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광복에서 통일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이 영화 끝부분에 라이언 일병에게 밀러 대위가 죽어가며 ‘Earn this!’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밀러 대위는 라이언 일병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Earn it!’이라고 다시 말하며 숨을 거둔다.

올해는 광복 72주년이다.
70여년이 흐르면서 역사가 정립되어 가기는커녕 국가정체성, 좌우대결, 친일파 등 역사 갈등이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친일인명사전」은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4,776명의 인물을 친일파로 수록해 편찬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1991년 설립되어 민중사학의 산실 역할을 하는 대표적인 좌익 싱크탱크이다. 이승만•박정희를 매도하고 사진까지 조작하며 한국 근현대사를 왜곡한 「백년전쟁」도 민족문제연구소 작품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시한 「친일인명사전」 기초자료에는 「조선인민공화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 소집요강」, 「조선민주주의민족전선의 친일파 규정」, 「북조선노동당의 미소공위 공동결의 6호 답신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조선민주주의민족전선은 박헌영 등 40여개 좌익세력이 만든 범좌익단체이다. 기초자료의 편향성 때문인지 「친일인명사전」은 균형감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 예를 들자면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는 만주국 축전곡을 작곡했다고 친일파로 분류되었으나 일제 말 징병 권유 글을 썼던 여운형은 친일파 명단에서 빠졌다.

민족문제연구소는 2015년 11월에 이런 벽보를 붙여 놓았었다.
‘모이자 서울로! 가자 청와대로! 뒤집자 세상을!’
결국 「친일인명사전」은 세상을 뒤엎자는 사람들이 쓴 책으로 역사정립은 커녕 역사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1975년 월남이 무너지며 동시에 캄보디아 내전도 끝났다. 공산주의 크메르 루주는 정권을 잡자마자 중산층을 숙청하기 시작했다. 인구의 1/4인 2백만을 죽인 킬링필드였다. 뭘 좀 배웠다는 사람, 뭘 좀 할 줄 안다는 사람을 그렇게 죽여서 캄보디아가 갈등이 없어지고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았다.

나라를 경영할 인재가 없어진 크메르 루즈는 고작 4년 뒤인 1979년에 캄푸치아 인민공화국에 정권을 내어주고 도망갔다. 캄푸치아 인민공화국은 나라 이름을 캄보디아로 바꾸고 1992년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포기했다.

폰 브라운(von Braun) 박사는 나찌 치하에서 V-2 로켓을 개발했다. 이 로켓을 만드느라 1만 2천명이 강제수용소에서 죽었고, 로켓 3000여개가 발사되어 9천명의 영국인이 죽었다. 그러나 미국은 그를 데려와 우주개발 시대를 열었다.

이렇듯 환란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우리의 선대들도 모두가 모순된 삶의 요구에 힘겨워 했다. 그때의 우리도 지금처럼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태어났다. 많은 ‘우리’가 공부하여 관료가 되거나 일본 회사에서 일했다. 과학자가 되고, 예술가가 되고, 기술자가 되고, 군인도 되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살았다면 모를까 삶을 개척하려 무언가를 했다면 모두가 모순이 있었다.

바로 보자.
환란의 시대에는 모순이 있다.
다듬어진 상황에서 한 번도 아파보지 못했어도 선대의 아픔은 헤아려야 한다.
우리가 광복을 오롯이 ‘EARN’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제는 다 죽고 없는 친일파 때문이 아니라 한 세기 전 가치인 민족과 주체를 내세우며 살아있는 갈등세력 때문이다. 민족과 주체를 내세웠던 나라들은 지금도 한 세기 전의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돌아가자.
밀러 대위의 임무는 얼핏 완수되어 보인다.
그렇다면 그는 왜 ‘Earn this!’라고 말했을까?
그래서 그의 임무는 라이언 일병이 그 결과를 스스로 얻어나가지(earn) 않는 한 완수되어 보이지 않는다.

분단과 함께 찾아온 해방은 반쪽짜리 광복이었다. 광복 후 72년 동안 이룬 대견한 경제 부흥은 사실 반쪽짜리 earning이다.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의 민주적 가치와 공화적 가치를 혼동하며, 여태껏 우리는 이념갈등에 묻혀 분단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자유통일은 북한에 광복(光復)을 가져다주는 다른 반쪽 earning이 된다. 이제는 광복에서 통일로 나아가 온전한 earning을 이루어야 할 때이다.

Earn this!
오늘 순국선열의 그 간절한 외침이 귓가를 맴돈다.

스테판 오(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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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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