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아주 오랫만의 등산

지인 목사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나목사님 담주 월요일에 노회 등산 갑시다.“ “ 북한산 원효봉 올라가는 600m가 가파른 고개입니다. 깔딱고개인데 오르고 나면 끝내줍니다. 두시간 오르고 두시간 내려오는 겁니다.”

등산? 최근 한번도 생각 안해본 주제인데 내 상황에 등산을 할 수 있을까? 산에 안 오른지가 벌써 십몇년은 되었을텐데…과연 감당이 될까? 나는 자신이 별로 없었다. 최근들어 운동이라면 그저 체육공원의 산책로를 걷는것이 다였는데…

코로나도 풀렸으니 수영이나 시작해볼까
하고 최근 동네에 있는 김포시에서 운영하는 ‘풍무국민체육센터’에 가입을 해 둔 상태였다. 우리집에서 10분 정도 걸어가서 2,500원만 내면 자유수영으로 언제든지 가서 수영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 등산하자는 초청이라니…하긴 말만 들었지 한번도 올라가 보지 않았던 북한산을 한번 가보고 싶긴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등산은 내 체력엔 무리가 아닐까 고심이 되었다. 나는 초청해준 목사님에게 답장을 보냈다.

“목사님, 마음 동하면 갈께요 젊은시절엔 속리산,마니산, 지리산, 대장산 등등 … 중국에서는 황산, 태산, 백두산 등등… 곧잘 등산도 다녔던 실력인데… 하도 안갔더니 자신이 좀 없기는 하지만요”라고 말이다.

나는 한 이틀 고민해 보다가 한번 가보기로 했다. 아들 결혼 시키면서 다이어트를 해서 몸도 좀 슬림해 졌으니 한번 산에 올라가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뭐 죽기아니면 까무러치기 정도의 심정은 아니었다.

아니 무엇보다도 ‘시’를 쓰는 그 목사님은 북한산이 푸릇푸릇하고 진달래가 곱게 피었다고 나에게 전해왔다. 내가 그 이야기를 듣고 “진달래 이야기가 마음을 동하게 하네요.” 했다.

그랬더니 그 목사님은 내가 못가도 “진달래에게 전할게요.” 라고 내가 못 오는 사연을 진달래에게 들려 주겠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내 마음은 이미 북한산으로 달음질하게 마련이다. 그렇게 하여 결국 북한산 등산을 가기로 하였다.

노회 목사님들 20명 남짓이 북한산에 올랐다. 산아래서 바라보는 북한산은 이미 충분히 아름다웠다. 참 잘 왔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료 목사님들을 섬기려는 목사님들이 준비해온 간식을 받아 들고 등산이 시작 되었다. 중간 까지는 갈만 했다.

그런데 원효봉을 올라가는 가파른 깔딱고개가 나타나자 앞이 캄캄했다. 정상인 원효봉까지 400미터에 800계단이라고 한다. 목사님 한분이 두 개 가져온 등산용 스틱을 내게 하나 빌려 주었다.

숨이 찼다. 헉헉~ 최근 들어 이렇게 숨차 본것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빨리 걸어도 걸어서는 이렇게 숨차지는 않는다. 숨을 깊이
깊이 들이 마시고 내쉬면서 한발 한발 올라갔다. 어느 지점에선가는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쉬면서 사과를 먹었다 그리고 다시 올라갔다. 나와 또 한분 뒤쳐지고 있는 목사님을 케어하는 좀 젊은 목사님이 권했다. “목사님 힘드시면 여기서 쉬고 계세요. 우리가 내려오면서 함께 내려 가시면 됩니다.”

하지만 나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다 올라서 바라보는 산의 경관은 정말 아름답기만 했다. 원효봉쪽에서 맞은 편에 바라 보이는 4개의 봉우리가 보였다. 인솔한 목사님이 소개해 준다.

오른쪽부터 노적봉, 만경대, 백운대, 영취봉 입니다. 우리는 모두 모여 하나님께서 지으신 자연을 바라보면서 예배를 드렸다. “참 아름다워라 주님의 세계는~~~” 나는 네개의 봉우리를 담아 영상을 찍었다.

깍바른 길을 내려 오는것도 만만치는 않았다. 나는 젊어서 산에 오를때 한번도 등산용 스틱을 사용해 보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번에 등산용 스틱의 중요성을 정말 절감했다. 큰 도움이 되었으니 말이다.

우리를 인솔한 목사님은 미리 산에 올라서 보물쪽지를 여기 저기 숨겨 놓았다. 선물도 준비해 두었다고 한다.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서 보물찾기가 시작되었다. 여기 저기서 “찾았다!”하고 함성이 터져 나왔지만 나는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다.

하산해서 식당에 들어가니 이미 동태찌개와 김치찌개 두 가지 메뉴로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 오후 두시가 되었다. 배가 고프니 당연히 점심은 꿀맛이었다. 식사를 진행 하면서 보물찾기 선물도 지급되었다.

아무것도 못 받은 나에게 앞에 앉은 목사님이 자신이 보물을 찾아 받은 호두과자 한상자를 내 밀었다. “집에 가져 가세요.” 감동이었다. 출타 했다가 가족에게 가져갈 선물이 있다는 것은 항상 행복한 일이니까…

그런데 보물 찾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고 나서 보물 못찾은 사람에게도 호두과자 한상자씩을 주었다. “호호… 그러면 그렇지” 나는 얼른 나에게 호두과자를 주었던 목사님에게 도로 호도과자 상자를 돌려 주었다.

이제 누군가 커피를 산다고 하니 차를 마시고 귀가하면 되었다. 북한산에 올라 진달래와 사진도 찍고 개나리와 이야기도 나누었다. 굳이 내 이야기를 북한산 진달래에게 다른 사람을 통해 전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직접 가서 소식을 전했으니 말이다.

이번에 오랫만에 등산을 해보면서 느낀것은 아직도 내가 충분히 건강 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극기도전을 할 수 있을만큼의 지구력도 아직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파른 산을 오르는 도전을 해 보기 전에는 몰랐던 사실이다.

이제 마음 통하는 사람들과 종종 등산을 가야할것만 같다. 등산화와 스틱도 하나 장만해야 하겠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산들이 있다. 그 여러 산들의 진달래가 내 소식을 궁금해하면 안되니까 말이다.

“주의 빛과 주의 진리를 보내시어 나를 인도하시고 주의 거룩한 산과 주께서 계시는 곳에 이르게 하소서(시 43:3)”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세션 내 연관 기사 보기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편집국

시니어 타임즈 US는 미주 한인 최초 온라인 시니어 전문 매거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