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은혜 칼럼] 감동을 준 은퇴기념패

53년생인 남편이 목사로서 정년은퇴를 하게 되었다. 평북노회 서부시찰 소속이었던 남편에게 2024년 갑진년(甲辰年) 신년하례식에 꼭 참석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 은퇴하는 목사님들에게 은퇴기념패와 꽃다발을 증정하는 순서가 있다는 것이다.

2024년 1월 9일 화요일 남편 K선교사는 신년하례식 참석을 위해서 SRT를 타고 동탄역으로, 나는 KTX를 타고 서울역으로 갔다. 우리부부는 노회가 서로 달라서 가는 노선이 달랐다. 남편 K선교사는 용인의 한 교회에서, 내가 소속된 함해노회는 종로5가에 있는 기독교연합회관에서 각각 신년하례식을 가졌다.

그러나 우리 부부는 집에 돌아오는 시간을 비슷하게 맞추었다. 남편은 역시 동탄역에서 SRT를 타고 서대구역으로 오고, 나는 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서대구역으로 와서 만나서 같이 집에 돌아오기로 했다.

늘 무궁화호를 타고 다니다가 속도가 배나 빠른 KTX를 타고 오니 그날은 덜피곤했다. KTX역이 생긴지 오래지 않은 서대구역은 깨끗하고 쾌적했다. 4층에 식당이 있어서 저녁을 먹고 들어가기로 했다. 비빔밥을 시켜서 먹었다.

아침은 건너 뛰었고 점심은 떡국을 먹었지만 밥구경은 처음이라 비빔밥은 매우 맛있었다. 그런데 큰 사위가 전화를 걸어왔다. 자동차를 가지고 서대구역으로 오고 있으니 식사하시면서 기다리라고 말이다. 조금 있으니 사위가 서대구역으로 왔다.

사위는 먼저 자신의 집으로 가서 아이들(손주들)도 보고 차한잔 하시고 나서 다시 우리집으로 모셔다 주겠다고 한다. 우리 부부도 오늘은 아침일찍 서울로 용인으로 다녀오느라고 손주들을 못봐서 보고 싶기도해서 그러자고 했다.

딸네 집에가니 둘째 로이가 “할아버지 동화책 읽어 주세요.” 하면서 남편을 서재로 이끈다. 둘째 로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던 남편이 조금 있다가 수건으로 눈을 가리우고 로이 손에 이끌리어 거실로 나온다. 주방쪽에서 큰딸과 로아가 케이크에 불을 붙여서 들고 나오고…

아이들이 남편의 눈을 가린 수건을 벗기고 축하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은퇴한것을 축하하는 노래를 부른다. 하하하…은퇴한 할아버지는 이제 온전히 손주들차지니까 아이들은 신나서 합창하며 노래를 부르는 모양이다.

이번에도 케이크의 불을 끄는데는 챔피언급선수인 막내손주 조이가 달려들어서 호호~ 불면서 케이크의 불을 껏다. 우리는 달콤한 딸기생크림케잌을 한조각씩 먹었다. 로아가 선물을 가지고 왔다. 로아와 로이가 카드를 써 두었다가 준다.

“할아버지 축하 드려요. 할아버지 오래오래 사세요” 라고 씌인 카드를 읽으면서 남편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어 오른다. 로아가 예쁜선물상자를 주며 남편에게 설명한다. “할아버지 이 마늘빵은 커피와 드세요. 그리고 이건 수표예요.“

로아가 그려서 만든 수표에는 한국은행이라고 씌어있고 한국은행장 이름으로 발행된 자기앞수표가 한장 들어 있다. 남편이 수표의 0을 한참 세더니 ”음… 천만원짜리 수표구만.“ 한다. 내가 거들었다. ”호호… 다시 0을 세어 보세요 일억짜리 수표구만“

남편이 짐짓 놀라면서 ”으잉? 일억이야 와~ 역시 우리 로아가 통이크구만 할아버지 은퇴선물로 일억을 선물하다니…“ 하하하… 호호호… 식구들의 웃음소리가 경쾌하게 집안에 울려퍼진다. 그러자 사위가 ”자, 이제 로아의 부채춤공연을 보시겠습니다.“한다.

아이들의 공연이 준비되어 있단다. 어쩐지
로아가 예쁜 원피스를 입고 있다 했더니
역시 준비된 옷차림이었구나… 로아가 두개의 부채를 펴들고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기 시작한다. 로이도 나가서 춤을 추고 막내 조이까지 합세해서 부채춤을 춘다. 우리에겐 어느 무대의 공연에도 비교할 수 없는 참 행복하고도 흐믓한 손주들의 공연이다.

큰딸이 한마디한다. “오늘 아빠 은퇴축하공연이랑 케이크는 사위가 준비한 서프라이즈(Surprise)예요.” 다녀 오시느라 피곤하실거라며 사위가 자동차키를 들고 일어선다. 걸어가도 10분거리에 있는 우리집이지만 오늘은 자녀들의 서비스에 따라 주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남편은 시찰회에서 받은 은퇴기념패를 꺼내놓는다. 색색의 꽃이 꽃혀 있는 꽃다발에서 향내가 진동을 한다 백합꽃과 장미꽃이 있으니 향기가 이리 좋은 것이다. 장로교 통합측 로고가 새겨진 ‘은퇴기념패’에는 남편 K선교사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쓰여있고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귀하는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동북아 선교사로 일평생 충성하시다가 명예롭게 은퇴하게 되심을 기념하여 시찰회 온 회원들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서 이 패를 드립니다.“

”나의 달려갈길과 주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 (행20:24)“

그리고 날자와 평북노회서부시찰회 서부시찰장외 시찰회원일동의 이름과 직인이 찍혀 있다. 남편이 받아온 은퇴기념패를 내가 찬찬히 다 읽는 것을 본 남편이 말을 꺼낸다. “이 기념패의 내용을 읽는데 마음에 진한 감동이 밀려왔었어요.“

나역시 섬세하신 하나님의 은혜로 인한 감동이 마음가득 밀려옴을 느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하나님 아버지 참 좋으신분… 그리고 정말 멋쟁이…“ 남편이 청년때부터 ‘오직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살겠다며 수제비만 먹고 사는 한이 있어도 선교하다 죽겠다는 남편의 소원을 이루어 주신분이니까 말이다.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딤후 4:7)

글/사진: 나은혜

나은혜 선교사(지구촌 선교문학 선교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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