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장수의 필수 요건

얼마전 우리 가족이 둘러 앉아서 저녁을 먹을때이다. 음식을 절반쯤 드신 어머니가 갑자기 에취~ 에취~하면서 기침을 하신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어머니의 밥그릇위에 어머니의 이빨(틀니)윗부분이 툭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옆에서 그걸 보던 남편이 인상을 쓰면서 “아이구~ 어머니 이제 밥 그만 드세요.” 한다. 그때 어머니는 이미 밥을 절반이상 드셨었다. 사실상 밥 위에 틀니가 빠져 얹혀 있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헉~소리가 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우리 어머니는 이젠 모든 기능이 저하되어 예상할 수 없는 상황들이 최근에 계속적으로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어머니가 식사하실때 식습관도 예전 같지가 않았다.

나는 어머니 밥상을 차릴때 밥따로 국따로 그리고 반찬들을 따로그릇에 담아서 차려 드린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어머니는 좁은 밥공기위에 모든 반찬을 쏟아 부어 놓고 뒤섞어서 밥을 드시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은 아예 넓고 우묵한 접시에 밥을 담아 드리고 있다. 그러면 반찬을 다 들이부어도 넘치거나 복잡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인지 능력은 이젠 밥따로 국따로 반찬 따로를 먹는 것조차 기억이 안나시는 모양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밥에다 반찬과 국만을 혼합해서 드시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여러가지 약을 복용해 오셨다. 그래서 나는 플라스틱 약통에 요일별로 약을 미리 나누어 담아놓고 드려왔다. 혹시 식사후 약먹는것을 잊어 버리지 않도록 약통을 미리 밥상 옆에 놓아 둔다.

그런데 요즘 보니 어머니는 식사후에 드실 약조차 밥에 들이 부어 섞어서 드신다. 또 후식으로 씨없는 포도나 수박 같은 과일을 미리 밥옆에 놓아 드릴 때도 있다. 식사후에 드시라고 말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젠 과일도 밥그릇속에 다 부어놓고 혼합하여 드신다.

사람이 평생 습관으로 해오는 일이 식사 습관일 것이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젠 밥을 먹는 방법과 순서도 다 잊어 버리셨나 보다. 밥을 먹고나서 치료에 필요한 약을 먹고 후식으로 과일을 먹는 지극히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 안되는 치매환자 우리 어머니…참 안타깝다.

그런 어머니가 틀니를 끼기 시작한 지는 상당히 오래 되었다. 젊어서 치아 관리를 잘못하셨는지 모르지만 65세때 벌써 전체 틀니를 하셨다. 그러니 올해 91세인 어머니는 벌써 26년동안 제 이가 아닌 틀니를 사용해 오신 셈이다.

아마도 보통 사람들은 틀니를 보면 징그럽게 여길 것이다. 사람의 이빨이 따로 빠져 있는 것이 그리 아름다운 모습은 분명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데 막상 그틀니를 하고 있는 당사자에겐 틀니는 생명을 연장해 주는 아주 중요한 도구이다.

나의 친정 할머니는 89세에 소천하셨다. 벌써 30년 전이다. 당시로서는 할머니는 장수하신 셈이었다. 그런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할머니가 틀니를 하셨더라면 더 오래 사실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의 친정 할머니는 이가 다 빠지고 거의 잇몸으로 무른 음식만을 드시다가 돌아 가셨다. 당시엔 대부분의 틀니를 할 형편이 안되는 노인들은 늙어서 이가 빠지면 무른 음식을 먹고 겨우 연명하다가 돌아 가셨다.

나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살면서 노인에 대해 더 많이 이해 하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생노병사’의 길을 어쩔수 없이 걸어 가는 인간의 한계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에 어머니는 치매가 심하지 않으셨을때는 스스로 틀니 관리를 하셨다.

그러나 이젠 스스로 틀니관리를 못하신다. 그래서 식사를 하고난 후엔 누군가 꼭 틀니를 빼서 소독하고 다시 끼워 드려야 한다. 특히 저녁 식사후엔 틀니를 틀니세정액에 담가 놓고 소독을 한다. 어머니는 입안을 헹구고는 틀니를 다시 끼지 않고 잠자리에 드신다.

그런데 종종 내가 밤중에 나와서 화장실에 들어가 보면 틀니세정액에 담가둔 틀니가 사라져 있곤 했다. 어머니가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나왔다가 틀니가 눈에 띄니까 그대로 건져서 입에 끼고 들어가신 것이다.

에구~ 소독액에 담가진 틀니는 맑은 물에 헹구어서 끼셔야 하는데…
사실 틀니는 틀니세정제에 오분 정도만 담그어 두면 소독이 된다. 물론 틀니세정제에 계속 틀니를 담그어 두어도 틀니가 상하거나 하는 일은없다. 그래서 이튿날 틀니를 껴도 무방했다.

하지만 이후부터 나는 어머니가 저녁 식사후에 방에 들어가셔도 틀니관리에 신경을 썼다. 틀니를 세정액에 담근후 오분 정도만 경과하면 열심히 화장실에 들어가서 어머니의 틀니를 소독액에서 꺼내어 맑은물로 헹구어 다시 맑은물에 담그어 두고 나온다.

그렇게 하면 어머니가 언제 나와서 화장실에 가셔도 그리고 틀니를 다시 입에 끼고 들어가도 괜찮기 때문이다. 아마도 어머니는 틀니를 끼고 있는 편이 입모양이 제대로 잡혀져서 편안하신 모양이다.

음식물을 섭취하는데 필수적인 치아는 이처럼 우리 삶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치아 관리를 정말 열심히 잘해야 한다. 이미 충치가 먹어서 이빨 몇개를 때웠든지 간에 남은 치아를 잘 관리해야 한다.

우리 가족은 선교지에 나가기 전에GMTC(한국해외선교사훈련원) 에서 6개월동안 집중적인 훈련을 받았었다. 선교훈련을 받을때 치과의사가 와서 이빨을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를 무조건 오래 닦으라는 것이다.

혀로 이를 햞았을때 뽀드득 하고 느껴질만큼 이를 오래 닦으라는 것이다. 그냥 닦으면 지루하니까 TV뉴스를 보면서 20분 정도 닦으라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어 나는 선교지에 들어가서 그 가르침대로 정말 성실하게 이를 닦았다.

그래선지 가끔 한국에 나와서 치과에 가면 치과의사에게 칭찬을 받곤 했다. 충치 먹은것 없이 이빨 관리를 참 잘했다는 것이다. 하루 한번 자기 전에 20분 정도 이를 잘 닦아둔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보다 선천적으로 이빨이 튼튼한 남편 K선교사는 이를 후다닥 빨리 닦는 편이었다. 그런데 한국에 나와서 치과에 가면 꼭 문제가 생겨 있었다. 충치가 먹어 한 두개의 이빨은 꼭 때우곤 했으니까 말이다.

그때 내가 배운것은 선천적인 건강도 중요하지만 후천적으로 건강을 관리 잘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만큼 치아 관리에 있어서 치솔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선교사 후보생들은 선교지 들어가기전에 건강 검진을 꼼꼼하게 받는다. 선교지에 들어가서 의료혜택을 받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에 치료할 것은 다 치료하고 들어가야 하기때문이다. 특히 치과치료는 아주 중요하다.

나도 선교훈련을 받을 당시 치과에 갔을때 나는 잇몸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다. 당시 치과의사가 바빠서 몇 주후에 잇몸수술을 하기로 하였다.

솔직히 나는 잇몸을 수술하는 것이 겁이 덜컥 났다.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 치솔질에 정성을 들이기 시작했다. 전에는 이빨만 닦던 양치 습관을 바꾸어 잇몸도 열심히 닦아 주었다. 혹 잇몸이 튼튼해지면 잇몸수술을 안받을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 하면서…

치모가 약간 강한 치솔로 잇몸을 누르면서 계속 닦아 주었다. 그랬더니 처음엔 피가 계속 많이 나왔다. 그런데 계속 그런 방식으로 잇몸을 닦아 주었더니 더 이상 피가 나오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나스스로 이젠 내 잇몸이 건강해 졌다는 확신이 들었다.

한달쯤 후 치과 진료를 다시 받았을때 의사 선생님은 매우 놀라워 하였다. 그동안 잇몸이 건강해져서 이젠 잇몸 수술을 할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정성어린 치솔질이 잇몸수술을 면하게 한 것이다.

저녁 먹다가 밥그릇에 틀니가 빠져나온 우리 어머니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이빨스토리’가 전개 된셈이 되었다. 하지만 독자 여러분도 미리 치아관리 잘 하여 틀니도 하지 말고 건강하게 살아 가시기를 바란다.

참 우리 어머니의 밥에 빠진 틀니는 어떻게 되었냐구? 남편은 징그럽다고 어머니에게 핀잔을 주며 “어머니 식사 그만 하세요” 했지만 나는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어머니 밥그릇에 빠진 틀니를 얼른 집어 들고 말했다.

“어머니 틀니 씻어서 가져다 드릴테니까 다시 끼시고 밥 다 드세요. 노인은 밥심(힘)으로 사는 건데 어머니 밥 다 드셔야 해요.”라고 하면서 화장실에 가서 틀니를 닦아서 어머니에게 가져다 드렸다.

그래서 그날 저녁 우리 어머니는 드셔야 할 저녁밥을 모두 다드셨다. 하나도 남김없이 말이다. 어머니의 틀니를 닦아 드리면서 나는 사람의 생명이 먹는 음식에 있고 그 음식을 씹는 튼튼한 치아야말로 장수의 요건임을 새삼 깨달았다.

“주는 나를 용서하사 내가 떠나 없어지기 전에 나의 건강을 회복시키소서(시 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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