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중보기도와 통영 굴

며칠전 일이다. 우리 지은나 교회 문앞에 택배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 그리 크지 않은 정사각형의 하얀 스치로폴 박스였다. 보낸 이는 없고 통영에서 보냈다는 기록물만 붙어 있다. 무얼까? 궁금해 하면서 박스를 열어보니 뜻밖에도 생굴이었다.

육안으로도 아주 싱싱하고 알이 굵은 생굴이었다. 그것은 두꺼운 투명 비닐에 잘 쌓여서 아이스팩과 함께 들어 있었다. 어디서든 금방 꺼내어서 씻기만 하면 먹을 수 있도록 아예 초고추장까지 함께 넣어서 보내온 것이다. 와~ 이 싱싱한 굴을 보낸 주인공이 도대체누구일까?

나는 그날 교회에 더 있을 예정이었지만 가족들에게 저녁으로 싱싱한 굴을 대접하기 위해서 다른 날 보다 좀 일찍이 집으로 돌아왔다. 굴을 꺼내어 씻었는데 실제로 굴이 얼마나 굵고 싱싱한 지 몰랐다. 해물을 워낙 좋아하는 우리 어머니도 굴을 아주 맛있게 드신다. 이 신선한 생굴을 선물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모르는채로…

남편도 나도 생굴을 초고추장에 찍어서 상추와 풋고추까지 곁들여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시장에선 이처럼 싱싱한 굴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것이다. 또 좋은 굴은 가격도 만만치 않아서 나는 굴을 선뜻 사먹지 못했던 기억이다. 그런데 해산물이 산지에서 직접 오니까 이렇게 싱싱한 먹거리로 먹을 수 있는것이다.

생굴 일킬로그램이니 꽤나 많은 양이어서 나는 세등분을 했다. 한번은 굴을 받은 날 저녁식사를 하면서 먹고 한번은 이튿날 점심식사를 하면서 먹고 나머지는 냉동실에 얼려 두었다. 보관해 두었다가 시간이 났을때 꺼내어서 굴전을 부쳐 보리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지난 두어 주간을 남편과 나는 중보기도에 집중하느라 다른 일은 거의 손을 놓았었다. 그만큼 이번 미국 대선의 결과와 누가 대통령으로 취임 하는가 하는 문제는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이것은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및 지구촌에 영향을 끼칠 중차대한 일이기 때문이다.

내 일생 이번처럼 미국을 위해 간절히 기도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우리는 금식하며 기도했다. 미국이 잘 되어야 우리나라도 잘 되기 때문이라는 논리가 아니더라도 이번 미국의 대선과정에서 부정선거 논란은 모든 지구촌의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정치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정직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국대통령선거의 진실이 밝혀지길 원했을 것이다. 진정으로 미국 국민들이 원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지당하고도 마땅한 것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요즈음은 선거의 결과란 투표자에게 달려 있는 것이 아니고 개표자에게 달려 있다는 어느 독재자의 지론이 통하는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미 민주주의는 물건너 간 것이다. 투표에 의해 의사를 결정짓는 민주주의 방식에서 부정으로 표를 투입하여 결론을 조장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밝혀진 바에 의하면 여러 이웃나라들도 부정선거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는 소식이다. 그중에서도 베네수엘라는 20년동안 부정선거를 해서 독재자가 계속해서 정권을 잡아 왔다는 것이다. 지구촌에서 아주 잘사는 나라들중 상위권에 들었던 베네수엘라였다.

그러나 독재자가 정권을 잡은후 한없이 추락하여 가난한나라가 되었다. 나라의 중산층과 인재들은 대부분 이민을 가거나 해외로 도피해 버리자 나라의 균형은 점점 깨지게 되고 포퓰리즘으로 생산보다 지출에 치중해서 나라는 그야말로 거덜이 난 것이다. 이것이 바로 부정선거로 인해서 국민이 원하지 않는 지도자가 세워진 결과이다.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 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이 부정선거의 논란에 휘말린다는 것자체가 충격이었다. 이것은 예전에 내가 알고 있던 미국이 아니다. 하나님을 잘 믿기 위해서 아메리카로 건너간 영국의 기독교인들이 청교도 정신으로 세워진 나라가 미국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헌법속에 성경의 진리가 가장 많이 들어 있기도 한 나라이다. 그러기에 중요한 직임을 맡을때 반드시 성경에 손을 얹고 하나님과 사람에게 진실하고 정직하게 직임을 수행하겠노라고 선서까지 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심지어 1달러 지폐에도’우리는 하나님을 믿노라( ln God We Trust)’고 표기하여 온 국민이 하나님을 믿는 믿음을 삶속에서 표현해온 나라이다.

그래서 미국은 짧은 역사속에서도 세계의 패권국가(국제사회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국가) 가 될만큼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다고 나는 확신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세계에 수천년의 긴역사를 가진 국가들이 많다. 하지만 244년(1776년7월4일 건국) 이라는 짧은 역사 속에서 미국처럼 다방면에서 축복을 받고 강대해진 나라는 드물다.

우리나라가 가난했을 때 사람들은 ‘아메리카드림’을 꿈꾸었었다. 무엇보다 자녀교육에 열정이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녀교육을 잘 시키기 위해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것도 한국에선 그나마 잘 살고 있고 교육도 받고 정보에 밝은 비교적 깨어 있던 지식층 사람들이 이민을 많이 떠난 것이다.

그당시 한국에서는 교수를 하던 사람이나 혹은 의사라던가 고위직에 있던 사람들이 자녀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이민가서 생고생을 하면서 자리를 잡았다는 간증을 많이 들었었다. 한국에서 배운 교육,자격, 직업을 미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니 단순노동을 할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당시 이민을 갔던 사람들이 한 일이라는 것이 보통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들인 슈퍼마켓에서 야채 다듬는일, 접시닦이, 신발수선하는일, 세탁소등을 하면서 생존을 위해 일했고 자녀교육을 시켰다. 이민자에게 고급 일자리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생존만 하면 그리고 영주권만 나오면 자녀교육은 고등학교 까지는 무상교육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부모들의 자녀를 위한 피땀어린 노력으로 인해서 그후 우리나라 출신의 수많은 국제적인 인재들이 배출 되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내가 미국 시카고 휫튼대학교에서 열렸던 제 5차 KWMC 2004(한인세계선교대회)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성령의 권능 받아 땅끝까지 증인되자(행1:8)라는 주제로 세계선교사 986명을 비롯하여 목회자, 평신도, 청년 4600여명이 참석한 이 대회는 ‘한인선교사대회’로는 가장 규모가 큰 선교대회였다.

우리 부부는 정식선교대회 일정을 마치고 시카고를 투어하고 싶어하는 몇몇 선교사들과 함께 남게 되었다. 우리는 당시 시카고 한인회장댁에서 우리를 초청하여 그집에 머물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카고한인선교회 회장님 부부가 그런 초창기 이민가정이었다.

남편은 한국에서 잘 나가는 수의사였고 부인은 전문직인 간호사였던 부부는 세아들을 키우기 위해 이민을 갔다. 그리고 그들이 미국에서 갖게 된 직업이 바로 세탁소였다. 영어권에서 수의사 개원을 하거나 간호사로 취업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당시 미국은 힘든 일을 하면 정직하게 댓가가 주어지는 나라였기 때문에 열심히 노동하고 땀을 흘리면 돈을 벌 수 있었다고 한다. 그 분들은 그렇게 세탁소를 해서 세아들도 잘 키웠다. 그리고 잔디밭과 커다란 지하실과 이층으로 된 단독의 좋은 집도 사고 고가의 멋진 자동차도 두대나 가지고 있었다.

그처럼 노력만 하면 댓가가 주어지는 정직한 나라인 미국이 나에게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내가 알고 있는 미국 사람의 특징중의 하나는 거짓말을 가장 싫어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정직을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를 갖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라고 생각했었다.

미국인들이 예수그리스도 다음으로 존경하는 사람은 미국의 남북전쟁도 불사하고 노예 해방을 승리로 이끌어 낸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이다. 그런데 그 아브라함 링컨의 어린시절의 특징이 바로 정직성이었다. 그만큼 미국 사람들은 정직을 아주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의 미국은 그렇지가 않다. 아직도 국민의 절반이 훨씬 넘는 사람이 기독교인 이라고 하는 미국이지만 성경의 진리외에 다른 이념 다른 가치관을 가진 소수가 파고 들어 ‘우리는 하나님을 믿노라( In God We Trust)’는 다수 미국인의 가치관을 희석시키고 밀어 내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나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위해 기도해야 할 막중한 책임을 스스로 느끼고 기도했다. 남편 K선교사도 미국 대선의 행방이 결정 지어지는 1월20일까지는 중보기도에만 집중하자고 했다. 아마도 세계 각곳에 사는 그리스도인들이 미국을 위한 중보기도에 너도 나도 동참했을 것이다.

그처럼 초긴장하며 기도에 올인한 것에 대한 위로였을까 예상하지 못하게 통영에서 싱싱하고 맛있는 생굴이 배달되어 오다니 말이다. 아무튼 그날 저녁 우리 가족은 행복한 저녁 식탁을 맞이했다.

보낸 사람이 확인이 안되어서 궁금했지만 인생을 살아오면서 이런 일은 종종 있는 일이어서 나는 그냥 감사하면서 받아 먹었다. 어떤 천사가 내가 기도 하느라고 힘든줄 알고 굴 먹고 기운 내라고 생굴을 보냈나보다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얼마 안가서 굴을 보낸 주인공이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얼마전에도 싱싱한 연어를 산지에서 직접 보내 주었던 포항에 사는 집사님이 보낸 것이라는 것을… 기도하는 사람인 C집사님은 나에게는 산소같은 사람이다.

그녀는 나보다 나에게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더 잘 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나는 선뜻 내돈 주고 연어도 굴도 사먹어 보지 못했었다. 웬지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런데 C집사님이 전에 보내준 연어도 이번에 보내온 생굴도 어머니와 남편이 너무 좋아하며 잘 먹는것을 보면서 나는 가족에게 미안했다.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은 그렇다치고 이번에 택배로 받은 통영이 산지인 싱싱하고도 상큼하고 달기까지한 맛의 굵직한 생굴은 나를 포함한 우리가족에게 잔잔한 위로를 주었다. 나뿐 아니라 함께 중보하며 기도에 올인 했던 남편도 뜻밖의 생굴 선물에 매우 행복한 모습이다.

다른 사람의 필요에 민감한 사람은 대개 기도하는 사람일 경우가 많다. 기도하다보면 영감에 의해 상대방의 필요를 알아내고 선행을 베풀게 된다. 말하자면 기도는 바로 산소이며 산소같은 사람이란 기도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한 나라를 위해 열심히 중보기도 하고 나서 ‘산소같은 사람’에게 받은 맛갈스러운 먹거리 생굴 선물은 나에게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나는 네가 하고 있는 일을 낱낱이 다 지켜 보고 있어” 라는 하나님의 메세지가 택배상자와 함께 배달되어온 느낌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므로 내가 첫째로 권하노니 모든 사람을 위하여 간구와 기도와 도고와 감사를 하되 임금들과 높은 지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하여 하라 이는 우리가 모든 경건과 단정함으로 고요하고 평안한 생활을 하려 함이라(딤전 2:1-2)”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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