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문재인 대통령은 4.3의 진실을 거꾸로 보지 말라

◇역사적 사실을 함부로 규정할 수 있는가?

문대통령은 지난 ‘4.3 추념사’를 통해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 잡았다”고 선언하였다. 문제는 그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추념사에 의하면 ‘무고한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희생당했다’는 것이며, 그 국가폭력의 진상은 시, 소설, 그림 영화, 노래 등 예술 작품들에 나타나 있다고 구체적 작품들을 예시하고 있다. 그러면서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고 질타하였다.

먼저 지적해야 할 것은 대통령이 임의적으로 역사적 사실을 규정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공식 보고서는 노무현 정부 때의 것이다. 여기서도 4.3을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된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추념사는 그 근거를 객관적이고 엄밀한 학술적 연구나 책임 있는 국가기구의 공식 보고서가 아니라 예술작품에 두고 있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이 향후 진상에 대한 연구방향을 임의로 지시했다는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시대착오적 민중론과 폐쇄적인 민족사관에 입각했다는 점에서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이 있다’는 지적이 부메랑의 언어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4.3 왜곡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제주 4.3기념 특별전 <이젠 우리의 역사>’ 역시 기본적으로 이러한 문대통령의 시각과 보조를 맞추어 4.3은 점령군의 탄압에 맞서 봉기한 지역사회의 자생적 항쟁을 국가폭력이 학살로 제압한 것이라는 관점을 깔고 있다.

여기에서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은 전시가 모호하게 얼버무려 4.3에 대한 인식을 왜곡하는 부분이다. 바로 제주 인민위원회와 남로당에 대한 언급이다. “제주 인민위원회가 미군정과 협조관계에 있었다”는 표현은 특정 정치인들이 성급하게 만든 대표성 없는 인민위원회를 마치 자생적 민간사회의 대표 혹은 어떤 권력의 중심인 냥 오인시킬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남로당을 ‘합법적 대중정당’으로 표현한 것도 문제다. 남로당은 당시 조선정판사 위조지폐사건으로 주요 간부들이 체포되고 당사마저 폐쇄되는 상황에서 지명 수배로 쫓기는 박헌영이 미군정과 전면 투쟁을 벌이는 ‘신전술’에 입각, 공산당을 남로당으로 신장개업한 것이다. 남로당은 비합법 지하 단체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다만 이 전시는 국가기관으로서의 최소한의 객관성은 유지하려 노력한 흔적이 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평가 받을 만하다. 4.3의 원인에 대해서는 당국의 과잉진압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사실에 입각한 설명을 누락시키지 않고 있다.

특히 5.10 총선거가 다가오자 남한에서 정부가 수립되면 그들의 조직이 위태로워지는 ‘급박한 상황’으로 규정, 4월 3일 무장 봉기를 일으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그들은 구호에 “단독선거. 단독정부 반대와 통일 독립, 반미투쟁”을 포함시켰고, 경찰지서뿐 아니라 “군경에 협조하는 우익인사와 그 가족을 지목 살해”했다는 사실도 적시하고 있다.

사태가 악화되어 희생이 커진 요인에 대해서도 계엄령 하에서 토벌대가 과잉 대응을 하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무장대 지도부가 무책임하게 월북한 가운데 남은 무장대들은 자신들에 협조하지 않고 토벌대 편으로 기울었다고 판단한 일부 마을을 지목, 주민들을 무차별 살해하면서 희생이 커졌다는 점도 빼놓지 않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4.3 왜곡

국립현대미술관은 ‘현대차시리즈 2017: 임흥순 <우리를 갈라놓는 것들>’을 최근 전시했다. 작품은 고통 받고 희생된 억울한 죽음을 위한 일종의 진혼을 강조하면서 역사 서술의 거짓을 밝혀내고 진실을 보여주겠다고 표방하고 있다.

이 작품은 초두에서 상징적으로 제시한 개기일식이 암시하는 바대로 대한민국은 시작부터 어둠 속에 출범했고 그 어둠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러나 실제 작품은 대한민국에 항거한 빨치산 즉 남로당원의 투쟁과 수난에 초점을 맞춘 채 그들의 활동이 정당했다고 노골적으로 항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의도와 상관없이 역설적이게도 4.3에서 남로당 역할을 생생히 증언해주고 있다. 중학교 시절 당 세포 연락책의 역할을 했다고 당당히 밝히는가 하면, “원수를 찾아내라”는 빨치산의 명령을 회고조로 노래하는 노파를 등장시킨 것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4.3은 많은 희생자를 낳은 아픈 역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을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국가폭력으로 규정하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역사 왜곡이 아닐 수 없다. 5.10 총선거를 맞아 제주도는 남로당 무장대의 선거저지 활동으로 선거를 거부한 유일한 지역이었다.

이는 명백히 대한민국 정부의 탄생에 대한 반대요, 도전이었다. 4.3 사태의 본질은 남로당, 빨치산의 대한민국 출범 거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태가 악화되어 희생이 커진 것은 남로당 무장대 지도부가 월북하여 상황 통제력이 제대로 작동되지 못한 가운데 전시적 내란 상태에서 토벌대와 상호 불신의 감정이 증폭 즉 에스컬레이션 되었던 데 있다.

◇본질은 대한민국 총체적 부정

문제는 이러한 본질을 왜곡, 국가폭력이 문제라고 강변함으로써 대한민국은 건국 과정에부터 잘못되었다는 인식을 추동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적폐청산 미명하에 이른바 보수 성향의 전임 대통령들을 사법 소추, 단죄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부정하려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움직임이 바깥으로는 남북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반도 정치질서를 완전히 바꾸고, 국내적으로는 제헌에 가까운 개헌으로 실질적으로 국가체제 자체를 변경하려는 시도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이다.

◇서명구 박사는?

– 서울대 외교학과 졸업

– 성신여대 박사

– 대통령 정책조사비서관, 국회의장 기획비서관 역임

– 現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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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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