가족과 보낸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좋았다. 내가 삼남매를 키우던 시절에는 자동차도 없고 여건이 그리 좋지 않아서 아이들 데리고 놀러간 곳도 많지 않았었다.

오히려 한참 사춘기를 맞은 아이들을 선교지에 데리고 가서 문화와 언어충격을 받게하고 고생만 시켰는데… 결혼한 딸네 가정이 행복해 보여서 나도 기뻤다. 자상한 사위가 늘 아내와 아이들을 배려하는 모습도 사랑스러웠다.

엄마라는 존재는 지난날 자신이 어떤 어려운 삶을 살았든지간에 자신의 자녀인 아들과 딸만큼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기만을 진심으로 원한다. 우리 엄마가 나에게 그렇게 기대 했듯이 나도 나의 사랑하는 딸이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아무튼 이번에 ‘손주봐주러가기 경쟁’에선 내가 남편을 이겨서 대구에 왔고 아이들과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남겼다. 사위와 딸과 함께 영화를 본것도, 손주들을 다 데리고 눈썰매장에서 눈썰매를 타본것도 잊지못할 추억이 되었다. 하하…역시 경쟁에선 이기고 봐야 하나보다.

“예루살렘아 여호와를 찬송할지어다 시온아 네 하나님을 찬양할지어다 그가 네 문빗장을 견고히 하시고 네 가운데에 있는 너의 자녀들에게 복을 주셨으며(시 147:12-13)”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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