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한여름의 의자나눔 프로젝트

벌써 3개월전 쯤인가보다. 나와 잘알고 지내는 요양원 원장님이 전화를 해왔다. “목사님 우리교회에서 상태가 괜찮은 세미나용 의자를 내 놓는데 사용하기 원하는분 있을까요?“ 나는 약속을 잡고 우리교회 바로 이웃하고 있는 원장님이 다니는 Z교회를 가보았다.

의자는 중고등부실에 있는 필경대가 부착된 의자 80개 정도와 식당에 있는 의자가 110여개로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같은 의자였지만 식당에서 사용하던 의자는 탈부착하는 필경대를 떼어서 버렸다고 한다. 참 아까웠다. 의자를 교회에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필경대가 붙어 있는 편이 훨씬 좋을것이기에 말이다.

그래도 의자는 상당히 깨끗하고 튼튼했다. 색상도 빨강에 가까운 적벽돌색으로 예뻤다. 만약 탁자가 따로 있고 의자만 필요한 상황이라면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나는 우리 교회로 돌아와서 선교사 단톡방과 목회자 단톡방에 그 내용을 사진과 함께 올려서 홍보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러군데서 의자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왔다. 대부분은 선교사님들의 요청이었다. 요즘은 선교사님들 가운데 선교지인 공산권에서 비자제한등의 이유로 한국에 들어와서 다문화 사역을 시작하는 선교사님들이 많아졌다.

그런데 사역하는 공간이 크지 않다보니 대부분 10개~30개 안팍의 의자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일단 선교사님들의 사역현장에 필요한 수량을 배정하고 나머지는 선교단체에 보내기로 하였다. 선교단체는 바로 북한구원금식기도회로 유명한 ‘에스더기도운동’이다.

종종 기도회 참석차 영등포에 있는 에스더기도운동 본부에 가 보았을때 에스더기도운동의 집회실 의자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가 않았다. 그래서 이번에 Z교회에서 나눔하는 세미나의자로 바꾸면 훨씬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연락을 한 것이다.

그렇게 하여 ‘의자나누기프로젝트’는 군산온누리미션의 K선교사님에게 30개, 안산에서 사역하는 한선교사님에게 12개, 용인의 P선교사님이 20개, 그리고 선교단체인 에스더기도운동에서 83개를 가져가는 것으로 모두 안배를 했다.

하지만 의자를 교체하는 교회의 스케줄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흘러갔다. 의자를 빨리 못 가져가고 한 달 두달 시간이 흘러가게 되니 의자는 언제 가져갈 수 있는 것이냐고 물어오는 분들도 있었다.

다행히 식당에서 사용하던 의자는 먼저 가져갈 수 있어서 필경대가 필요없는 용인의 P선교사님이 먼저 20개의 의자를 가져갔고 에스더기도운동에서 담당목사님이 와서 두대의 트럭에 의자 83개와 도서용의자 20개 그리고 바퀴가 달린 실용적인 세미나책상 10개를 트럭 두대에 먼저 실어갔다.

나머지는 더 기다려야 했다. 의자가 필요한 선교사님들은 모두 잘 기다려 주었다. 드디어 의자를 주기로한 Z교회에서 연락이 왔다. 다음 주 수요일에 새 의자가 중고등부실에 들어오니까 화요일까지 의자를 가져가 달라고 말이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의자 12개를 가져 가기로한 안산의 H선교사님이 갑자기 장소문제로 의자를 가져갈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이번 의자나누기 프로젝트에 나는 책임을 맡게 된 셈이어서 의자는 다 가져와야만 했다. 이거 어쩌나 … 무슨 좋은 수가 없을까…잠시 고민했다.

그러다가 문득 하루전에 우리교회를 방문해서 교제를 나누고 함께 식사도 했던 J여목사님이 생각났다. 이분은 양평에 최근에 단독 전원주택 집을 사서‘기도의집’을 시작하려는 참이었다. 당연히 의자며 탁자며 강대상이며 필요할 것이다.

J목사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좋은 의자 12개 있는데 안필요하세요? ”J목사님은 “필요해요. 그리고 나 마침 김포에 왔어요” 한다. 전화를 끊고 J목사님은 금방 우리교회로 운전을 해서 왔다. J목사님의 차가 쏘렌토여서 잘하면 의자12개를 실어갈 수도 있을것 같았다.

의자를 나누는 Z교회로 갔다. 담당하는 권사님이 이미 대차에 의자를 실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날씨는 매우 무더웠지만 우리는 의자를 자동차 뒤 트렁크에 실었다. 꽤 무게가 나가는 철로된 접이식 의자여서 여성들 힘만으로 제대로 싣지 못할것 같았다.

그러자 Z교회 젊은 부목사님이 나와서 의자를 척척 실어 주었다. 짜임새 있게 잘 싣지 못했다면 의자 12개가 쏘렌토에도 다 실리지 못했을 것이다. J목사님은 의자 실리는것을 보면서 오늘 일부 가져가고 내일 다시 와서 나머지를 가져가야겠다고 했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Z교회 부목사님 덕분에 의자12개를 야무지게 다 실을 수 있었다. 그래서 J목사님은 이튿날 양평에서 김포까지 다시 와야하는 수고를 덜을 수 있게 되었다. 의자를 실어 보내고 이마에 땀은 흘러 내렸지만 나는 우리교회로 돌아오면서도 마음이 흐믓했다.

H선교사님이 12개 의자를 가져가겠다고 예약을 했다가 취소를 하였지만 하나님은 어찌 그리 정확하게 의자를 가져갈 사람을 다시 보내 주시는지 참 놀라웠다. 이제 내일 ‘군산온누리미션’으로 의자 30개를 보내면 의자나누기 미션은 백프로 완성이다.

의자를 나눔한 Z교회는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면서 종교부지에 아주 건물을 멋있게 잘지은 교회이다. 교회를 개척한 목사님이 은퇴하고 젊고 패기넘치는 담임목사님이 부임하면서 새롭게 부흥이 일어나고 있는 교회이다.

젊은 성도들이 늘어나면서 아직 좋은 의자이지만 젊은이들에게 맞는 디자인의 가구들로 바꾸게된 모양이다. 그러나 넉넉지 않은 상태에서 어렵게 개척하는 선교단체나 다문화 사역자, 그리고 미자립교회들에겐 이런 의자는 또 꼭 필요한 것들이다.

아담하고 작은 우리 지은나 교회에 들어서면 예배실 맨앞에 ‘지은나교회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세상에 나누는 교회입니다‘라고 쓴 보드가 걸려 있다.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 가운데 ’의자 나누기‘도 포함이 되는걸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풋~ 하고 웃음이 나온다.

“성전의 일을 하는 이들은 성전에서 나는 것을 먹으며 제단에서 섬기는 이들은 제단과 함께 나누는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고전 9:13)”

글/ 사진: 나은혜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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