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새이불 덮고 단잠 자던 날

우리 부부는 요며칠 단잠을 잤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남편과 나는 서로 마주보며 씩~ 웃는다. 그리고 덮고 잔 새 여름이불을 손으로 쓸어본다. “이 이불 은근히 시원하고도 포근해서 좋네요.” 남편도 “그러네” 하고 공감한다.

아들이 예비며느리와 함께 우리집에 왔다. 내가 대구에 내려가서 예비며느리를 두번 보았지만 우리집에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들이 예비며느리의 어머니가 사시는 거제를 다녀온 후에 함께 김포에 오기로 한 모양이다.

나는 아들과 예비며느리가 오기 전에 점심을 해 먹일 준비를 하기 위해 장을 봤다. 그러고보니 아들이 오는 그날이 바로 초복날이었다. 아들은 41년전 덥기만 하던 초복이튿날 태어났었다. 그런데 올해 초복날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데리고 엄마에게 온 것이다.

나는 평상시에 내가 사 먹던 수박 사이즈보다 훨씬 큰 제일 커다란 수박을 하나 샀다. 점심엔 된장찌개에 훈제오리고기 구이를, 저녁은 닭백숙을 해주어야 겠다고 생각하면서 계획을 세워 장을 보았다.

아들은 KTX를 타고 왔다고 한다. 들고 온 짐이 꽤나 무거웠을텐데… 예비 며느리가 예단 이불을 준비해서 가져온 것이다. 예쁜 한지로 이불을 싸고 청홍의 종이끈을 꼬아서 정성껏 포장을 하여서 이불 가방에 넣어서 가져왔다.

내가 결혼할때는 시부모님 덮으실 예단 이불을 친정엄마가 손수 만드셨다. 목화솜을 사다가 두툼하게 만들어서 속을 싸고 황금색공단으로 겉을 싸서 하이얀 광목으로 시침을 해서 요와 이불을 직접 만들어 주셨다.

1980년에 결혼을 했으니 올해가 2022년 으로 내가 결혼한지도 42년이 지난셈이다. 그런데 우리 어머니는 내가 시집올때 예단으로 해 드린 두터운 목화솜 요와 이불을 40년동안 보관하고 있으셨다.

이젠 모두 생활이 좋아져서 연탄 구둘에서 보일러 집으로 바뀌었기에 그렇게 두꺼운 솜이불을 덮지 않아도 되게 되었는데도 말이다. 결국 내가 재작년인지 어머니의 장롱을 차지하고 있는 그 솜이불을 내다 버렸다.

그렇지만 어머니의 그마음 “우리 며느리가 해온 이불”을 오랫동안 보존하고 싶어 하셨던 어머니의 그 깊은 마음은 지금도 내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있다. 어머니가 보존하고 계신것은 그뿐만이 아니다.

결혼한 그 이듬해인지 청주에서 살던 나는 어머니의 생신날 어머니에게 드릴 생신 선물로 옷한벌을 사가지고 서울로 올라갔다. 회색주름치마에 역시 회색바탕에 흰장미꽃 무늬의 단아한 목리본스타일의 블라우스였다.

그옷은 부피를 차지하지 않아서 아직도 어머니의 옷장 안에 보존되어 있다. 어머니가 그동안 아껴가며 입으셨던 흔적이 역력하다 40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멀쩡한 새옷 같으니 말이다. 어머니는 그 옷을 주일날 주로 입으셨다고 했다.

그런데 세월이 유수와 같이 흘러서 이젠 내가 며느리를 볼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다음달이면 내며느리가 될 자매가 시어머니인 나에게 예단으로 이불을 선물한 것이다. 요즘 환경에 맞게 침대패드와 이불과 베개까지 세트로 말이다.

침대 프레임이 그레이색인데 거기에 맞추어 깔맞춤으로 전체 이불세트를 그레이 계열로 맞추어서 준비해 가지고 왔다. 침대위에 패드를 깔고 베개와 이불을 놓아보니 잘 어울렸다. 예비며느리가 “어머~ 호텔이불 같아요.” 한다.

나는 새이불세트를 보면서 매우 흡족했다. 그런데 그 새이불을 덮고 자보니 더욱 쾌적하고 좋았다. 이불안을 인견으로 하고 먼지가 없다는 기능성 겉감으로 포근하고 가볍게 만들어진 이불이었다.

내가 현재 덮고 있는 낡아서 헤어지기 시작한 벌써 몇년동안 사용하고 있는 면으로 된 여름 이불은 더워서 땀이 자꾸 났었다. 그런데 이 기능성 새 이불은 시원하면서도 포근해 잠이 잘왔다.

원래 예단 이불은 시집오는 며느리가 시부모님의 잠자리를 지켜드려 장수를 기원하고,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는 의미가 깃들어있다고 한다. 또한, 딸을 시집 보내는 친정어머님이 자기 딸의 미흡한 점을 보시더라도 이불처럼 따뜻하게 덮어달라는 의미도 있다고 전해진다.

예단으로 받은 이불을 덮어보는 나에게 아들이 한마디 한다. “엄마 40년 후에 이 이불 가지고 계신지 제가 볼거예요 하하하…”아들의 그 말은 제 할머니가 내가 예단으로 해온 이불을 40년동안 보관 하셨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하는 말이다.

내가 대꾸했다. “호호호… 이 이불 40년간 잘 보존 하려면 엄마가 오래 살아야겠구나 백세이상 살아야 겠는걸” 아들이 대답한다. “그러셔야지요. 엄마 장수하셔야지요.” 정말 새며느리가 해온 예단이불 때문에 내가 장수할지도 모르겠다.

“자기 집 사람들은 다 홍색 옷을 입었으므로 눈이 와도 그는 자기 집 사람들을 위하여 염려하지 아니하며 그는 자기를 위하여 아름다운 이불을 지으며 세마포와 자색 옷을 입으며(잠 31:21-22)”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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