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일인당천(一人當千)의 제자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우리 인생에는 이런 모양 저런 모양의 제자관계가 있다. 모든 사람은 대부분 젊은 시절 누군가의 제자였을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 사람에게도 제자가 생겨난다.

스승과 제자는 꼭 학교 안에서만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삶 가운데서도 사회 안에서도 가정 안에서도 제자관계는 만들어진다. 특히 그리스도인들이 갖고 있는 개념이 바로 이 제자 개념이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명하신 것이 “가서 제자 삼으라” 고 하셨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인보다 신앙인들 안에서는 여러 형태의 제자가 만들어 진다. 목사님과 성도도 어떤 의미에서는 그런 관계이다.

교회 안의 소그룹으로는 구역모임 혹 속회모임이나 목장 같은 이름으로 만나는 사람들이다. 그룹의 장과 다수의 구성원도 일종의 제자 관계가 형성되어진다. 그룹의 장은 신앙의 모범을 보이고 말씀으로 가르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대일 제자 관계가 있다. 이것은 보다 더 직접적이고 의도적인 목적으로 제자를 삼고 신앙의 모범을 보이면서 상대방을 그리스도를 따르는 훈련된 예수님의 제자로 양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분이라면 여러분의 주변에 형성되어진 제자관계에 있는 그 제자가 어떤 사람이길 바라는가? 오합지졸 같은 제자인가? 천을 감당할 수 있는 용감한 제자인가? 만약 나라면 일인당천의 제자를 얻기를 바랄 것이다.

일인당천(一人當千)이란 말은 한 사람이 천 명(名)의 적을 당해 낸다는 뜻으로, 매우 용감한 용사를 형용(形容)해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사람은 그렇게 쉽게 만들어 지지 않는다.

적과의 싸움이 필요한 군대에서 필요한 사람은 바로 이러한 일인당천을 감당해 내는 군인이다. 대장인 장수가 이런 부하를 여럿 갖고 있다면 그는 어떤 전쟁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나의 남편 K선교사의 전직은 고교교사였다. 그는 고등학교에서 13년간 국어를 가르쳤다. 그러다가 30대 중후반의 나이에 선교사로 가기 위해서 신학 훈련을 받고 목사가 되었다. 그리고 교단에서 C국에 선교사로 파송 받았다.

실제로 남자 고등학교에서 9년을 여자 고등학교에서 4년을 가르쳤으니 K선교사는 상당히 많은 제자들이 있는 셈이다. 특히 전공인 국어를 가르치는 것 외에도 특활 시간에 기독학생들을 지도했던 K선교사에게 그리스도인 제자들도 적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그 제자들 가운데서 영적 제자들도 많이 배출 되었다. 그중에는 신분을 밝힌다면 누구라도 알 수 있을 중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되어 있는 사람도 있고 유명한 신학교 교수도 있다.

그 제자들이 끼치고 있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그들도 일인당천(一人当千)의 제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내가 소개하는 일인당천의 제자는 평범한 성도로서 신실한 삶을 살고 있으나 신앙심에서는 천을 능히 감당해 내는 그런 여제자를 말하려는 것이다.

여고에서 학생으로 만났었던 K 선교사의 여제자 H를 다시 만난 것은 우리가 선교지에 있을 때이다. H는 청주에 있는 K 선교사의 후배 목사의 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다. 우리 가족이 선교지에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는 H 집사님을 교회에서 만나게 되었다.

여제자 H 집사님의 가정은 오직 믿음으로 사는 가정이었다. 아버님은 장로님이시고 어머님은 권사님이신데, 특히 어머니 권사님의 신앙은 특출하였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권사님으로 인한 귀한 간증이 있다.

당시 우리는 선교지에서 아파트를 임대해서 월세를 내고 살고 있었다. 그런데 매달 내는 달세가 아니라 일 년치 혹은 일년 반치를 한꺼번에 내는 년세를 내야 하였기 때문에 큰 부담이 되는 금액이었다.

당시 월세 갱신 기간이 돌아와서 일년 반치의 월세 돈인 600만원 가량이 필요하게 되었다. 매달 천불 남짓의 후원금으로 살고 있는 우리 형편으로서는 그런 몫돈은 도저히 만들어 낼 수 없는 금액이었다.

선교지의 이런 사정을 교회에서 기도편지를 통해서 알게 된 여제자 H 집사님의 어머니 권사님은 귀한 믿음의 헌신을 하셨다. 마침 곗돈을 타셨는데 그 곗돈 전부를 우리에게 선교비로 보내 주셔서 집세 일년 반치를 해결해 주셨던 것이다.

이런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H집사님은 그 믿음이 어머니 못지않았다. H 집사님 부부는 이번에 우리 교회 건물을 구입 하는데 큰 헌신을 했다. 그리고 교회 건물 구입의 마지막 숙제였던 잔금 오천만원을 해결 하도록 도와주었다.

강원도에서 매일 새벽기도회에 나아가 눈물로 하나님의 교회가 세워지기를 간구하면서 생활비 전부를 드렸던 K 목사님의 두번째 시드머니(종자돈)가 50배가 되어 응답되도록 쓰임 받는 주인공이 된 것이다.

그런 H집사님 부부를 보면서 나는 마치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도 바울의 복음 사역을 힘껏 도왔던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역시 일인당천의 제자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런 하나님의 사람들이야 말로 이 세상이 감당치 못할 사람들이다. 이 땅에 소망보다도 하늘에 더 많은 소망을 두고 살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일인당천(一人当千)의 믿음의 용사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일인당천의 제자가 있는 K선교사와 나는 참 행복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이같이 말하는 것은 자기들이 본향 찾는 자임을 나타냄이라. 그들이 나온바 본향을 생각하였더라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히 11: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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